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大義를 품은 두 경영인_’파타고니아’ 창업자 쉬나드와 ‘탐스슈즈’ 창업자 마이코스키

우리의 1순위는 돈이 아닙니다

大義를 품은 두 경영인

‘파타고니아’ 창업자 쉬나드
제품 만들 때부터 환경 생각
매출 1%는 환경단체에 기부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마라”
2011년 NYT에 광고하기도

‘탐스슈즈’ 창업자 마이코스키
신발 한 켤레 팔면, 다른 한 켤레는…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기부
7년간 60개국에 1000만 켤레 전달

“누군가 돕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저에게 가장 큰 보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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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정인성 기자

[매출 1% 기부의 울림] 환경이 우선… “빨리 성장할수록 빨리 죽는다”

“파타고니아가 폴로 셔츠를 만든다면, 스쿼시, 테니스 그리고 음… ‘골프마저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지난달 21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 벤추라의 메리어트호텔 2층 연회실은 한바탕 웃음판이 됐다. 아웃도어 의류 업체인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창업자 겸 회장(75)은 곧 진행될 신제품 패션쇼를 앞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서핑 수트부터 암벽 타기 등산복까지 만드는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골프는 운동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런데 쉬나드 회장이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선 골프장에서도 입을 수 있는 ‘다기능’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하자 직원들이 웃음보를 터뜨린 것이다. 그는 진회색 바지와 빛바랜 감색 스웨터에 밑창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낡은 스니커즈를 신고 무대에 올라섰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연설했다. “패션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패션으로 세상을 구할 수도 버릴 수도 있어요.”

다음 날 오전 7시. 쉬나드 회장을 2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한때 암벽 등반가로 명성을 날린 그는 몸매가 작지만 다부졌다. 1973년 설립된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최고 이념으로 내세운 기업이다. 유기농 면으로만 옷을 만들고,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2007년 미국 잡지 포천은 지구에서 가장 ‘쿨(cool)’한 회사로 이 회사를 꼽았다.

―2011년 뉴욕타임스에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라는 광고를 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기본 목적을 포기한 것인가요? 일종의 마케팅 수법인가요?

“따지고 보면 친환경적 제품은 없습니다.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 자체가 지구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인간은 유한한 자원을 낭비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해한 종(種)입니다.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품 자체를 생산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적게 쓰는 것이 답입니다. 우리는 별로 필요도 없는데도 물건을 삽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새 재킷을 사라고 마케팅하는 대신 반짇고리(sewing kit)를 내놓았습니다. 중고 재킷을 수선해 입으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이 단추를 다는 법을 몰라 수선에 관한 동영상 설명서도 만들었어요. 중고 제품을 쓰도록 하는 것은 지구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아주 책임감 있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권하는 별난 회사인데도, 지난 8월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이 회사는 노스페이스에 이어 점유율 2위(12.7%)를 기록했다(레저 트렌드 그룹 조사).

쉬나드 회장은 “우리의 사명은 과소비가 쿨하지 않게(uncool)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낡고 너덜너덜해진 바지를 입는 것이 더 쿨해 보이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가엔 인자하고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뭐든 설명을 끝내고 나서 “그것뿐이야(That’s it)”라고 덧붙였다. “욕심 낼 것 뭐 있어?”라고 되묻는 것 같았다. 지구의 운명에 대한 그의 비관론은 계속됐다.

“난 유명 과학자들과 계속 교류하는데, 다들 지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시리아 전쟁이 왜 터졌나요. 시리아 북부 지역의 6년 가뭄이 촉발했잖아요? 2050년까지 인간의 자원 사용량은 현재의 5배까지 늘어날 것입니다. 이건 도무지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그는 “문제의 근원은 기업이 끝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근원은 성장 지상주의”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매년 대체로 전년 동기 대비 15%씩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필요하지도 않은 수요를 자극해 성장을 도모하지요. 모든 사람은 성장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growing stronger)과 뚱뚱하게 성장하는 것(growing fatter)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파타고니아는 한 해는 30%, 다른 한 해는 25%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위기가 풀렸다는 올해는 5% 정도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위기 때 소비자들은 오래 쓸 제품을 선호하지만, 경기가 풀리면 마케팅이 강한 패션 상품에 눈길을 돌립니다. 올해 저성장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는 “비즈니스에선 빨리 성장할수록 빨리 죽는다”며 “장기적 계획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장회사의 초점은 ‘성장’뿐입니다. 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를 넘어 성장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결국 죽습니다. 저는 모든 의사 결정을 지금부터 100년 후를 기준으로 내립니다.”

