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스트리트 패션 찍어 패션 권력 된 수퍼 파워 블로거 ‘스콧 슈만’

이 남자에게 찍히면 스타일이 된다

“서울 문화·예술은 훌륭한데···패션은 이것저것 섞여 별 느낌없어”
유명업체 ‘런어웨이 패션’에 반기
“모델 입은 옷 일반인이 입겠나” 의구심
거리 멋쟁이들 블로그 올리자 인기폭발 하루 45만·매달 1400만명이 보고 열광
아르마니도 무시 못해
GQ·엘르 등 패션잡지도 경쟁하듯 싣고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들 “함께 일하자”
9·11로 사업 망해 백수 전전. 아내와 이혼, 두딸 돌보며 애들 사진 찍다 재능 깨달아 이후 독학으로 사진 공부
작은 키 덕봤다. 내가 키 크고 험상궂었다면 각국 거리의 멋쟁이들 모두 도망가지 않았겠나···
진심·열정으로 다가서면 외국인들도 반감 안갖더라

패셔니스타 되고 싶다면···
아인슈타인 하면 A자 머리 존 레넌하면 안경 떠오르듯 자신만의 상징 만들어라
잡스 패션, 그저 그렇지만 자기 스타일 가져 매력적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패션계에 입문한 뒤 깨달았다. 자신은 아르마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대신 패션 마케터로 승부하기 위해 쇼룸을 열었다.

그러나 ’9·11 테러’는 110층 무역센터뿐 아니라 그의 사업도 무너뜨렸다. 헤어진 아내 대신 두 딸을 돌보며 아이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사진에 재능이 있다는 걸 빈털터리가 된 그해 처음 깨달았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아, 멋지다’는 탄성이 나오는 사람들 앞에서 셔터를 눌렀다. 그들은 전문 모델도, 디자이너도 아니었다. 펑키 스타일의 대학생, 양복을 입은 채 담배를 물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년 남자, 공원을 산책하는 은발의 할머니, 진흙투성이 공사장의 인부들이었다. ‘거리 모델’들의 사진은 그의 블로그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루 45만명, 매달 1400만명이 방문한다. 2007년 타임지는 ‘디자인 부문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이름을 올렸다.

스콧 슈만(Schuman·44). 그의 이름은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과 동의어다. 그의 블로그 ‘더 사토리얼리스트(thesartorialist.com)’는 아르마니도 무시할 수 없는 패션 권력이 됐다. 버버리·티파니·키엘 등 의류업계 빅 브랜드들이 슈만과 일하고 싶어 안달이고, 보그·GQ·엘르·판타스틱 맨 등 세계 유수의 패션 잡지들은 그의 사진을 경쟁하듯 싣는다. 사토리얼리스트에 실려 스타 모델이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의 멋쟁이들은 ‘사토리얼리스트에 픽업(pick up)되는 비결’을 연구한다. ‘아웃사이더’의 통쾌한 반란이다.

기아자동차의 ‘더 뉴 K7′ 광고 모델이 돼 서울에 온 그를 14일 만났다. 160㎝나 될까. 수퍼 파워 블로거의 작은 몸집에 사람들이 놀랐다. 슈만은 자신의 두 번째 포토에세이를 들고 왔다. ‘더 사토리얼리스트―클로저’(윌북). 뉴욕, 파리, 밀라노는 물론 서울, 모로코, 사바나, 이스탄불까지 29개 도시를 여행하며 찾아낸 무명 패셔니스타들의 사진이다. 그러나 슈만은 서울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그리 깊은 감동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

 스톡홀름, 밀라노, 서울, 모로코 등 스콧 슈만이 29개 도시를 여행하며 만난 거리의 멋쟁이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2005년 가을에 시작한 슈만의 블로그‘더 사토리얼리스트’는 세계 패션계의 무시할 수 없는 권력으로 성장했다. / 채승우 기자·윌북출판사

서울 멋쟁이? 지루하다

―서울에서 영감을 주는 패셔니스타들을 만났는지.

“서울의 문화와 예술은 매우 훌륭하다. 그런데 패션은 여러 나라의 것을 조합한 듯한 느낌이 든다. 분명히 화려하고 세련됐는데 독창적인 매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이를테면 ‘스톡홀름’ 하면 나는 풍성한 파카 밑으로 씩씩하게 뻗은 여자들의 스키니진이 떠오른다. 파리지엔들은 거만하지만 섹시하고, 밀라노는 패션의 폭이 좁긴 해도 고집스럽고 우아하다. 그런데 서울은 잘 모르겠다. ‘이게 서울이다’ 하는 이미지가 내게는 없다.”

