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사진찍힌 여인들, 진짜일까 가짜일까’_日 현대사진 거장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전_12.5~2014.3.23_삼성미술관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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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한 사진가가 7년 만에 교토의 고찰(古刹)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의 촬영 허가를 받았다. 불상 촬영에 집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13세기 모습 그대로인 천수관음(千手觀音)과 그를 따르는 이십팔부중(二十八部衆)을 창건 당시의 이상적인 광채 속에서 보고 싶다는 욕심. 사진가는 여름의 열흘간 아침 다섯 시 반부터 세 시간 동안 입당 허가를 받았다. 서쪽에 위치한 1001개의 불상군은 동쪽으로부터 들어오는 새벽빛을 받아 극락처럼 빛나다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죽음처럼 그늘에 잠겼다. 천 장의 불상 사진을 찍어 백만 개의 불상을 찍어낸 사진가는 그 이후 ‘하나의 불상을 만드는 심정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다 보면 신앙이 거의 사라진 이 세상에서, 불법(佛法)과 같은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본 현대사진의 거장 히로시 스기모토(65·아래 사진)는 그렇게 불상 사진, ‘부처의 바다'(1995) 연작을 찍었다. 5일부터 내년 3월 23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의 ‘히로시 스기모토―사유하는 사진’에 이 연작이 나온다. 사진으로 만든 3채널 영상 ‘가속하는 불상'(1997/2013)도 이때 제작된 것이다. 5분짜리 영상 속에서 1001개의 불상은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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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헨리 8세와 여섯 부인을 소재로 한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품 ‘초상’ 연작의 일부. 왼쪽부터 ‘캐서린 하워드’ ‘아라곤의 캐서린’ ‘캐서린 파’. 마담 투소 박물관의 밀랍 인형을 촬영한 것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영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왕인 헨리 8세와 여섯 부인을 소재로 한 ‘초상’ 연작도 눈길을 끈다. 여섯 명의 여자와 결혼하고, 그중 두 명을 사형시킨 무정한 남편의 부인들 사진이 관람객을 만난다. 초상화를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사실 마담 투소박물관의 밀랍 인형을 찍은 것. 사진과 그림,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보여주는 작가의 위트가 돋보인다.

전시장 입구엔 까만 바탕에 하얀 나무 뿌리가 늘어진 것 같은 사진이 걸렸다. 작품 제목은 ‘번개 치는 들판’. 그러나 사진에 담긴 건 나무 뿌리도, 실제 번개도 아니다.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필름 위에 40만 볼트의 전기를 방전시켜 ‘번개 효과’를 냈다. 작가는 묻는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실제 ‘번개’인가, 아니면 당신이 ‘번개’라 믿는 것인가? 사진이란 대체 뭔가? ‘재현’이란 대체 무엇인가?”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대표작과 조각설치, 영상 등 49점이 나온다. 관람료 일반 7000원. (02) 2014-6900

출처_조선일보 201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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