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TED 이끄는 크리스 앤더슨 인터뷰

10억명이 감동한18분의 기적

지난 5월 31일 오후 뉴욕 맨해튼 남부의 허드슨가(街). 14층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렸다. 사무실 현관에는 ‘TED'(테드)라고 쓰인 빨간색 형광판이 빛나고 있었다. 사무실 벽에 걸린 두 대의 50인치짜리 LCD TV 모니터 화면에 표기된 수십명의 이름 옆에는 숫자들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1만5500, 1만7050, 2만2100.

그때 투명한 유리창 회의실에서 검은색 남방 차림의 남성이 나와 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테드(TED)란 이름의 지식 공유 콘퍼런스를 이끄는 크리스 앤더슨(Anderson·56)씨다. “안녕하세요! 테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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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나눔 콘서트’나 ‘스타 특강쇼’처럼 요즘 TV를 틀면 흔히 볼 수 있는 강연 프로그램의 원조(元祖)가 테드 콘퍼런스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 같은 세계적 명사들이 출연한다.

앤더슨씨가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숫자들은 테드 콘퍼런스 홈페이지에 올라간 강연 영상의 실시간 히트 수예요.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가 아닌 저희 테드 직원 중에 한 명인 리사 부(Bu)씨가 ‘독서가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바꾸는가’란 주제로 지난 2월 테드 콘퍼런스에서 강연한 영상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요. 올린 지 3시간밖에 안 됐는데 히트 수가 2만명을 넘어섰어요(웃음)!”

01. insight 강연 엔터테인먼트의 원조세계 지식 산업의 지형을 바꾸다

하루 평균 200만명 시청 ···누적 시청자 10억명 넘어···실제 강연 참가비는 750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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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는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약자이다. 원래 테드는 1984년 건축가 리처드 워먼(Wurman)씨가 창립해 청중 800여명을 상대로 매년 한 차례씩 열린 소규모 행사였다.

그러나 2000년도에 워먼씨로부터 1400만달러에 테드를 인수한 앤더슨씨는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세계 지식산업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꿨다. 그는 인터넷에 연사들의 강연을 무료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1년에 한 번 5일간 열리는 콘퍼런스의 참가비로 4400달러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미친’ 시도였다.

그러나 무료 공개 이후 유료 콘퍼런스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인터넷 무료 공개 이듬해인 2007년 콘퍼런스 참가비를 6000달러로 인상했는데도 1500명이 참가하는 콘퍼런스 티켓이 1주일 만에 매진됐다. 현재 매일 평균 200만명이 테드 홈페이지에서 총 1400개의 강연을 시청하는데, 누적 시청 인원이 10억명을 넘겼다.

100여명의 직원들은 6월 중순 영국에서 열리는 테드 글로벌(테드 콘퍼런스 중 하나) 준비에 한창으로 매우 바빠 보였다. 앤더슨은 “지난 주에 연사들을 스카이프(화상 통화가 가능한 인터넷 전화서비스)를 통해 리허설했다”고 했다.

그는 테드를 인수한 실질적인 사장인데, 대외적으로 큐레이터(curator)라고 소개한다. 왜 큐레이터라고 부르느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모토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ideas worth spreading)입니다. 저희는 하나의 큰 ‘아이디어 기계’예요. 기계 위쪽 입구에 아이디어를 떨어트리면, 전 세계로 배급되는 거죠. 무슨 아이디어를 떨어뜨리느냐가 중요한데, 큐레이션이 여기서 매우 중요합니다.”

02. value 지식을 연결해 미래를 새롭게 본다

천체 물리 설명하다 느닷없이 의자 디자인 이야기
인간의 호기심 자극하는 모든 것에 대한 무대

그와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칠판에는 ‘파괴하라(disrupt), 브레인스토밍을 지속하라(continue brainstorming)’ 같은 문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하얗게 부르튼 얼굴을 두 손으로 비비며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차츰 눈빛이 또렷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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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구글안경을 쓰고 테드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온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2 테드 콘퍼런스 참석자가 강연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

―다보스포럼(WEF) 같은 기존 콘퍼런스와 테드는 어떻게 차별화되나요?

“테드는 한 가지에만 집중합니다. 호기심. 그것이 이 방대한 콘텐츠를 이어주는 유일한 단어입니다. 테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든 것에 대한 무대입니다.