―명품은 많이 걸쳤는데 개성이 없다는 뜻인가.

“필수 아이템, 그래서 구태의연한 아이템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 실험과 도전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

―한국 유명 자동차 기업의 모델까지 되었으니 엄청난 성공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행복할 뿐이다. 나의 하루 중 일부를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데 활용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4~5시간 동안 거리를 헤맬 때 가장 즐겁다. 유명세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유일한 부분이 있다면 사진이다. 내가 여행한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정직하게 담아냈느냐 하는 것. 100년 뒤 이 사진들을 다시 본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시대의 기록이라고 믿고 싶다.”

―이번 책은 2009년 출간한 첫 번째 책과 어떻게 다른가.

“처음보다 더 많은 도시에 갔고, 더 다양한 사진을 시도했다. 내가 유명하지 않았을 땐 뉴욕, 파리가 고작이었지만 블로그가 유명해져 돈을 벌게 되면서부터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도 피사체를 가까이 들여다본 컷들이 많다. 그래서 제목이 클로저(closer)다.”

―사토리얼리스트는 무슨 뜻인가.

“재단사라는 뜻의 라틴어 사토르에서 파생한 단어로 ‘자신의 개성을 고유한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를 뜻한다.”

―사토리얼리스트의 성공 비결 하나를 꼽는다면.

“이전에는 패션이라고 하면 자기와는 상관없는, 디자이너와 전문 모델들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사토리얼리스트 이후 사람들은 패션을 스포츠 즐기듯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믿게 됐다.”

강한 남자가 아름답다

―왜 거리를 고집한 걸까.

“15년간 의류업체의 패션마케터로 일할 때 패션산업과 일반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늘 아쉬웠다. 런웨이에서 모델들이 입은 옷을 일반 여성들이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같은 것. 실제로 거리의 패셔니스타들은 빅 브랜드, 빅 디자이너들의 ‘명령’과는 상관없이 자기만의 패션 세계를 창출해가고 있었다. 그들이 진짜(real people)였다.”

―깡마른 모델들이 무표정하게 걸어 다니는 패션쇼장 사진과 달리 당신이 찍은 거리의 멋쟁이들에게서는 ‘생활’이 느껴져서 좋다.

“옷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셔터를 누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표정과 분위기가 내게는 매우 중요하다. 패션은 그런 분위기를 받쳐주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중절모를 낮게 쓴 사람의 눈빛, 광대뼈 밑으로 드리운 그림자, 작지만 오똑한 코에서 나는 많은 이야기와 영감을 얻는다.”

―사토리얼리스트는 남자들이 더 좋아하는 패션 블로그로 알려져 있다.

“강한 남성성을 보여주는 사진이 많아서다. 유명 패션지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미소년이지만, 나는 중년 남자가 정장을 차려입은 강렬한 이미지, 마초의 공격성이 드러나는 사진도 즐겨 찍는다. 덕분에 여자 팬도 많아졌다. 여자들 또한 강한 남자를 보고 싶어하는 시대니까(웃음).”

―사토리얼리스트의 성공으로 1년에 수십억을 번다고 들었다.

“만족할 만큼 부자가 된 건 사실이다.”

―의류업계의 로비가 치열할 것 같다. 자기네 제품을 당신의 사진에 노출시켜달라고.

“초반에 그런 제안들이 있었다. 모두 거절했다. 내가 특정 기업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지만 그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내 블로그에 단 한 장도 싣지 않는다.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해온 것이 오늘의 사토리얼리스트를 만들었다.”

―첫 번째 책에 할렘에서 만난 어느 노신사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가 과거에 마약 딜러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더라. 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야기까지 나눈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나는 거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는다. 보디랭귀지가 있으니까. ‘찍지 마세요’ 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봉변을 당한 적은 없다. 사람들은 진심과 열정으로 다가가면 반감을 갖지 않는다. 내 키가 이렇게 작은 것도 덕을 봤다. 덩치가 산만하고 험상궂은 인상을 가졌다면 어린 소녀들, 여성들은 다 도망갔을 거다(웃음).”

