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英 수리 서비스 업체 팀슨社 팀슨 사장

2012.01.28 03:02

본사도 없고 명령도 없는 “거꾸로 경영”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장 직원
관습에 매이지 않는 사람 뽑아 자유를 주고 인내 있게 기다려라”
“최상의 서비스가 최고의 마케팅
손님들 입소문이 최고의 광고 850개 매장이 스스로 돌아간다 “

▲ 텔레그래프

147년 전 맨체스터에서 창업한 영국의 가족 기업 ‘팀슨(Timpson)’. 구두수선·시계수리·열쇠제작·글자새김·사진인화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 800여곳을 운영한다. 해외 매장은 없다. 직원 2700명에 연매출 1억5000만파운드(약 2600억원). 글로벌 첨단 대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팀슨은 “어떤 상황이나 실패에도 재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춘 기업”으로 손꼽혔다. 그것도 “구글(Google)과 함께”였다.(파이낸셜타임스 시니어 칼럼니스트 팀 하포드의 저서 ‘어댑트’)〈2012년 1월 7~8일 Weekly BIZ 참조〉

팀슨의 경영 방식은 ‘거꾸로 경영(upside down management)’으로 불린다. 팀슨의 매장들은 본사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각 매장은 지역 특성, 고객 성향에 맞춰 마케팅 전략, 할인·판촉 행사, 진열 방식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한다. 갓 채용된 직원이라도 손님의 형편에 따라 수리비를 낮춰 받을 수 있다. 손님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500파운드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본분을 다할 것” 그리고 “손님에게 받은 수리비는 돈통에 넣을 것”.

팀슨의 CEO 존 팀슨(John Timpson·69)은 “고객은 끝없이 변한다.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중앙집중식 통제 경영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한 푼이라도 싼 곳, 조금이라도 수리를 잘하는 곳으로 언제든지 옮겨간다. 본사에서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기준을 높이는 지시를 내릴 동안 경쟁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매장 직원들이 현장에서 고객들을 바로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팀슨이 거꾸로 경영을 하는 이유다.”

팀슨 CEO는 “거꾸로 경영이 성공하려면 직원들부터 잘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습과 규칙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안된다. 책상에 앉아 규정이나 만들고 비용절감에만 신경써선 안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 ‘괴짜’라도 좋다. 이런 사람들을 채용한 뒤 신뢰와 자유를 줘라. 그들이 고객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CEO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거꾸로 경영이 자리잡으려면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팀슨 CEO는 그러나 “회사가 직원들에게 신뢰와 자유를 주는 만큼 책임과 의무를 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과 나쁜 직원은 회사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제멋대로 행동하고 동료를 불편하게 만드는 직원들도 필요없다. 한 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사람이 없다고 일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과 타협해서는 안된다. ‘잘 가라(Goodbye)’고 바로 말해야 한다.”

Weekly BIZ가 팀슨의 CEO 존 팀슨을 지난 18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났다.

창업 147년째 5대(代)를 이어온 가족 기업 팀슨(Timpson)의 역사는 1972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현재 팀슨의 CEO인 존 팀슨은 당시 29세 청년. 창업자 집안에 태어난 덕분에 이미 2년 넘게 이사회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회사는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시간만 흐르면 언젠가 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물려받을 걸로 누구든지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9월에 열린 이사회가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팀슨 CEO는 “회사의 공동 주주였던 아버지의 사촌 형제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우호(友好) 지분을 모아서 아버지를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쫓았다. 아버지를 해고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때까지 90초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100년 넘게 오너 자리를 지켜온 집안의 후계자이던 팀슨 CEO는 한순간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공동 주주였던 친척의 쿠데타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함께 쫓겨나 계열사 월급사장 맡아 경영 수업
10여년 뒤 CEO 복귀, 회사 되찾아