기존의 콘퍼런스는 특정 산업이나 인사들이 모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개념이죠. 그런데 테드에선 천체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다음에 의자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식을 광범위하게 넓혀서 보는 것이 훨씬 값어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죠.

둘째 미래를 새롭게 보게 합니다. 종종 우리는 미래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테드를 통해 미래는 자신이 직접 책에 새롭게 쓰는 장(chapter)이 돼요. 테드는 그런 정신적 전환입니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당장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죠.”

―테드 연사들의 강연 시간은 18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왜 18분인가요?

“너무 길면 관심을 사로잡기 어렵거든요. 그렇다고 15분은 핵심포인트를 전달하기엔 짧을 수 있습니다. 18분은 티타임을 갖는 정도의 시간이에요.”

―인터넷 무료 공개가 어떻게 성공하리란 확신을 했나요?

“우린 정말 긴장했어요. 돈을 많이 내고 테드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화낼 가능성도 있었거든요. 그러나 당시 인터넷에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바람이 불었고, 본능적으로 그게 큰 기회라고 깨달았어요.

하지만 정말 큰 두려움은 막상 인터넷에 영상을 공개했는데 아무도 안 보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반응이 정말 놀라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고, 인터넷에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처음에 6개의 영상을 올려 성공한 뒤 모든 영상을 다 올리게 됐어요.”

앤더슨씨가 마치 강연을 하듯 두 팔을 휘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결국 아이디어가 퍼지는 장소는 인터넷이고, 실제 콘퍼런스는 아이디어의 엔진이 된 것입니다. 큰 규모의 마케팅 예산이나 능력이 필요로 한 게 아니었어요. 테드의 성공은 구전(口傳·word of mouth)의 힘에 있어요.”

03. people 가장 강력한 지식은 자신을 여는 데서 나온다

더 많은 대중과 새로운 가능성을 공유하다
파키스탄 – 옥스포드 – 미국 로드맵 대신 나침반 따라간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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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콘퍼런스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씨가 콘퍼런스 사회를 보고 있다.

―테드 무대에서 항상 차이나 칼라 셔츠나 카디건을 입는데, 당신만의 패션 철학입니까?

“하하하하. 재밌는 질문이 많군요.전 영국인이지만,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살았어요. 아버지가 의료 선교사였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30개국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고, 중국이나 한국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고요. 전 항상 제 자신을 ‘글로벌 영혼(global soul)이나 노마드족으로 표현했어요. 제가 테드에서 하고 싶은 것은 테드를 글로벌화하는 겁니다. 처음엔 테드가 매우 미국적이었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만다린 색깔을 좋아하고, 글로벌한 감각을 좋아해요.”

유년 시절을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보낸 그는 영국에서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기자로 인생을 새 출발 한다. 28세 때 잡지를 창간하고, 1990년대 말엔 130종의 잡지를 발행하는 큰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우린 뜨거운 바람을 불어 거품을 만들었죠. 인터넷의 새 법칙을 우리가 만든다고 믿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2000년 들어 닷컴 버블이 불어닥쳤어요. 6개월간 1000명을 해고했고, 회사의 자산가치는 매일 100만달러씩 추락했어요. 그땐 말로 할 수 없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테드 콘퍼런스를 참석한다. 무대엔 두 다리가 없는 미국 에이미 멀린스(Mullins)가 의족에 기대 서 있었다. 패럴림픽에 출전해 육상 신기록을 세운 장애인 육상 선수의 성공 스토리였다.

“멀린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 열정이 생겼어요. 저는 테드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깨달았어요. 미디어는 기사를 많이 생산해 주목 받기 원하잖아요? 페이지뷰가 얼마인지에 신경 쓰죠. 그런데 단순한 주목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주목도의 질이었어요. 독자가 똑같이 하나의 기사를 클릭해도, 정말 큰 열정을 가진 사람은 다시 돌아와 또 관계를 맺는다는 겁니다. 테드에 참석하려고 사흘간 휴가를 내는데, 그건 오로지 새 가능성에 대한 흥분 때문이었어요. 아무리 잡지를 만들어도 그 정도 참여도를 이끌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테드를 인수하고 CNN과 타임 등에 자신의 잡지사를 매각했다. 그는 테드를 비영리단체로 바꾸었고, 스스로는 월급을 받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테드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지금 테드는 어떻게 됐을까요?

