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신의 전지전능은 경우에 따라 무지무능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이것은 명백한 역설이다.

천지 만물은 신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인간도 신의 작품일 것이다. 실제로 성경에도 그렇게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인간이 스스로 수천 년에 걸쳐 인간에 대한 관찰을 거듭한 결과, 실로 묘하고 불가사의하다 여기는 동시에 점점 더 신의 전지전능함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인간 하나만 봐도 그렇다. 온 세상에 인간이 이렇게 득시글한데 똑같이 생긴 자는 한 명도 없다. 얼굴이란 도구는 대체로 형색이 정해져 있다. 크기도 엇비슷하다. 다시말해 인간은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는데 한 사람도 똑같이 완성되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한 재료로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고안한 제작자의 기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 용하다 싶다. 어지간히 독창적인 상상력을 지닌 자가 아니면 이렇듯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한 화가가 온 정력을 다하여 변화를 주었다는 얼굴이 고작 열두세가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단독으로 인간 제조에 임한 신의 솜씨는 실로 각별하여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절대 목격할 수 없는 대단한 기량이니 이를 전능한 기량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간은 이 점 때문에 신을 받들어 모시는 모양인데, 과연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당한 일이다. 하나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똑같은 사실이 신의 무능을 증명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적으로 무능하지는 않아도 인간 이상의 능력은 절대 없는 자라고 단정할 수 있다. 신이 인간의 수만큼 많은 얼굴을 제조했다고 하는데 과연 처음부터 흉중에 무슨 계산이 있어 그런 변화를 꾀했는지, 아니면 고양이든 주걱이든 모두 같은 얼굴로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뜻하는 바대로 잘 되지 않아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졌는지 알 수 없지 않는가. 그러니 전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인 무능이라고 해도 별 지장은 없다.

인간의 눈은 평면 위에 나란히 두 개가 박혀 있는 탓에 좌우를 동시에 볼 수 없어 시야에 사물의 반면밖에 들어오지 않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입장을 바뀌 생각해 보면 그들 사회에서 이렇게 단순한 일 정도야 밤낮으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신의 솜씨에만 홀려 헤어나지 못하니 깨우치지도 못하는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변화를 주기가 곤란하다면 마찬가지로 철두철미한 모방도 곤란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라파엘로에게 똑같은 성모상을 두 장 그려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생판 다른 마돈나를 한 쌍 그려 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라파엘로는 난감할 것이다. 아니 똑같은 그림을 두 장 그리는 것이 오히려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전적으로 모방주의를 통해 전달되고 학습되는 것이다. 그들 인간이 어머니와 유모, 또는 타인에게서 실용적인 언어를 배울 때는 그저 들은 대로 반복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야심이 없다. 있는 능력을 다해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낼 뿐이다. 이렇듯 흉내에서 비롯된 언어가 10년 20년이 지나다 보면 발음에 절로 변화가 생기는데, 이는 그들에게 완벽한 모방 기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순수한 모방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신이 인간을 서로 구별할 수 없도록, 판에 박은 듯 똑같이 만들었다면 신의 전능을 표명할 수 있겠으나 오늘날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무쌍한 얼굴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그 무능함을 추측게 하는 근거가 아닐 수 없다.

– 나쓰메 소세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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