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자유롭고 고독하고, 실용적이지 않다.

십오 년째 오픈카를 타고 있다. 이 인승의 수동기어 차량이다. 그리 실용적이라 하기는 힘든 물건이지만, 아내를 잘 구슬려서 이래저래 석 대쯤 갈아탔다. 이런 유의 차가 있는 생활에 한번 익숙해지면 좀처럼 원래로 돌아가지 못한다.

오픈카의 어떤 점이 좋은냐고? 당연한 얘기지만 지붕이 없는 것이다. 지붕이 없으니 올려다보면 거기에 바로 하늘이 있다. 신호를 기다릴 때, 보통 나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맑은 날에는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이 보인다. 다양한 수목이 있다. 많은 건물이 있고, 창이 있다. 계절과 함께 풍경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래, 우리는 평소 거의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생활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발밑의 일은 꽤 알고 있어도 머리 위의 풍경에 관해서는 의외로 무지하다.

그런데 가장 멋진 것은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이다. 구름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신호를 기다리는 것도 차가 막히는 것도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멍하게 있다가 뒤차에서 클랙슨을 빵빵하게 울릴 때도 있지만,

다만 여성에게는 오픈카가 별로 반응이 좋지 않다. 바람에 머리칼이 흐트러지고, 볕에 타고, 주위에서 주목받기 쉽고,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터널에 들어가면 대화하는 것도 곤란해지고. 그런 이유로 내 차 조수석에는 별로 누가 앉은 적이 없다. 대개는 혼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보기에는 화려할지도 모르지만, 오픈카는 의외로 고독한 탈것이기도 하다. 뭐, 별 상관없지만.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_’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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