◇3대(代) 못 넘긴 부잣집… 10년 만에 재기

실업자가 된 팀슨은 몇 달을 정원 가꾸기와 골프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회사는 이미 새 주인에게 팔렸다. 앞으로 계획이 전혀 없었던 존 팀슨은 어느 날 팀슨을 사들인 새 주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작은 계열사 하나를 맡아보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오너 자리에서 쫓겨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매우 화가 났다. 내 삶은 그 순간 완전히 바뀌었다. 내 나이 29세, 아버지 나이 61세였다. 아버지는 자기 삶을 바친 회사를 한순간에 잃었고, 난 내 삶을 바칠 대상을 잃었다. 난 앞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시 일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당시 난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사람을 믿지 말 것’, 둘째는 ‘경영자는 회사를 100%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1%라도 허점이 있으면 경영에 실패한다. 셋째는 ‘만약 믿었던 사람이 날 실망시켰을 경우 놀라지 말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황태자'(오너의 아들)에서 ‘머슴'(월급쟁이 사장)이 됐다.

“일자리를 갖게 된 것만으로 기뻤다. 처음 전화 왔을 땐 완전히 손을 떼라는 말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팀슨의 새 주인도 가족 기업 경영자였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나를 딱하게 여겼던 것이다. 당시 새 주인이 맡긴 회사는 매장 60개를 가진 의류 판매업이었다. 작은 회사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그때 어떻게 새 주인에게 인정받았나?

“어느 금요일 아침, 버밍엄 뉴스트리트에 있는 매장에서 불이 나 모든 상품이 연기에 휩싸이는 피해를 봤다는 소식을 접했다. 난 2년 전, 팀슨의 윔슬로 신발 매장에 불이 났을 때 ‘화재 세일(Fire Sale·화재 피해를 본 상품을 싼값에 파는 것)’을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종업원들에게 ‘문을 닫고 다음 주 금요일까지 문을 열지 마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주 금요일 우리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화재 세일’을 시작했다. 그때 이틀간 매출이 그전 20주 동안의 매출보다 많았다. 주간(週間) 매출만 놓고 보면 당시 팀슨이 속한 그룹의 전체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이때의 성공으로 나는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월급쟁이 사장 생활을 하며 CEO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을 다 배웠다던데?

“그 작은 계열사를 운영하며 각 매장을 방문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직원들에게 명령하는 것보다 설득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배웠다. 또한 직원들에 대해 잘 아는 것,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다
급한 손님 위해서 연장 영업하고 사정 어려운 고객에겐 가격 깎아줘
모든 판단과 결정을 점원에게 일임

◇남의 간섭 받지 않는 내 사업을 하겠다

계열사를 경영할 때 두각을 드러낸 존 팀슨은 새 주인에게 그 능력을 인정 받아 이사회에서 쫓겨난 지 2년여 만인 1975년 팀슨 임원으로 복귀했다. 1983년에는 다시 회사 지분을 사들였다. 10년 만에 잃어버렸던 회사를 되찾은 것이다. 이어 1985년 드디어 팀슨의 CEO가 됐다.

―팀슨으로는 어떻게 돌아갔나?

“어느 월요일 아침, 리버풀 볼드 스트리트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팀슨의 매니징 디렉터로 돌아갈 생각이 있느냐’는 전화였다. 그 순간은 정말 ‘마법’ 같았다.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CEO로 복귀하게 된 건?

“1982년 어느 날, 나와 부인 알렉스는 자선 파티에 초청을 받았다. 이때 새 주인은 내게 팀슨을 살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난 기쁘면서도 겁이 났다. 예전 기억 때문이었다. 또 잘못되면 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인 알렉스가 ‘당신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날 설득했다. 나 역시 알렉스의 설득에 넘어갔다. 당시 우리는 돈이 없었다. 집과 모기지 대출이 전부였다. 은행을 찾아가 설득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당신은 지분 100% 확보를 고집한다. 이유는?

“1972년 아버지가 쫓겨날 때 얻은 교훈이다. CEO는 100% 지분을 장악해야 힘이 생긴다. 단 1%라도 허점이 있으면 경영권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기업 장악력도 약해진다. 우리 집안은 3대째로 내려오면서 사촌 수십명에게 지분이 다 나눠져 있었다. 아버지의 사촌은 그 나눠져있던 지분과 다른 우호적인 지분을 하나둘씩 모아 아버지를 공격했던 것이다.”

