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실연의 아픔을 예술로.. ‘소피 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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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자들을 만난 지 몇 달째 됐어요. 다른 여자들을 만나지 않고 당신만 만나는 게 어렵네요.”

사랑하는 연인이 어느 날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이별을 통보한다. 이메일 끝에 “잘 지내기를 바라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는 자기합리화와 변명만 가득한 연인의 글을 읽고 또 읽어도 남자가 자신에게 영원히 이별을 고한 것인지, 아직 때가 아니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친한 여자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여주며 무슨 뜻인지 해석해달라고 했다. 내친김에 주변의 다른 여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해석을 부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유엔 여성인권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동화작가, 기자, 판사, 댄서, 가수, 외교관, 범죄학자, 보안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 107명으로 번졌다. 이들은 그 이메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거나 이메일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표현했고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잘 지내기를 바라요(Take Care of Yourself, Prenez Soin de Vous)’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소피 칼(Sophie Calle. 60)은 2004년 6월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이 이메일 한 통에서 시작된 작품을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 전시로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소설가, 사진작가, 영화감독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는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와 사진, 영상 등을 결합한 개념미술 작업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해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대표작을 모아 3월 13일부터 4월 20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313 아트프로젝트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실연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이 공개되는 것이 아무렇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뿐 아니라 세상의 어떤 여성이든 연인으로부터 이별의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를 받을 수 있다”며 “은밀한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며 이메일은 그저 여자 친구를 떠나보내는 한 남성의 편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피 칼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점술가를 찾아가 자신의 미래를 보려면 언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점술가의 지시에 따라 프랑스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 겪은 일 등을 사진, 비디오, 텍스트로 기록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베르크(Berck)’, ‘루르드(Lourdes)’, ‘노웨어(Nowhere)’ 등 3개의 작품으로 이뤄진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Where and When)’ 연작이다.

이렇게 작업에 타인을 개입시키고 그러한 개입에 따라 작품이 흘러가도록 하는 이유는 뭘까. “어차피 게임의 원칙은 내가 정하는 겁니다. 제가 정한 원칙에 따라 제가 설정한 테두리 안에서 작업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게임의 원칙’을 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를 묻자 “전시장 벽”이라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전시장 벽에 설치할 수 있을만한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구상이 떠오를 때 그런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출처_연합뉴스
201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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