“음. 여전히 소수의 청중이 관람하는 콘퍼런스로만 남아있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원래 테드는 IT 분야의 엘리트를 위한 것이었고, 토크는 전혀 공유가 되지 않았거든요. 테드의 가장 큰 전환점은 더 많은 대중에게 그걸 열었다는 데 있어요.”

―테드의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로드맵을 가지기에 세상은 너무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어요. 대신 우린 나침반이 있어요. 나침반은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확산하라고 말합니다. 고무적인 것은 지식에 환호하고 갈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우린 아직 이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어요.

우린 지식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가장 강력한 지식은 멀리 바라본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 자신을 정말 다양한 분야에 열면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04. business 1500개 강연을 인터넷 무료 공개하니 오히려 유료 콘퍼런스 인기 치솟아

콘퍼런스 참가비와 기업 파트너십으로 수익
아마존 회장 연 100만달러 기부

―이름이 와이어드지 전 편집장과 같은데, 이름이 같아서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하하하.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것 때문에 덕을 많이 봤어요(웃음). 사람들에게 농담으로 ‘전 사실 좋은 책도 많이 썼고요, 시간이 남을 때 와이어드지 편집장 노릇도 했답니다’라고 장난 삼아 말하죠. 하하. 사실 저랑 친한 친구예요. 저랑 공통점이 많아요. 둘 다 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하죠.”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테드가 개방(open), 준개방(semi-open), 폐쇄(closed) 전략 모델의 융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개방은 인터넷에 영상을 무료 공개한 것, 준개방은 돈을 내면 콘퍼런스에 참가할 수 있는 것, 폐쇄는 연사 선택 기준을 테드가 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과 맥이 닿은 것이 또 다른 크리스 앤더슨씨가 말한 프리미엄(Free+premium) 모델입니다. (95%의 범용 서비스는 공짜로 제공하되 나머지 5%의 차별화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소수에게 비싸게 팔아서 수지를 맞추라는 것) 인터넷은 무료인데, 실제 콘퍼런스는 비싼 돈을 받잖아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우린 사실 매우 좋은 케이스 스터디 소재예요. 연결된 세상에서는 무료로 콘텐츠를 나눠주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전엔 없었던 이유들이죠. 하나를 무료로 제공하면 그 영향력은 수십배 이상 커집니다. 나만이 갖고 있는 왕관에 붙은 보석을 떼어내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한 평판을 얻게 됩니다. 결국 돈을 내고 보는 저희 콘퍼런스의 가치가 치솟게 된 것입니다. 어떤 회사든 디지털 자산과 일회용 경험을 콘텐츠로 갖고 있는 회사의 공통점입니다. 디지털 자산은 수익이 ‘0’으로 가지만, 생중계 이벤트로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테드는 어떻게 돈을 벌까? 테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500만달러인데, 이 가운데 2700만달러가 2500달러~ 7500달러의 참가료를 받는 테드 콘퍼런스 등 3개 연중 행사에서 발생했다. 또 인터넷 강연 영상이 끝나면 기업 광고나 기업의 고객 관련 커뮤니티에 연결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델타항공·GE·리바이스·구글 등 수십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또 테드의 광팬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드를 막대한 돈을 삼키는 미디어그룹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정말 잘못된 편견이에요. 저희 조직은 매년 손익분기점에 맞추도록 설계됐어요. 남는 순익은 연간 몇 백만달러 수준인데, 저희의 다른 지식 콘텐츠 사업인 테드 에드(테드 교육영상), 테드 북스(테드 전자책), 그리고 매년 가장 값진 아이디어를 가진 연사에게 100만달러를 지급하는 ‘테드 프라이즈’에 재투자합니다.”

테드는 2008년에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테드엑스(TEDx)’ 사업이다. 테드라는 이름으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싶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테드 브랜드를 무료로 빌려주는 것이다. 그 뒤 대학, 기업, 정부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기관이 145개국 1700여개 도시에서 6000번의 테드엑스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서울 명동 등에서 행사가 열렸다. 테드엑스 서울 대표인 송인혁씨는 “청중 500명 신청을 마감하는데 1분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 앤더슨씨는 테드엑스의 의미를 “테드를 민주화하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테드를 현장에서 보고 싶지만 콘퍼런스 참가비를 낼 수 없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 기업, 이웃, 친구에게 깊숙하게 테드의 뿌리를 내려보자, 우리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고 그것을 일반인들에게 주자고 한 것입니다. 지난해 9월엔 스페인의 한 교도소에서도 테드엑스가 열렸습니다. 원래 테드엑스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엑스(x)’란 표현을 썼는데, 그 엑스가 ‘곱하기’의 ‘x’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나 테드가 너무 확장하면서 연사들의 강연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던데.