유기농 면으로만 옷 만들어

1991년 파타고니아는 면화를 재배할 때 엄청난 농약과 인공 비료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일반 면화를 사용한 의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1996년 봄부터 파타고니아의 모든 면직류는 100%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으로 만든다. 쉬나드 회장은 “상장 기업이라면 매출의 25%나 차지하는 상품 생산을 중단할 수 있었을까요?”라며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마무트가 유기농 면을 쓸 수 없는 이유는 상장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회장님은 어린 시절에 스스로가 악동이었고 문제아였다고 했는데, 지금은 큰 사업가가 됐습니다.

“제겐 변화를 좋아하는 DNA가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것이 기업가 DNA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는 손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가령 컵을 볼 때 중얼거립니다. ‘아, 저것보다 더 좋은 컵을 만들고 싶어.’ 제가 취미로 암벽을 타다 더 좋은 등반 장비를 만든 것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기업가는 늘 ‘구멍(hole)’을 봅니다. 요즘 낚시를 즐기기에 더 좋은 낚시 추를 만들 궁리도 해봅니다.”

그는 “지옥은 제품이 아니라 광고로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담배 제조사 말보로가 카우보이를 내세워 광고하는 것은 ‘조작’에 가까운 행위라고 했고, 샌프란시스코 아웃도어 매장에 아시아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로고를 사려는 수요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최근에 낸 책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에서 “현재 세계는 ‘포스트컨슈머리스트(post-consumerist·소비 지상주의를 반대하는 운동)’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는 우리와 달라요. 그들은 우리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들은 광고를 믿지 않아요. TV도 안 봐요. 그들은 또래와 직접 소통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하룻밤에 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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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본 쉬나드 회장은 암벽 등반보다는 낚시와 서핑을 즐긴다. / 파타고니아 제공

낚시와 인생은 닮아… 잘할수록 단순하게 즐겨

그가 환경 문제를 파고든 것은 파타고니아 설립 이전 등산 장비를 생산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신이 생산하는 암벽 등반용 강철 피톤이 암벽을 망가뜨리는 것을 보고 암벽을 훼손하지 않는 대체 장비인 알루미늄 쐐기를 개발했다. 그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등반 방법인 ‘클린 클라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도사가 됐고, 알루미늄 쐐기 판매는 급증했다.

그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약 20년 뒤 파타고니아의 독특한 사명 선언문으로 표현됐다.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최고 품질로 만들고, 제품 생산으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으며,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아 널리 알리고 실천한다.’

―환경 문제는 복잡합니다. 머그컵이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이라고 하지만, 머그컵은 씻을 때마다 물을 써야 하니 오히려 자원을 더 낭비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그린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합니다. 최근 유기농 유아식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한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녀는 회사에 대해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의 유기농 당근은 멕시코에서 왔나요? 알제리에서 왔나요? 수송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물은 오래된 우물물이었나요? 빗물을 썼나요? 당근을 키우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월급을 받았나요?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질문을 많이 할수록 우리가 무시해 왔던 수많은 문제점이 보입니다. 도요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섯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1~2개만 질문하면 진정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파도 치면 일 그만두고 서핑하러 갈 수 있어

그는 환경 파괴의 주범인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삶을 좀 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최근 낚시에 대한 책을 썼는데, 낚시도 등산도 인생살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낚시나 등산을 잘하게 되면 될수록 단순한 방법으로 즐기게 됩니다. 남들보다 적은 장비를 쓰면서 말입니다.”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쉬나드 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는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 동기 부여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 그냥 내버려 둔다”고 말했다. 해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 회사는 직원들이 파도가 칠 때는 일을 때려치우고 언제든지 서핑을 갈 수 있도록 자유 근무제를 실시한다. 쉬나드 회장이 2005년에 낸 책 제목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 된 이유다.

그는 “파타고니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일을 사랑할 뿐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 인간의 우수성을 이끌어내면서도 큰 사업적 성과를 내는 두 가지 목표를 다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출신… 북한산 암벽 등반코스 개발

쉬나드 회장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63년 그는 주한 미군 부대 소속 군인이었다. 그는 틈만 나면 북한산 인수봉에 올라갔다. 그가 개발한 북한산 암벽 등반 코스를 지금도 ‘쉬나드 A길, B길’이라고 한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6조원 규모로 급성장했습니다. 이에 비해 파타고니아의 한국 매출은 미미합니다(그의 얼굴에 일순 아쉬운 기색이 흘렀다).

