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상상력이 중요한 세상은 인문학 强國이 지배한다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

입력 : 2011.05.29

‘소크라테스와의 점심에 우리 기술 모두 내놓겠다’… 애플 完勝 비결은 잡스의 상상력 인간 이해와 통찰력 주는 인류 지혜의 寶庫 인문학, 대학과 기업이 부흥시켜야

애플이 휴대폰 시장 진입 4년 만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노키아를 제치고 전 세계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8조원으로 삼성전자의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상상력’이 완승(完勝)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상상력은 IT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에 기초한다고 밝히면서,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요즘 우리 사회엔 유행처럼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인문학 위기’가 인구에 회자되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서울대 인문학 최고위과정을 비롯한 인문학 교육에 최고경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일반시민을 위한 풀뿌리 인문학 열기도 거세다.

인문학(humanities)은 문학·역사·철학 등 인간에 대한 탐구를 통칭하는 것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수백, 수천년의 인류역사를 통해 살아남은 지혜의 보고(寶庫)인 인문고전은 상상력과 무한한 창의력을 샘솟게 하는 샘물이다.

인문학은 동서고금을 통해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내 모든 경영비법은 논어(論語)에서 나왔다”고 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인문학이 없었다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가 처칠의 운명을 바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도 인문고전의 영향을 크게 받은 역사 속 인물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풍이 일회성 바람으로 끝나지 않고 인문학 대중화 시대, 인문학 부흥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의 막중한 책임과 역할이 요구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문학의 산실인 대학이 인문학 위기의 진원지다. 대학이 지나치게 취업 준비에 치우치면서 인문학은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비인기 학문으로 전락하여 폐지되는 학과가 늘어나고 인문학 교수들은 대학의 채용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들은 ‘시카고 플랜’에서 배워야 한다. 1929년 취임한 로버트 허친스 시카고대 총장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인문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시카고 플랜을 도입하여 당시 삼류대학이던 시카고대를 하버드대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73명)를 배출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발전시켰다. 오늘날에도 미국 내 160개 대학에서 인문고전 100권 독서프로그램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희대·영남대 등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인문학자들 역시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문학자들은 상업성 배제라는 명목하에 상아탑 안에만 갇혀 있지 말아야 한다. 대중을 상대로 쉽고 재미있게 강의하고 집필활동을 함으로써 인문학 대중화에 적극 나서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인문학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기업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추격자 모델’을 벗어나 ‘시장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올라섰다. 선도자 역할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장된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진 인재 양성을 위해서 인문학 교육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유수의 해외 MBA 프로그램에도 인문학이 접목된 하이브리드 MBA가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대건설, 롯데백화점 등 몇몇 대기업에서 인문학 교육을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제 기업 구성원에게 인문학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직무와 리더십 교육 못지않게 큰 비중으로 인문교양 카테고리가 기업 교육체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구글 부사장 테이먼 호로비츠는 “IT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인문학을 전공하는 게 유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들은 사내 인문학 교육에 힘쓰는 한편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는 비중도 높여가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자연스럽게 인문학 교육 이수가 중요한 취업스펙이 되어 학생들이 인문학 학습에 보다 많이 투자하게 될 것이다.

‘꿈꾸는 다락방’을 쓴 이지성 작가는 인문학 공부가 개인과 가문, 기업은 물론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한다. 상상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인문학 강국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상상력으로 무장된 인재를 많이 배출해낼 때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해 가는 상상력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201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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