5달러짜리 ‘명품 재킷’

광고 모델로 각광받는 슈만은 촬영장에서 까다롭게 굴어 곧잘 스태프의 원성을 산다. 체감 온도가 영하 8도까지 떨어진 14일 더 뉴 K7 촬영 현장에서도 원래의 세트를 바꾸고 모델들 의상을 죄다 수정하느라 스태프 전원이 거리에서 떨었다. 필(feel)이 꽂히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찍고, 아니다 싶으면 팔짱을 끼고 돌아앉아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왜 이리 독하게 일하느냐’고 묻자 슈만이 답했다.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난 이기적인 사람이다(웃음).” 추위에 떨던 한 남자 모델이 말했다. “고생스럽지만 즐겁다. 자기 색깔이 확실한 작가다.”

―’남자들에게’를 쓴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스타일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패션과 스타일은 두 개의 바퀴다. 스타일이라는 커다란 바퀴 아래에서 패션이라는 작은 바퀴가 빠르게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 스타일은 자기에 대한 종합적인 표현이다. 나는 ‘좋은 스타일’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옷차림만으로 평가할 수 없을 뿐이다.”

―당신에게 ‘멋진 스타일’의 기준은 뭔가.

“딱히 없다. 그 순간 나의 본능과 직관을 믿는다. 사진을 찍을 때도 ‘이것이 충분히 멋진 순간인가?’ 따위의 고민은 하지 않는다.”

―검정 폴라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스티브 잡스는 어떤가.

“그의 옷차림은 패셔너블하지도, 스타일리시하지도 않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당신이 골라낸 멋쟁이들은 자기 옷에 대한 확신에 넘쳐 있더라. 부랑자처럼 상식적으로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옷차림을 하고도 그 당당한 태도가 상대를 사로잡는다. ‘자신감’은 멋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까.

“자신감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소심한 표정, 수줍은 미소, 웅크린 자세가 그 사람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정직한 자기표현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균형 잡힌 몸매에 고급 의상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당신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옷은 별로인데 그 순간 그 사람의 몸짓, 서 있는 모습, 표정 등이 나의 카메라를 잡아끈 경우가 더 많았다. 볼품없이 작은 소녀, 뚱뚱한 아줌마라도 그들이 풍기는 독특한 아우라로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올 때가 있다. 얼굴은 예쁘지 않은데 그 사람의 머리 스타일, 혹은 목선 혹은 다리에 영감을 받아 클로즈업 사진을 찍는다. 음악이나 요리, 그림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싸고 고급스러운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열정,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인정받는다.”

―대머리에 배불뚝이지만 양복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낸 뉴욕의 중년 남성 사진 덕분에 사토리얼리스트의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더라. 하지만 한눈에 보아도 그 남성의 옷은 명품으로 보인다.

“나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었는지 체크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관건은 그 옷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잘 맞느냐 하는 것이다.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명품이라도 멋지지 않다. 몸매가 아무리 좋아도 옷을 자기 몸에 딱 맞게 피팅해 입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뉴욕의 그 남성은 자신의 머리나 체형에 주눅들지 않고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멋져 보인 거다. 키도 작고 다리도 짧은 내가 패셔니스타로 보이는 것도 그 덕분이고. 하하!”

―투박한 작업복 차림의 공사장 인부는 왜 사토리얼리스트의 반열에 올랐는가?

“그 인부가 신은 장화를 유심히 보았는가. 부츠 끝단과 바지 사이를 알루미늄 포일로 감았다. 장화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포일을 감은 건데 그게 재미있고 멋스러워서 타고 가던 택시에서 내가 뛰어내렸을 정도다. 패션은 실용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멋을 구현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보통사람들의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스톡홀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5달러짜리 초록색 의사 가운을 입은 청년이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깔끔한 라인, 세련된 색감 때문에 나는 그것이 프라다 혹은 질샌더의 재킷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벼룩시장에서 5달러를 주고 구한 의사 가운이라는 거다. 그 청년의 느긋한 대답이 나를 감동시켰다. 스타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누구나 입고 싶어하는 옷, 들고 싶어하는 가방을 든다는 건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오래된 것의 멋스러움

스콧 슈만은 자신을 곧잘 ‘아웃사이더’로 표현한다. 미국 중서부에서 태어난 것, 패션계의 주류에서 일하지 못한 것,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다. 하지만 예술적 영감을 길러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했다. 슈만은 자신의 포토에세이 첫권은 아버지에게, 두 번째 책은 어머니에게 바쳤다.

