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작가는 비평을 비평해서는 안된다

‘작가는 비평을 비평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다. 개별적인 비평에 대해서든 비평가에 대해서든 비평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 일을 해봐야 무의미하고, 무익한 트러블을 불러오고, 자기만 치사한 사람이 될 뿐이다.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덕분에 스스로를 갉아먹을 기회를 몇 번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세상에 수많은 종류의 내적 지옥이 존재함을 시사했는데, 작가가 비평이나 비평가를 비평하는 상황도 그 지옥 중 하나라고 나는 확신한다.

작가는 소설을 쓴다 – 이것이 일이다. 비평가는 그에 대해 비평을 쓴다. – 이것도 일이다. 그리고 하루가 끝난다.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인간이 각자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식사를 하고(혹은 혼자서 식사를 하고), 그러고는 잔다. 그게 세계라는 것이다. 나는 그런 세계의 구조를 신뢰한다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전제 조건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트집을 잡아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트집을 잡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식사를 하고, 한시라도 빨리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잠들려고 노력한다. 내가 스칼렛 오하라는 아니지만, 밤이 밝으면 내일이 시작되고, 내일은 내일의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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