[PEOPLE] Rag and Bone

영국 정장? 미국 평상복? 둘을 합쳤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11.05 02:09

해외서 뜨는 브랜드 ‘래그 앤 본’ 디자이너 웨인라이트와 네빌
“남성복·여성복 경계 허물고 여러벌 겹쳐 입어도 어울려… 그 실용성에 사람들 열광”

신기한 일이다. 쓸데없이 겹쳐 입은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하다. 여자 옷인 것 같은데 남자 옷이고, 남자 옷 같지만 여자 몸에도 너무나 잘 맞는다. 아무렇게나 걸친 것 같지만 치밀하게 계산한 옷. 요즘 미국 뉴욕과 유럽을 열광시키는 브랜드 ‘래그 앤 본(Rag and Bone)’의 매력이다. 이 옷을 만드는 두 남자, 마커스 웨인라이트(Wainwright)와 데이비드 네빌(Neville). 이 두 사람은 패션의 ‘f’자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 함께 보드카를 마시며 어울려 논 게 전부다. 그런데도 2010년 6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톰 포드, 마이클 바스티안 같은 톱 디자이너를 놔두고 두 사람에게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 상’을 안겨줬다.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아온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두 남자는 “그저 입고 싶은 옷을 찾다 지쳐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편집숍‘10꼬르소꼬모 서울’에서 만난 데이비드 네빌(왼쪽)과 마커스 웨인라이 트. 편안한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래그 앤 본 제공

―두 사람은 영국 출신이다. 그런데 회사는 2002년 미국 켄터키에서 시작했다. 어떤 사연이 있나?

(마커스) “우린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영국 버크셔에 있는 기숙학교를 같이 다녔고, 대학 가기 전엔 종종 바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놀았다. 더 자라선 데이비드는 금융회사에 들어갔고, 난 작은 통신회사를 차려서 일했다. 그러다 내가 먼저 런던을 떠났다. 춥고 음산한 영국 날씨가 성격에 안 맞았다. 멕시코에서 아내를 만났고, 뉴욕에서 옷 가게를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비드를 불렀다. 좀 이상한 이야기인가?(웃음) 켄터키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2004년 쇼를 시작하면서는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그렇게 2002년 ‘래그 앤 본’이란 이름으로 만든 게 주로 청바지였는데?

“기왕이면 입기 편한 옷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작업복 같은 옷을 주로 만들었다. 기존 청바지는 하나같이 별로였다. 좀 더 정교하게 재단한 옷, 또는 아이디어가 독특한 옷을 만들고 싶었다.”

―청바지를 만들면서 재단에 남달리 신경 쓴 이유는 뭔지?

“우리가 영국 태생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어릴 때 맞춤 교복을 입었고, 정교하게 재단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뼛속까지 잘 재단한 옷에 대한 동경이 있다. 작업복처럼 편한 옷을 만들 때조차 몸에 잘 맞는 것, 몸매를 살려주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 신사복과 캐주얼을 넘나드는‘래그 앤 본’의 특징을 보여주는 옷. 허벅지를 덮는 긴 캐주얼 셔츠, 그 위에 정장 재킷과 코트를 입었다. 코듀로이 팬츠와 발목을 덮는 워커도 의외로 어울린다. /래그 앤 본 제공

―그런데 정장은 캐주얼한 미국 스타일이다. 정장 구두보다는 운동화에 더 잘 어울리는 옷인데?

“우리가 가정을 꾸린 곳이 미국이고, 주로 활동하는 무대가 뉴욕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영국 신사복이지만, 뉴욕 한복판에서 마구 걸어 다닐 때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옷을 추구했다.”

―역할은 어떻게 분담하나?

(데이비드) “마커스는 어릴 때부터 스케치를 좋아하고 무언가 만드는 걸 잘했다. 마커스가 세부적인 디자인을 한다면, 난 브랜드 전체를 완성하는 일을 한다.”

―남성복 쇼에서 재킷과 코트, 반바지와 코듀로이 바지까지 겹쳐 입은 모델을 종종 볼 수 있다.

“한 벌만 입어도 괜찮지만, 여러 벌을 겹쳐 입어도 어울리는 옷이 좋다. 사람들이 우리 옷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그 실용성 때문인 것 같다.”

―여자 옷도 재미있다. 남자 정장을 기반으로 한 옷이 많다. 그럼에도 몸매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자들을 보는 걸 좋아한다(웃음). 우리 옷이 여자 몸을 잘 이해한다는 평을 듣는다면, 그 덕이 아닐까? 둘 다 예쁘장한 여자보다는 톱 모델 샤샤 피보바로바처럼 중성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여자를 더 좋아하는 편이고.”

―’래그 앤 본’은 무슨 뜻인지?

“딱 우리 같은 말이다. 옛날에 동네를 돌며 잡동사니를 모으는 마차가 있었는데, 그걸 ‘래그 앤 본’이라고 부른다더라. 뼈다귀를 모아 양초도 만들고, 고철을 녹여 새 제품도 만든다고 들었다. 우리 옷도 비슷한 것 같다. 유럽의 전통, 미국 뉴욕의 에너지, 우리만의 취향을 녹여서 새 옷을 만드니까. 그저 재밌으려고 시작한 일인데, 여기까지 온 게 사실 아직도 꿈같다.”

출처: 조선일보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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