“물론 테드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테드의 목적이에요. 우리의 목적 자체가 통제력을 잃는 겁니다. 그래야 전 세계의 수천명이 오너십을 갖고 스스로 흥분의 불꽃을 점화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테드엑스 연사 중엔 질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좋은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05. mechanism 잘 짜인 드라마 같은 18분

모두가 참여하는 느낌 갖도록···선사시대 모닥불까지 분위기 복원
강연 전에 25번 리허설하기도···청중 네트워킹에도 각별히 신경

―테드의 강연 동영상을 보면 잘 짜인 드라마 같아요. 모든 환경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게 합니다. 비결이 뭔가요?

“테드는 선사시대의 캠프파이어 경험을 복원하려고 해요. 모닥불에서 불이 타고, 한 명이 물감을 잔뜩 칠한 얼굴로 앞에서 이야기해요. 또 누군가는 드럼을 치겠죠.모두가 참여해요. 지루하게 강단에서 혼잣말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것입니다. 8대의 고화질 카메라와 조명, 아름다운 무대. 우린 기본적으로 연사를 록스타로 만들어줍니다.”

―연사들은 얼마나 연습해야 무대에 오를 수 있나요?

“스웨덴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Rosling) 같은 사람은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25번 리허설을 하고 무대에 올라갑니다. 어떤 연사는 자신감에 차있고, 리허설이 필요 없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실제 콘퍼런스를 하기 전에 라이브로 한 번 정도 합니다.

최근엔 스카이프를 통해 리허설을 하고 있어요. 그걸 통해 피드백을 주죠. 콘퍼런스 하기 한 달 전에 보통 합니다.”

―강연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경우도 있나요?

“지난번 콘퍼런스 때 히트를 친 가수 아만다 파머(Palmer)의 경우는 정말 포기할 뻔 했습니다(웃음). 그녀는 콘퍼런스에서 ‘질문의 기술(The art of asking)’이란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파격적인 예술로 무대에서 큰 대중적 인기를 얻는 가수지만, 테드에서는 ‘카네기홀에 처음 서는 바이올린 연주자의 심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경험했어요. 18분 동안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죠. 그녀는 세스 고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를 포함해 수십명의 지인들에게 전화해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일일이 물었습니다. 또 자신의 블로그에 도움을 요청해 팬들이 단 댓글 수백개에서 조언을 얻었죠. 그렇게 원고를 쓰고 또 고치고 또 쓰고 연습했습니다. 결과는 정말 강렬한 토크였지요!”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도 고용하나요?

“때로 전문가도 씁니다. 요즘엔 우리가 그냥 도와요. 저희도 어느 정도 식견을 쌓았거든요(웃음). 예컨대 짐바브웨의 알란 사보리란 농부 연사가 있었어요.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몇 달 동안 연습했어요. 우리는 그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테드 강연은 내가 연구하는 기후 변화의 개념은 이런 겁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시작하지 않아요. 청중이 그걸 알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죠. 기후 변화 뭐가 문제일까요?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뭔지 아십니까? 그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이란 겁니다. 거짓이란 이유를 발견한 저만의 순간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결국 그의 이야기는 대히트를 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섭외할 만한 연사들도 부족해질 텐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퍼뜨릴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아직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공개 오디션을 봐요. 작년엔 전 세계 14개국에서 오디션을 해서 연사를 발굴했어요.”

테드는 연사에게만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1500명의 청중도 ‘선발’한다.

참가자는 참가비를 내야 함은 물론이고, ‘내가 이번 테드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에세이로 써서 제출해야 하며, 추천인도 적어내야 한다. 그런데도 콘퍼런스 1년 전에 참가 신청이 마무리될 정도다.

“청중들은 85여명의 연사만 보러 오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과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오죠. 그래서 누군가 점심을 같이해야 하는데, 앉아서 배울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가져가려고만 하고 주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테이커(taker)’만 많고 ‘기버(giver)’는 없는 자리가 돼버려요. 그런 사람을 피해야 하죠.”