“한국 시장이 그렇게 급성장할 것을 우리는 제대로 예측 못 했어요. 뒤늦게 한국 시장에 뛰어든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코리아팀(지난 1일 파타고니아 코리아가 출범했다)에게 무조건 성장을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계획은 다음 주에 낚시하러 가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당신한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제 선(禪) 철학에 따르면 그래요.”

[1켤레 기부의 기적] 돈만 좇다 4번 실패… “남 도우려했더니 성공 찾아와”

한때 테니스 스타를 꿈꾸던 대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꿈을 접게 된다. 그는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세탁소, 케이블 방송, 자동차 운전 학원, 실외 광고 업체…. 그는 네 차례 창업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낙담해서 머리를 식힐 겸 떠난 아르헨티나 여행에서 그의 인생이 바뀐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 신는 ‘알파르가타’라는 신발이었다. 부드러운 캔버스 천으로 된 이 신발의 품질을 개선해 외국에 팔면 인기를 끌 것 같았다. 또 하나 목격한 것은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아이들이 신발 살 돈이 없어 맨발로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신발 기부 활동을 벌이는 미국인 여성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은 발에 상처가 나고 파상풍 같은 각종 질병에 걸려요. 또 전적으로 기부에만 의존하다 보니 신발 기부량이 일정하지 않아요.”

그때 그의 머릿속에 ‘신발 기부를 사업과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소비자에게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다른 신발 한 켤레를 가난한 아이에게 기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른바 ‘일대일(one for one)’ 기부 원칙이다.

그는 회사 이름을 탐스슈즈(Toms Shoes)로 정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창업 첫해 1만 켤레, 지난 7년간 1000만 켤레를 팔았다. 신발 디자인이 단순하면서도 편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탐스의 독특한 기부 방식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이 회사 신발을 사줬기 때문이다. 물론 일대일 기부 원칙을 지켜 1000만 켤레가 넘는 신발을 에티오피아 등 개발도상국 60개국 어린이들에게 기부했다.

탐스슈즈의 창업자이자 사장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37·Mycoskie) 씨를 로스앤젤레스 본사에서 만나 창업 이유를 물었더니 그의 답변은 이랬다.

“이 결정은 매우 본능적이었습니다. 네 번이나 창업했지만, 한 번도 기분 좋은 창업을 한 적이 없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담은 기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객들이 일대일 기부 모델에 흥미로워하며, 이해하기 편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자신이 한때 ‘창업하는 기계’였다고 털어놓았다. “탐스 이전까지는 돈과 성공만 보고 창업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큰 모순이 뭔지 아세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이 작은 사업이, 제가 일군 기업 가운데 가장 커졌다는 겁니다. 저에게는 일종의 업보(Karma)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저에게 가장 큰 보상을 주었거든요.”

그는 가장 존경하는 사업가로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회장을 꼽았다. “그는 비즈니스에 수많은 목적을 설계했습니다. 그의 직원들은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데, 그것은 기업의 큰 목적이 일을 지지해 주기 때문이에요. 저도 그런 정신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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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코스키 탐스슈즈 창업자가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있다. 그는 “신발을 기부받은 아이들은 인생에 자부심과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 탐스슈즈 제공

낡은 2층짜리 영화 제작소를 개조해 세운 탐스슈즈 본사는 로스앤젤레스 해변에서 차로 7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직원 350명이 일하는 회사에 들어서자 로비 벽에 미국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ead)의 말이 걸려 있었다.

“소수의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마라. 실제로 세상은 그런 소수에 의해서만 바뀌어 왔다.”

