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인스피레이션

얼핏 생각하면 거꾸로 치솟는 것은 백해무익한 현상처럼 여겨지나, 그렇게만 속단할 수는 없다.

직업에 따라서는 거꾸로 치솟는 상태가 아주 중요하고 치솟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 가운데 시인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 시인에게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은 기선에 석탄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공급이 중단되면 그들은 뒷짐을 지고 밥만 축내는 아주 쓸모없는 보통 사람이 된다. 하기야 (치솟음)은 미치광이의 다른 이름이나, 미치광이가 되어야 밥벌이가 가능하다고 하면 체면이 서지 않으므로, 그들끼리는 치솟는 것을 치솟는다 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인스피레이션, 인스피레이션 하고 외치니,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이 인스피레이션은 그들이 세상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 낸 이름일 뿐 그 실상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이다.

플라톤은 그들 편을 들어 이런 유의 치솟음을 신성한 광기라 이름 붙였는데, 아무리 신성해도 광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서는 인스피레이션이란 새로 발명된 이름을 그대로 놔두는 편이 좋을 듯하다.

인스피레이션이 실제로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이라면 그것은 일시적인 미치광이다. 이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까닭은 이들이 일시적인 미치광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시적인 미치광이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다. 평생 미치광이는 오히려 만들기 쉬운데, 만년필을 쥐고 원고지를 마주하고 있을때만 미치광이가 되야 하니, 제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신이라도 난해한 작업인 듯 좀처럼 만들어 보여주지 않는다. 신이 만들어 주지 않으면 제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학자들이 피를 내려 보내는 방법 못지않게 피를 거꾸로 치솟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였다.

어떤 이는 인스피레이션을 얻기 위해 고대 사람들의 흉내를 내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어떤 사람의 태도나 동작을 따라 하면 심적 상태도 그 사람과 비슷해진다는 학설을 응용한 것이다. 술주정꾼처럼 횡설수설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술주정꾼의 심적 상태에 이른다. 좌선을 하면서 향 한 개가 다 타들어 가도록 참다 보면 스님다운 심경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인스피레이션을 얻었다고 하는 유명한 옛 대가의 행동거지를 흉내 내다 보면 반드시 피가 거꾸로 치솟을 것이다.

들은 바에 따르면, 빅토르 위고는 요트 갑판에 드러누워 문장을 쥐어짜 냈다고 하니 배를 타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반드시 피가 거꾸로 치솟을 것이다. 로버트 스티븐스은 납죽 엎드려 소설을 썼다고 하니, 만년필을 쥐고 엎드려 있으면 반드시 피가 거꾸로 치솟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냈으나,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늘날 인위적으로 피를 거꾸로 치솟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회자된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언제가는 인스피레이션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 믿어 마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인문학을 위해 그 시기가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 나쓰메 소세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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