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그의 사진은 확신이다”_패션사진작가 ‘마리오 테스티노’의 사진전_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_10.19~11.30

[예술의 전당에서 사진전 여는 세계적 패션 사진가 마리오 테스티노]

다이애나·마돈나·케이트 모스… 유명인 숱하게 찍은 ‘초상사진 大家’
대담한 앵글로 선정성 논란 낳기도
“마음 나누기 전엔 촬영하지 않아… 완벽함·친밀감, 그게 내 사진의 힘”

그의 카메라는 확신(確信)이자 최면(催眠)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찍으면, 믿었다. 그의 이름 7음절이 새겨진 사진은 때론 논란을 불렀고, 대개 성공을 낳았다. 그가 찍은 사진 속 모델은 당대의 빛나는 스타로 등극하곤 했다.

‘세계 최고의 패션 사진가’로 불리는 마리오 테스티노(Testino·59)가 16일 한국에 왔다. 1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마리오 테스티노: 은밀한 시선’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7일 오전 전시장에서 테스티노를 만났다. 은발이 살짝 섞인 회색 머리칼, 188㎝의 훤칠한 키에 다부진 체격. 손엔 작은 콘탁스 똑딱이 카메라를 쥐고 있었고, 재킷은 입지 않고 슬쩍 어깨에 걸치고 나타났다. 그는 전시장 여기저기를 사진기로 찍으며 “멋지다” “근사하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인터뷰를 위해 그와 VIP룸에 마주 앉았다. 앉자마자 물었다.
“당신의 사진은 왜 남다르다는 소리를 듣는 걸까?”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산다. 인생의 어떤 순간에도 문을 닫아걸어 본 적이 없다. 열려 있는 사람이 기회를 만들고, 기회 속에서 특별해진다.” 첫 대답부터 짜릿했다.

◇ “최적의 파트너와 여건을 찾고 만든다”

―아시아에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을 거쳐 이번이 4번째 전시다.

“이곳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하게 돼 무척 만족스럽다. 한 바퀴 돌아봤는데 자연과 건축물이 잘 조화된 곳이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전시장 내부도 좋다. 사진전시는 조명이 생명이다. 자칫하면 천박한 빛을 보여주기 쉽다. 이번에 특별히 사진 한 장 한 장을 비추는 조명에 신경 썼는데, 적절한 빛과 우아한 어둠이 어우러져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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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서? 좋아요. 오케이.” 17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난 테스티노는 자신이 찍힐 때도 명쾌했다. 포즈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을 슬쩍 보고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퍼펙트.” /이명원 기자

―초창기부터 안나 윈투어(Wintour), 카린 로이펠트(Roitfeld) 같은 당대의 유명한 패션 에디터·스타일리스트와 작업해왔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최상의 사람들과 함께 일해온 셈이다. 이건 운인가?

“말한 대로다. 내 삶은 언제나 적절한 시기(right time)에 좋은 사람(right people)을 만나는 것의 연속이었다. 매번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 덕에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얻곤 했다. 하지만 그걸 우연이라고만 말할 순 없다. 대신 ‘원하면, 얻는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난 대충 주어진 상황에서 카메라를 드는 법이 없었다. 가장 좋은 파트너를 찾았고, 최적의 여건을 만들려 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윈투어는 지금의 윈투어가 아니었고, 로이펠트는 지금의 로이펠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뛰어난 재능이 있었고, 난 이들과 손잡는 법을 알았다. 그게 내 사진의 힘이다.”

◇ “경직된 것보단 어리석은 게 낫다”

―1990년대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Ford)와 손잡고 만든 구찌(Gucci) 광고 캠페인은 지금 봐도 대담하고 놀랍다. 여성의 음모(陰毛)에 글자 ‘G’를 새긴 사진, 여자 모델의 가슴에 손을 넣은 남자의 모습까지.

“논쟁적인 사진이었지만, 자신 있었다. 그건 나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닌, 현장에서 수많은 스태프와 대화하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으니까. 가령 여성의 몸에 ‘G’를 새긴 사진은 여러 사람과 대화하다가 얻은 아이디어였다. 마침 촬영 장소가 해변이었고, 장소가 장소인만큼 아무래도 옷을 살짝 벗고 찍는 게 더 자연스러워보였다. 옷을 벗는 장면을 찍다 보니 G를 몸에 새기는 것까지 얘기가 나왔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단순히 여성의 몸과 금기를 넘어 여러 가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라고 믿었다. 선정적이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 폭력적이고 나쁜 사진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다만 인간의 몸과 아름다움, 그리고 패션을 담았을 뿐이다. 몸은 몸일 뿐이다.”

―패션 사진은 대개 철저한 준비와 기획으로 완성된다. 당신의 사진은 어떤가?

“나 역시 수많은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 세트 디자이너,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일한다.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지만 완벽하게 세팅된 그 장소에 일단 서면, 난 즉흥(卽興)을 좀 더 섞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사진은 어차피 그림과 다르다. 모델 한 명을 놓고 같은 자세로 1시간 넘게 그리는 게 그림이라면, 사진은 찰나를 담는다. 포토 저널리즘이라는 것도 결국 그런 것 아닌가. 그래서 현장에서 난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하고, 끊임없이 사람들과 대화한다. 패션 사진가에게 대화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 누가 어떤 바보 같은 제안을 해도 일단 다 받아들인다. 경직된 것보단 어리석은 게 결국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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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나오는 테스티노의 작품들. 위 왼쪽부터 레이디 가가(2009),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1997), 마돈나(1999), 아래 왼쪽부터 케이트 모스(2006), 커스틴 던스트(2009), 조시 하트넷(2005). /마리오 테스티노 제공

―즉흥과 충동으로 빚어낸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전시에 소개한 중국 바오와오완에서 찍은 보석 화보. 소림사의 승려들과 모델들이 파티에서 어울리는 장면을 찍은 것인데, 실제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몸을 움직일 때 승려들이 무술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술을 마시다 말고 카메라를 집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세팅된 장소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사건을 찍은 사진이다.”