마이코스키 사장은 머리 뒤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었고, 페인트가 묻은 바지에 탐스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의 사명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이용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비즈니스는 사람들의 삶에 상처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환경을 해쳤습니다. 지금 비즈니스에서 기회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완전 헛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목적은 더 이상 이익을 내는 데만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니즈와 기업의 니즈를 조화하는 것만이 기업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판매 목표 700만 켤레

그는 “탐스에서 신발을 사면 기업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일종의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린 기업이 아니고 운동입니다. 운동은 기업보다 큽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대일 기부를 하면 이윤이 너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일대일 기부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회사의 목적 자체가 이익 극대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린 다른 신발 회사보다 훨씬 적은 이익을 냅니다. 저희가 파는 신발과 안경은 전통적으로 다른 패션 아이템보다 마진이 높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대일 기부를 실천할 수 없어요. 다른 비용 지출도 줄입니다. 저희는 마케팅과 광고 비용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또 신발을 다섯 가지 종류만 만들어 디자인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합니다.”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신발은 판매하는 신발과 다르다. 현지 기후와 사정에 맞춰 따로 제작된다. “검은색 캔버스 신발이 있는데, 그건 학교 등교용입니다. 운동용 신발도 있고요. 몽골처럼 추운 지방을 위해 부츠도 만들었습니다.” 기부되는 신발은 현지 비영리 복지단체를 통해 전달된다. 탐스슈즈는 2011년부터는 일대일 시력 회복 사업을 시작했다. 탐스 선글라스를 하나 팔면, 가난한 나라 아이에게 안과 치료비나 안경이 기부된다.

탐스슈즈는 상장기업이 아니라서 경영 실적을 공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매출이 3억8500만달러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 회사의 올해 신발 판매 목표 700만켤레에 신발의 평균 가격 55달러를 곱한 것이다(미국의 경영 월간지 패스트컴퍼니 보도).

그러나 탐스가 급성장하면서 비판도 커졌다. 신발 기부로는 가난한 아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립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탐스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2015년까지 탐스 신발의 30%를 아이티 등 기부 대상자가 사는 현지에 공장을 세워 생산할 계획이다.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제가 탐스를 시작했을 때, 저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저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신발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점점 배우면서 느낀 점은, 진짜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려면 교육을 해야 하고, 일자리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업 초창기 탐스는 아르헨티나 제화공들로부터 신발을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아르헨티나와 중국 등 4개국에 자체 신발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최고의 라이프 스타일은 ‘방랑자의 기부’

―신발 사업을 시작할 때 첫 목표는 250켤레만 파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폭발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더니 어느 순간 8주 동안이나 대기 예약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빨리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젠장, 신발이 부족해! 신발을 더 만들어야 돼!’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납니다.”

탐스는 스토리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도 회자된다. 탐스는 TV 광고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 소비자의 입소문만으로 성공했다.

―기업에서 가장 핵심이 돼야 할 부분이 스토리라고 저서에서 강조하셨죠?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광고보다 스토리에 더 열광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또 그 스토리를 계속 이어나가는 데 열정을 쏟는 것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는 탐스가 전달하려는 라이프 스타일은 한마디로 ‘방랑자의 기부(vagabond’s philanthropy)’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붙어 있던 사진들을 가리켰다. 최근 고객들과 함께 네팔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어린이에게 신발을 주는 고객, 네팔의 명상가와 대화를 나누는 고객 사진도 있었다.

“사람들은 기부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여행도 좋아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그것이야말로 진짜(authentic)입니다. 전 ‘진짜’란 단어를 많이 쓰는데, 그것은 무언가 내게 진짜로 느껴지지 않으면 시간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혁신은 모두 똑같이 보는 걸 다르게 보는 것

―많은 기업이 혁신은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탐스는 인간이 태고 때부터 신던 신발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사장님이 생각하는 혁신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혁신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바라보는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다른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죠. 우리가 파는 신발은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줍니다. 우리가 파는 선글라스는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시력을 줍니다. 바로 그것이 혁신입니다.”

―’성공’에 대한 정의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성공은 세 가지의 조합 같아요. 행복한 일을 하면서, 남을 돕고, 돈을 버는 것입니다.”

―저서 ‘탐스 스토리’에서 “부모 세대 때 태어났다면 탐스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죠.

“과거 세대는 글로벌하지 않았어요. 그냥 자신이 사는 지역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달라졌어요. 어린아이들조차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대예요.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의 기본 아이디어는, 비즈니스가 세상에 선량함을 만들기 위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비즈니스는 제대로만 한다면 종교나 정부보다 위대한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무엇입니까?

“예전에 사업에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직원들을 해고할 때였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케이블 방송사를 경영한 적이 있는데, 거기선 40명을 해고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탐스 신발이 가장 많이 팔립니까?

“미국입니다. 그다음이 영국, 한국, 필리핀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탐스 모조품이 많이 나온다는 거에요(웃음).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면 ‘짝퉁’ 탐스를 사고는 가난한 아이를 돕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출처
조선일보
201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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