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사진작가, 권부문 인터뷰

Q 선생의 눈에 보이는 것들 중 어디까지가 프레임 안의 풍경이고, 프레임 밖의 풍경입니까?
A 풍경은 바람 같은 것이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보여지는 것. 그러나 전체에서 부분을 떼어내는 프레임이 사진 매체의 특성이기에, 그 선택은 작가가 지닌 해석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프레임은 결국 해석의 결과물이다.

Q 모든 사진은 풍경 혹은 정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선생을 매혹시키는 풍경 혹은 정물은 무엇입니까?
A 그것이 아이템을 말하는 거라면 나는 아이템 장사꾼이 아니다. 화상 권력과 아티스트 엔터테이너라는 구속에서 벗어나려면 아이템화된 풍경과 정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아이템 유통의 희생자로 사는 작가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언젠가 마크 로드코가 죽은 후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한 추상표현주의 화가가 말했다. “그 친구 벌써 죽지 않았던가?” 사막도 북극도 산도 하늘도 현재진행중이며, 강력한 호기심이라는 내면의 자극에서 균형감과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꿈 속에서는 어떤 그림을 보십니까? 그것은 또한 악몽입니까? 미몽입니까?
A 항상 작업에 관한 꿈을 꾼다. 그 이미지들이 나에게로 서서히 다가온다. 북극의 이미지가 떠올랐을 때 어린 시절 읽었던 솔제니친의〈수용소 군도〉에서 그려진 엄청난 추위, 얼어붙은 땅에 대한 입장이 생긴다.

Q 선생의 풍경 안에서 꼭 존재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햇빛이든 먼지이든 시간이든 슬픔이든 꽃이든 틈이든..
A 냉정함, 명징성, 균형 감각. 풍경이 기막히게 아름다워 나를 홀릴 때도, 거기에 휘말리면 안 된다. 사진적 미관으로 유혹해도 잘난 사진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달력 사진의 상투성을 가차없이 버리고 끝없이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Q 한 장의 사진을 찍을 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시나요? 가장 빨리 찍은 사진과 가장 오래 찍은 사진이 있다면 그 상황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지독히 오래 걸리기도 하고 순식간에 끝나기도 한다. 요새는 점점 더 시간이 길어진다. 한번 작업했던 곳을 계속 몇 년째 가서 같은 장소에 선다. 사막도 바다도 별도 낙산도 구름도. 몇 년째 그 대상 앞에 서서 시간을 잊어버린다. 별을 찍을 땐 영하 20도로 추운 겨울에 산에 올라가 한 컷을 찍으면 새벽이 온다. 스러져 가는 시간이 한순간이다. 그 엄청난 시간이 좋다.

Q 선생의 관점에서 좋은 사진을 이루는 3가지 요건과 이유를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A 좋은 사진으로부터 멀어지려고 애쓰는 힘, 그 하나로 족하다. 내가 좋은 사진에 중독되지 않을 때, 욕심이 사라질 때, 우표 딱지에 나오는 풍경을 넘어설 수 있다.

Q 어떤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그 도시에 누구와 함께하셨습니까?
A 천국 같은 장소가 너무 많다. 무장해제가 되는 그런 풍경은 작업으로 담아낼 수가 없다.

Q 사진작가로서 스스로를 표현하자면 어떤 사람입니까? 근대속으로 걸어 들어간 모던 보이일 수도 있고, 구름 속으로 들어가 세상을 구경하는 신선이나, 검은 붓을 든 화가 혹은 무엇일 수 있을까요?
A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세상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내 이름자가 권력 권, 부할 부, 물을 문이다.

Q 달리에게 피카소는 한때 아버지였지요. 선생에게 예술적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요?
A 어릴 때 세잔느를 좋아했다. 마그리트의 경우는 작업보다는 그런 작업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의 태도가 그를 다시 불러들이게 한다.

Q 특별히 애착을 갖는 사물이 있으신가요? 모자 혹은 조끼 혹은 라디오나 솥이나 곰방대 같은….
A 없다. 기능을 가진 사물은 애착을 가질 이유가 없다. 잘 쓰면 된다. 젊을 때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적인 에너지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 호기심이 다했다.

Q 시력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것이 작가로서 당신의 삶에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었습니까?
A 오늘도 산에 갈 때 안경을 못 챙겨 가서 걱정했지만 내가 봐야할 건 다 봤다.

Q 꽃과 물과 돌과 나무는 선생에게 어떤 영감을 줍니까?
A 그들은 작업 속에 마주한 대상들일 뿐이다. 나는 내 사진을 숭배하지 않는다. 나는 원래 그림을 그렸다. 풍경이라는 대상 앞에 섰을때 그 관계가 요구하는 것에 사진이 명징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 사진을 택했다. 나는 사진이라는 것을 통해 세상에 대해 철학적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Q 가장 경외하는 화가는 누구입니까?
A 나는 철학자를 좋아한다. 베르그송이나 비트겐슈타인. 지금은 보르헤스를 좋아한다. 10년 넘게 그의 매혹에 빠져서 눈이 멀어도 글을 쓰듯이 눈이 멀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가장 에로틱한 풍경은 무엇일까요?
A 에로틱은 아직 내 관심사의 순위에 들지 못했다.

Q 언제부터 유명해지셨다고 느끼십니까? 그 유명세가 선생에게 축복이었나요? 재난이었나요?
A 유명세는 위험하다. 그것은 내 목을 자르는 길로틴이 될 수 있다. 페이머스 아티스가 있고, 굿 아티스트가 있다. 페이머스는 세 명만 합작하면 가능해진다. 평론가와 기자와 화상. 굿 아티스트는 본인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나는 굿 아티스트를 원한다.

Q 선생을 끔찍한 패닉 상황으로 빠트리는 상황은 어떤 종류의 것입니까?
A 해석의 힘이 없을 때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느 겨울, 날씨가 너무 우울하다고 파리의 세느 강에 빠져 죽는 것과 같다.

Q 이 시대의 풍경을 이해하는데 카메라 대신 다른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취하시겠습니까?
A 나는 풍경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 카메라와 함께 세상과 놀고 있다.

Q 선생의 작품 중 단 세 점의 작품을 21세기의 대표작으로 출품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A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가장 좋아하는 필름과 카메라와 사이즈는 무엇입니까?
A 너무나 다양하고 많다. 굳이 필름만 고집하지 않는다. 그건 잉크로만 글을 쓰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Q 통일이 되어 북한에 간다면 그곳의 어떤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시겠습니까?
A 안 가 봐서 모르겠다.

Q 마지막으로 선생의 사진 앞에 한 줄의 수식이 붙어야 한다면 관람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남기시겠습니까?
A 내 이름 자체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미지가 나를 빌어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엄격한 노동을 감내하며 가는 사람.

출처_보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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