―작가였고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아버지는 당신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진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아버지는 강하고 낭만적인 남자였다. 사물을 관찰할 때 그리고 진실을 알아야 할 때 여러 가지 면을 두루 살필 것, 그리고 그걸 밝혀낼 때까지 악착같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패션 감각, 예술적 영감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인가.

“여자애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중1 때부터 패션 잡지를 끼고 살았다. 친구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았지. 특정한 아이템을 눈여겨본 건 아니다. 시각적인 대화, 시각적인 이해와 소통이 패션을 통해 가능하다는 걸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내 친구들에게도 이런 멋진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인생의 가장 큰 고비는 패션 쇼룸이 문을 닫았을 때였겠지?

“9·11 전에는 모든 게 괜찮았다. 창업한 시기가 좋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다. 그때는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늘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3년간의 백수 생활, 경제적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사진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사진작가들은 당신의 사진이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라고 하더라.

“좋은 사진의 기준은 무엇인가. 테크닉? 내가 봐서 좋고 행복한 사진이 내겐 좋은 사진이다. 사람들은 사진에 담긴 진심과 열정을 알아본다.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박물관과 도쿄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내 사진을 전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패션 블로거 중 한 사람인 가랑스 도레는 당신의 연인이기도 하다.

“둘 다 무명이었을 때 만났다. 가랑스는 자기 자신에게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멋진 여성이다. 그녀가 훌륭한 이유는 자기의 영감과 소신에 따라서 행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사진을 찍거나 작업하지 않는다. 일러스트와 사진, 비디오, 심지어 춤에서까지 재능을 발휘하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여자다.”

―엘르 잡지였을 거다. 사토리얼리스트에 ‘픽업’되는 비결 중 ‘최신 유행 아이템을 선점하라’는 팁이 있더라.

“글쎄. 나는 ‘새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패셔니스타들이 시즌별로 출시되는 새 아이템들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내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옷이나 소품은 5~6년 전 것이 대부분이다. 오래 입을수록 맛이 나는 옷을 그들은 고를 줄 안다.”

 기아차 광고 모델로 방한“양말은 벗는 게 좋겠어, 외투의 단추는 목까지 꽉 채우고, 모자는 더 낮게 눌러써봐.”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거리에서 모델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스콧 슈만. / 채승우 기자

아르마니가 될 수는 없었지만…

―당신의 책에는 노인들의 사진도 꽤 많다.

“연륜과 지혜가 멋을 창조한다. 패션지들은 늘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을까를 다루지만 정말 비현실적인 짓이다.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서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탐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예쁘지 않다, 몸매가 별로다’라며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일단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다음 신체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연구해야겠지. 다리가 예쁘지 않은데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스커트만 고집한다면 문제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살려라. 존 레넌 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안경이다. 아인슈타인 하면 ‘A자’형의 헤어스타일’이 떠오르지 않나. 자기만의 독특한 상징, 개성을 만들어라. 우리는 어떤 사람의 이미지에 매력을 느끼지 몸매의 비율을 따지진 않는다.”

―새 옷을 사면 그에 맞는 가방도 새로 사야 하고 구두도 사야 한다.

“첫 책에 조지 코티나라는 남자의 사진이 있다. 누가 봐도 스타일리시한 남자다. 그에게는 옷이 많지 않다. 기본 아이템들을 여러 방식으로 믹스 매치해서 돌려 입는다. 똑같은 감색 재킷이라도 그 밑에 어떤 바지를 받쳐 입느냐에 따라 새롭게 연출할 수 있으니까. 돈이 없어 멋을 낼 수 없다는 건 게으른 핑계다.”

―패션에 정답 혹은 공식은 있는가.

“물론이다. 이를테면 와이셔츠 소매는 양복 소매 밑으로 살짝 나오게 입는 것이 정답이다. 그 비율을 깨뜨리면 양복의 균형이 다 깨진다. 공식을 깨고 싶다면 강렬한 자기 확신, 뼈를 깎는 노력, 부단한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 결과가 아름다우면 스스로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낸 거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실험 자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거우니까. 그래서 패션은 예술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되진 못했지만 아르마니를 당신의 카메라 앞에 세우는 데는 성공했더라.

“처음 그를 만났을 땐 온몸이 떨려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웃음). 아르마니가 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아르마니를 좋아하지만 이젠 아르마니가 되고 싶지 않다. 카피(copy)는 싫다. 지금처럼 새롭고 중요한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다 보면 언젠가 내 방식의 아르마니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출처: 조선일보 201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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