앤더슨씨는 테드가 청중을 서로 연결시키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참가자를 뽑고 나선 ‘당신의 톱10을 소개한다’는 이메일을 보냅니다. 해당 참가자와 업무나 취향 등이 비슷한 10명의 사진과 정보를 보내줍니다. 누구랑 미리 저녁을 함께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거죠. 현장에도 테드 호스트란 직원을 따로 둬서 참가자의 관심 사항과 비슷한 사람을 연결합니다.”

무대 디자인 규칙과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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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적의 위치를 고려한 스크린
프로젝터나 비디오 스크린은 청중이 고개나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으면서 강연자를 방해하지 않은 방향에 있어야 함

2. 강연자를 위한 타이머가 정착된 무대 앞 모니터 화면
테드 강연 시간인 18분을 확인하며 준비된 강연을 할 수 있도록 무대 앞에 스크린이 설치함

3. 원형 카펫
주의를 강연자에게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음

4. 이중 조명
단선 조명은 역동적 퍼포먼스를 지루하게 만든다. 무대 바닥과 천장 등에 조명을 이중으로 설치해 효과를 극대화

5. 강연자는 청중석에서 무대에 올라서고 청중석으로 퇴장한다
테드는 뒷무대가 없음. 뒷무대에서 입장하고 퇴장하면 시간이 낭비되며 청중과 심리적 거리가 멀어짐.

[how to 크리스 앤더슨이 말하는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방법]

크리스 앤더슨씨는 지금까지 1500여명의 연사를 무대에 세웠다.
그는 “진짜 좋은 프레젠테이션은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고, 나만이 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겼을 때”라고 했다. 나만의 연설을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핵심 내용 하나에 집중하라

그는 “정말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청중이 이미 알 만한 것은 빼야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넣는 것도 금물이다. 가장 흥미롭고 청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 하나만 뽑아 깊숙이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때 ‘내용을 줄이면 의미를 왜곡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청중은 똑똑하므로 그들 스스로 맥락을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최근 에너지 관련 콘퍼런스에서 현직 시장과 전직 주지사가 각각 무대에 섰어요. 시장은 자신이 시에서 벌인 각종 사업을 늘어놓고 자랑하다 끝냈어요. 대신 주지사는 한 아이디어만 전달하려고 노력했죠. 시장은 ‘내가 정말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주지사는 ‘우리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전달한 겁니다.”

2 읽지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준비한 원고나 파워포인트를 읽거나, 핵심 포인트만 적어 말로 풀어내거나, 외우는 세 가지다. 앤더슨은 원고를 외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몇 년 전 한 연사가 모니터를 이용해 읽겠다기에, 어쩔 수 없이 콘퍼런스 뒤쪽에 모니터를 배치했어요. 처음에는 매우 자연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듬거렸고, 청중은 ‘그가 읽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급속도로 강연장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앤더슨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사가 강연 도중에 ‘어색함의 계곡(awkwardness valley)’을 지난다고 했다. 원고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 연설 도중 갑자기 문장을 까먹었거나, 교과서를 읽듯이 말하는 순간이다. 시간을 부단히 투자해 이 어색함을 넘어서야 자연스러운 연설이 가능하다. 정 못 외우겠으면 핵심 포인트만 종이 카드에 적어 놓고 연설하는 것도 차선책이다.

3 청중과 친구처럼 눈을 마주쳐라

몸의 움직임 없이 연설하는 게 가장 무대 존재감을 높인다. 다음은 눈 마주치기. 청중 5~6명을 찍어 지난 1년간 보지 못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눈을 마주쳐야 한다. 설령 준비가 소홀했다고 하더라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눈을 마주치면 훨씬 큰 효과를 낳는다.

긴장도 잘 다스려야 한다. 어떤 연사는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청중석에 있는데, 이 방식으로 긴장을 줄이고 청중과 가까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앤더슨씨는 “청중은 당신이 당연히 긴장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연설을 한 ‘콰이어트(Quiet)’의 저자 수전 케인은 무대에서 심각하게 떠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러나 자신과 싸우면서 무대에 끝까지 섰다는 그 자체가 그녀를 아름답게 만들었고, 그녀의 연설은 테드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연 중 하나가 됐어요.”

출처_조선일보
201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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