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거울

거울은 자만의 제조기이며 동시에 소독기이다. 화려함을 좇는 허영심으로 대하면 거울만큼 어리석은 자를 선동하는 도구도 없다. 예로부터 자신을 과신하여 오히려 자신을 해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건의 3분의 2는 대개 거울의 짓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괴짜 의사가 단두 기계를 개량한 기요틴을 발명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죄를 지은 것처럼 거울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도 잠자리가 뒤숭숭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넌더리가 나거나 자아가 위축되었을 때 거울을 보는 것만큼 약이 되는 일도 없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얼굴로 용케 오늘까지 사람입네 하고 거드름을 피우고 살아왔다고 깨닫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애 중에서 그렇게 깨달을 때가 가장 다행스러운 순간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는 것만큼 존귀한 일도 없다.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는 모든 자들은 이런 자각에 이른 얼간이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황송해해야 한다. 본인은 당당하게 자신을 경멸하고 비웃을지언정, 보는 사람 쪽에서는 그 당당함에 감복해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이다.

– 나쓰메 소세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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