―회사를 되찾은 후 팀슨의 모(母)기업인 신발 판매 분야를 팔았다.

“팀슨의 시작은 신발 판매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 분야는 너무 많은 저가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수익이 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렀고, 고객도 변했다. 신발 판매는 더 이상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1987년 난 신발 판매 부문을 처분했다. 대신 신발 수선 분야를 보강했다. 회사의 뿌리에 연연하기보다 앞으로 있을 변화를 읽은 것이다.”

거꾸로 경영을 하는 이유?
점원들만이 고객이 뭘 원하는지 알아
자유를 줬는데도 결과가 안 좋을 땐 난 그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거꾸로 경영… 팀슨의 성공

우여곡절 끝에 찾은 기업이었지만 팀슨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동안의 교훈을 모두 잃고 다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경영 스타일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손님은 모두 달랐고 심지어 시간에 따라 변했다. 일정한 원칙을 점원들이 지키는 것도 어렵지만, 지킨다고 하더라도 손님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거꾸로 경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70년대에 난 ‘직원들이 해야 할 10가지 서비스 규칙’을 써서 각 매장에 내려보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실패를 나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약속 장소에서 손님을 기다리다가 난 미국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의 책 ‘노드스트롬 웨이’에서 점원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을 ‘업사이드 다운(upside down)’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 책에서 사장은 점원들에게 어떻게 물건을 팔아야 할지 등에 대해 자율권을 줬다. 난 그때부터 ‘거꾸로 경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경영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좋아했겠다.

“직원들은 당황했다.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 같다. 난 그래서 직접 ‘당신들이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 모든 권한을 점원들에게 드립니다’라는 친필 편지를 써서 모든 매장에 보냈다. 그리고 신입 사원들까지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최대 500파운드(약 88만원)까지 쓸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래서 마케팅 부서와 광고 부서가 없는 것인가?

“물론이다. 우린 마케팅 부서도 없고, 광고에는 단 한 푼도 들이지 않는다. 영국 전역의 850개 매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 점원들은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고의 서비스가 우리의 마케팅 전략이고, 서비스에 만족한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에게 전하는 것이 우리의 광고 전략이다. 소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광고는 없다.”

―자유를 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예를 들면 손님이 들어왔는데 영업시간이 끝났다. 하지만 그는 지금 급하다. 그러면 그 점원은 손님을 위해 자유롭게 연장 영업을 할 수 있다. 한 손님은 사정이 안 좋은데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선 돈을 깎아 줄 수도 있다. 다음에 사정이 좋아지면 마저 받을 수도 있다.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선 특별 개런티와 이벤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른 손님들이 특별 대우 소식을 알면 기분 나빠하지 않겠나?

“나는 룰을 지키고 싶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값을 매길 뿐이다. 손님 각자가 원하는 대로 우리는 맞춰 주는 것이다. 고객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고객에 따라 다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에도 ‘거꾸로 경영’이 적용 가능한가?(팀슨사의 전 직원은 2700여명이다)

“난 그 부분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이것은 규칙이 아니다. 난 가이드를 제공할 뿐이다. 적용할지 안 할지는 그들의 자유다. 난 기본적으로 점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준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만이 고객이 뭘 원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자유를 줬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난 그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난 그들을 좋아한다.”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다.

“우리는 직원들의 돈·가족·결혼 문제 등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꿈은 이루어진다(Dreams Come True)’ 프로그램으로 꿈도 이루어준다. 이 프로그램에 최대 25만파운드를 책정해 운영한다. 한 직원은 잃어버린 친척을 찾아 호주를 다녀왔으며, 다른 직원은 딸을 위한 애완견을 사줬다. 디즈니랜드로 가족 여행을 보내주고, 중고차를 사주기도 한다. ‘내가 행복해야 직원도 행복하고,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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