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매출 늘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향기’에 신경써라

영화 ‘향수’, 맛 느낄때 9할은 ‘후각’ 보이지 않기에 간과됐던 냄새에 대한 새 관점 제시
보이지 않는 판매원 ‘향기’, 초콜릿향과 박하향 섞은 고유의 향 도입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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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가 맛을 느낄 때 9할은 ‘후각’이 그 역할을 한다. 혀는 짜고 시고 달고 맵고를 구별할 뿐 실제 음식의 싫고 좋음을 구별하는 것은 냄새다. 감기로 코가 막히면 음식 맛이 잘 안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와인을 맛볼 때도 혀로 맛을 보는 것 같지만 실은 입 안 가득 퍼지는 향을 음미하는 것이다. 결국 비싼 와인도 그 향기에 대한 값을 치르는 셈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냄새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냄새를 감지하고 기억하는지에 관한 연구로 리처드 액설과 린다 벅이 노벨 의학상을 받은 것은 불과 10여년 전인 2004년이다. 보이지 않기에 간과되어 왔던 냄새에 대해 이해를 높여주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주는 영화가 ‘향수’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주인공 그르누이는 18세기 파리의 악취 나는 생선시장에서 사생아로 태어난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으나 다행히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진다.

신은 그르누이에게 특이한 능력을 주셨는데, 바로 모든 사물을 냄새로 구별하는 것이었다. 그는 커 가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찾겠다는 욕망 끝에 성숙한 젊은 여인의 향기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향기를 채취하기 위해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그의 독백에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사로잡히면서도 그 이유조차 제대로 모를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 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에게 반한 진짜 이유는 그녀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향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깨닫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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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연이어 살인을 저지르다 결국은 붙잡힌다. 사형식이 있던 날 그가 소녀들을 죽여서 만든 최상의 향수를 하늘에 흩뿌리자 사형장에 구경 온 사람들은 갑자기 그에게 사랑과 존경심을 품게 된다. 무의식중에 냄새에 이끌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좋은 향기로써 누구라도 복종시킬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자기에게 끌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오히려 경멸을 느끼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사람들은 오감(五感)을 통해 세상과 접촉한다. 그중 감정을 가장 자극하는 것은 냄새다. 엄마는 아기의 천진한 얼굴보다 냄새에 더 사랑을 느끼며, 성인들이 이성 파트너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구입할 때 사람들이 오감을 사용하는 빈도를 보면 시각이 87%로 주를 이루고 청각이 7%, 촉각이 3%, 미각이 1%, 후각은 3%에 그친다. 그러나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되며 무엇보다도 ‘감정’을 강력하게 연상시키기에 매우 중요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쿠키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유래된 용어인 ‘프루스트 현상(Proustian effect)’은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받아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뜻한다. 가령 어렸을 때 엄마 방에서 나던 화장품 냄새나 마지못해 끌려간 치과에서 맡았던 소독약 냄새는 그 감정과 더불어 거의 평생 기억된다. 그래서 향기를 잘 활용하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다.

프랑스 레스토랑은 프로방스 스타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흔히 라벤더 꽃의 향기를 선택한다. 배스킨라빈스는 초콜릿 향과 박하 향을 섞은 고유의 향(signature fragrance)을 도입한 이후 매출이 4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냄새가 단지 음식과 관련된 업종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향기 마케팅 전문 기관인 SMI(Scent Marketing Institute)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로비에 커피숍이 입점한 빌딩은 임대료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은근한 커피 향 덕분에 여유 있고 너그러워져 비즈니스가 더 원활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각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 효과를 측정하기도 쉽지 않기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장소에 어울리는 적합한 향기는 판매를 증대시키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이제 향기는 음악이나 인테리어 못지않게 필수적인 마케팅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침묵의 감각’인 후각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판매원인 셈이다.

조선일보
201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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