◇ “서로 마음이 풀어질 때, 나는 찍는다”

―초상 사진(portrait)의 대가라고도 불린다. 숱한 유명인사들이 당신의 이름만 믿고 카메라 앞에 선다. 비결이 뭘까.

“믿게 하는 것. 내 사진은 언제나 친밀감 속에서 빚어진다. 여러 번 만나 이야기하고 친해지고 마음을 나눈 다음에야 카메라를 든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과 사진을 찍을 때도 그랬다. 여러 번 만나 차를 마셨고, 첫 촬영 땐 내가 먼저 소파에 몸을 던져 그녀를 웃겼다. 그다음부턴 순조로웠다. 다이애나는 그때부터 소파에 누워 끊임없이 깔깔댔고, 난 그냥 찍기만 하면 됐다. 케이트 모스와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난 그녀와 종종 꿈과 비밀을 공유한다. 그 덕에 그녀와 찍은 사진은 대개 투명하고 정직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과 마음이 통하긴 어려울 텐데.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작업하지 않는다. 사진가는 마법사가 아니다. 어차피 모두를 잘 찍을 순 없지 않나? (웃음) ”

―그렇다면 당신이 끌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재밌고 독특하고 늘 만나도 새로운 사람.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내겐 그런 사람이다. 만날수록 흥미롭고 오래 만나도 처음 보는 것 같은 매력을 풍긴다.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그녀는 매번 내게 영감과 기쁨을 준다. 얼굴만 예쁜 모델에겐 별 관심 없다. 본질이란 결국 (머리를 짚으며) 여기, 그리고 (가슴을 짚으며) 여기에 있는 법이다.”

◇ “내가 잊지 않는 세 가지는 우아함, 즐거움 그리고 관능”

―30년 넘게 패션 사진을 찍었다. 나이 들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사진을 보는 눈도 달라질 것 같은데.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평생 수많은 나라를 떠돌았고, 수많은 사람을 찍어봤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나를 만나고 또 떠나간다. 변하지 않으면 이 흐름에 적응할 수 없다. 난 매일 달라졌고, 매일 진화했다. 열려 있음과 진화. 나를 설명하는 두 단어다.”

―그렇게 오랜 세월 매일 같이 변하고 진화했음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철학이나 믿음이 있다면, 그건 뭘까?

“세 가지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아함(elegance)과 즐거움(fun), 그리고 관능(sex).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적절하게 섞느냐에 따라 사진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그건 결국 ‘럭셔리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될 거다. 패션 사진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또 아름답고 또 갖고 싶어야 한다. 내겐 다행히 작은 일에도 감탄하고 또 감동하는 능력이 있다. 사진가가 행복할 때, 사진도 빛이 나기 마련이다.”

―아직 못다한 작업이 있다면 그게 뭘까?

“노래! 이제부터 난 가수가 될 거다. 하하, 농담이고, 지금까지도 난 사진 기술가라기보단 이미지 기획자에 가까웠다. 사진기를 만지는 일보다는 큰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완벽한 사진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 지휘봉을 잡는 쪽이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할 것 같다. 사진가라는 틀에 갇혀 있기보단 기획자, 지휘자, 디렉터로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물론, 노래도 하겠지만. (웃음)”

☞마리오 테스티노

마리오 테스티노는 1954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다. 1976년 런던으로 이주해 정착,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런던과 뉴욕, 파리를 오가면서 수많은 패션 화보를 찍었고, 독창적인 감각의 광고 캠페인으로 구찌·베르사체·돌체&가바나·버버리 같은 패션 회사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2002년 영국 국립초상화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초상화(Portraits)’는 이 미술관 역대 최고 방문객 수를 경신했다.

테스티노는 에이즈 펀드, 암 예방 활동을 위한 기금 마련에 적극적인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남동생이 열 살에 간암으로 숨진 것을 본 이후, 그는 평생을 아동 질병 예방을 위한 활동에 헌신해왔다. 2012년엔 자신의 작품을 영구적으로 관리하고 모국 예술 활동을 돕는 비영리 문화 기구 ‘메이트(MATE)’를 페루 리마에 세우기도 했다.

[은밀한 시선展] 초상으로 만나는 ‘시대의 아이콘’

‘마리오 테스티노: 은밀한 시선’은 마리오 테스티노의 대표 사진 86점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레이디 가가·케이트 모스·마돈나·브래드 피트·데이비드 베컴 등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 유명인사의 인물 사진, 구찌·베르사체 같은 회사나 보그·베니티 페어 등 패션 전문지와 손잡고 찍었던 패션 화보,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 윌리엄·케이트 미들턴 왕세손 부부 같은 영국 왕실 가족의 초상 사진 등이다. 테스티노는 “30년 넘게 찍었던 사진을 추리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그의 사진 인생의 정점(頂點)과 패션 사진사의 가장 빛났던 순간을 함께 보여준다. 문의 (02)790-3763.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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