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에르메스의 힘은 匠人… 분업도 마케팅도 없다”

최고 명품 에르메스의 차기 CEO·현재 CEO 단독 인터뷰
-장인 3000여명이 제작
가죽 다듬기부터 바느질까지 한 사람이 도맡아 만들어
-창의적 제품 제작에 주력
5만가지 제품 중 3분의 2는 6개월마다 디자인 바꿔
-비싼 게 아니라 비용 받는 것
좋은 재료 없으면 안 만들고 비싼 모델 안 써… 제품만 강조

1956년 미국 잡지 ‘라이프(Life)’에 여배우이자 모나코 왕비인 그레이스 켈리(Kelly)의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서 그가 만삭의 몸으로 들고 있던 가방은 그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켈리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명품 메이커 에르메스가 아직도 만들고 있는 가방이다. 이 가방은 고가인 데다가 기다려야 살 수 있다. 그런데 파는 사람조차 “언제 받을 수 있다”고 장담 못 한다. 잘못하면 3~4년이 걸린다. 에르메스가 극히 소량만 만들기 때문이다.

차기 CEO(최고경영자) 내정자인 악셀 뒤마(44) 에르메스 COO(최고운영책임자)에게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주문하면 얼마 뒤 켈리 백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고객과 똑같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악셀 뒤마는 에르메스 창업자의 6대손이다. 오는 6월부터는 에르메스의 공동 CEO를 맡다가 내년부터는 에르메스의 단독 CEO에 오른다. 그가 현 CEO인 파트릭 토마(66)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의 현재 CEO와 미래 CEO를 본지가 지난 23일 서울 신사동의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에르메스는 창조적인 장인”

명품 중에서도 가격에 ‘0’이 하나 더 붙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토마 CEO가 처음 한 말은 의외로 “에르메스는 럭셔리(호화)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대신 그는 “에르메스는 창조적인 장인”이라고 했다. 모든 에르메스의 가방은 장인(匠人)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다. 가죽을 다듬어서 수만 번의 바느질을 거치는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도맡는다. 에르메스에 분업은 없다. 가죽 제품을 만드는 장인은 현재 3000여명. 가방당 평균 제작 시간은 15시간이다.

뒤마 COO는 “하루 근로시간이 7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프랑스 노동법을 지킨다”며 “결국 한 달에 장인 한 명당 10개 정도의 가방밖에 못 만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인을 늘리면 해결될 것 아닌가. “장인은 장인이 가르칩니다. 장인이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장인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훈련만 한다고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없지요. 따라서 1년에 10%씩만 늘리고 있어요.”(뒤마 COO)

▲ 에르메스 창업자의 6대손인 악셀 뒤마(왼쪽) COO가 서울 신사동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파트릭 토마 현 CEO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다. 토마 CEO는 “에르메스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창조적인 장인”이라고 했고, 뒤마 COO는 “비싼 게 아니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장인 대부분은 프랑스인

제품의 정체성도 중요하다. 장인은 대부분 프랑스인이고, 가죽 제품은 100% 프랑스산(産)이다. 시계는 스위스에서 전량 만들고, 섬유 제품의 일부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된다. 장인에서 장인으로 내려가는 기술이 전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인은 모든 것을 책임진다. 우선 좋은 재료를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에르메스는 재료를 고를 때부터 최고급을 추구한다. 파트릭 토마 CEO는 “경쟁이 점점 심해져서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어졌다”며 “우리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몽골이든 중국이든 어디든 간다”라고 말했다. 때로는 재료 생산 회사를 사기도 한다. 만약 원하는 재료가 없다면? 뒤마 COO는 “그런 때는 아예 안 만든다”고 말했다.

품질 관리도 다르다. 만든 물건이 이상하면 그걸 만든 장인이 다시 만들거나 고쳐야 한다. 그래서 가방에는 각 장인의 표시가 있어서, 한번 산 고객은 언제까지나 에르메스에 수리를 맡길 수 있다. 대신 장인은 에르메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평생 일한다.

6개월마다 디자인 3분의 2 바꿔

토마 CEO는 “장인 시스템에 창조적인 디자인과 에르메스 스타일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메스에는 200여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에르메스는 이들을 통해 매년 만드는 제품 3분의 2의 디자인을 6개월마다 바꾼다. 현재 에르메스가 만드는 가방·스카프·시계·옷 등은 5만 가지 종류다. 3만5000개는 6개월마다 디자인을 바꾼다. 제조를 프랑스에서 하는 것과 달리 디자이너들은 창조적인 다양성을 위해 아프리카부터 중국까지 세계 각국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바뀐다고 해서 에르메스 스타일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 제품은 에르메스가 아니다. 토마 CEO는 “아트 디렉터가 디자인이 에르메스의 스타일 선상에 있는지 없는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매년 테마를 발표한다. 올해 에르메스의 테마는 생기있는 삶(a sporting life)이다. 한마디로, 극단적인 품질 지상주의다. 그러나 비싸다.

마케팅 부서 없어

뒤마 COO는 “비싸다”는 말에 “우리 제품의 가격은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정도를 판단한다든지 그런 게 아니고 오로지 생산 비용이라든지 인건비와만 관련이 있다”며 “그래서 내 할아버지는 ‘에르메스는 비싼(expensive)게 아니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costly)’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토마 CEO는 “우리는 광고에서 값비싼 모델을 쓰지 않고 제품만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침 때문에 에르메스에는 없는 부서가 하나 있다. 마케팅 부서다. 뒤마 COO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고, 가격 정책을 정하지 않고 우리가 들인 비용만큼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출처_조선일보

201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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