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한국선 부티크(개성 강한 작은 가게) 식당

창업자의 무덤서 성공하는 비결

경리단길 등서 찾은 외식업 창업의 기술

‘제2의 가로수길’로 불리며 유행을 선도하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맛집 가운데 하나인 ‘투칸 치킨’엔 메뉴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절크 치킨’과 ‘오렌지 치킨’이다. 자메이카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절크 치킨은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그 밑에 숯을 넣고 뚜껑을 덮은 뒤 닭을 구운 요리로, 기름기가 없고 매운 고추의 일종인 ‘스카치버넷’을 사용해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맛이 특징이다. 브라질식 치킨인 오렌지 치킨은 새콤한 오렌지 소스로 간을 하고 튀긴 마늘 조각을 곁들였다. 화가 출신인 권현준(34) 대표는 “남미 여행 때 맛본 치킨 맛을 잊지 못해 가게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콜롬비아 하숙집 아주머니에게서 요리를 배웠고, 브라질에서 바텐더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외식업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창업 분야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전체 폐업자/창업자 비율은 2011년 현재 85%인데, 그중 음식점업이 95%로 1위였다. 창업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망하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텔업에서 부티크 호텔이 자신만의 개성에 성패를 거는 것처럼, 외식업에서도 청년 창업가들이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워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에선 가로수길, 홍대 앞, 이태원에 이어 경리단길, 상수동(홍대 뒷길), 대사관길(한남동 뒷길) 등이 청년 외식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식당과 공연장의 결합’을 내건 아이해브어드림 내부. 서울 강남역 사거리 한 빌딩의 지하 3층에 있다. 손님들이 무대 바로 앞 테이블에<br />
서 식사하고 있다. / 아이해브어드림 제공
▲ ‘식당과 공연장의 결합’을 내건 아이해브어드림 내부. 서울 강남역 사거리 한 빌딩의 지하 3층에 있다. 손님들이 무대 바로 앞 테이블에 서 식사하고 있다. / 아이해브어드림 제공
태국 현지 시장통에서 밥 먹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 이태원 경리단길의 까올리포차나.
▲ 태국 현지 시장통에서 밥 먹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 이태원 경리단길의 까올리포차나. 태국에서 직접 가져온 식기, 테이블, 액자 등을 사용한다. / 이태경 기자

랍스터 롤·인절미 아이스크림… 메뉴는 개성 진~하게
① 평범한 메뉴도 특별하게 만들라

 

경리단길 이태원 제일시장 초입에 있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로코스(locos·미치광이를 뜻하는 영어 속어)’는 국내엔 흔하지 않은 랍스터(바닷가재) 전문 레스토랑이다. 랍스터 한 마리 살을 통째로 발라낸 뒤 특제 양념에 버무려 매일 구워내는 신선한 빵 사이에 끼워 내는 ‘랍스터 롤’이 주 메뉴다. 27~30세 청년 세 명이 공동 셰프 겸 사장인 이곳은 랍스터와 크래프트 맥주를 2만원대에 먹을 수 있어 20~30대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 ‘몰리스팝스’는 18㎡ 남짓한 좁은 매장에서 와사비나 칼루아 막걸리, 인절미를 재료로 한 아이스크림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15가지 독특한 아이스크림 메뉴로 단골을 확보했다.

하지만 반드시 이렇게 이국적이거나 낯선 메뉴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비교적 잘 알려진 메뉴를 살짝 비틀거나 특화해 내는 것도 메뉴를 특별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경리단길 ‘까올리 포차나(태국어로 한국 식당을 의미)’는 이미 국내에도 익숙해진 태국 요리를 독특한 방식으로 비튼 레스토랑이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동남아 요리 메뉴가 크게 새롭지는 않다. 동네 밥집처럼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나오는 똠양쿵(태국 찌개)과, 왁자지껄한 실내가 마치 태국 시장통을 연상시키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예전에 무대 디자인과 파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했다는 민필기(30) 사장은 “우리나라 태국 음식점은 너무 고급스러워진 경향이 있는데,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먹던 싸구려 국수나 왁자지껄한 시장통 분위기를 더 그리워하더라. 고객들이 어깨에 힘 빼고 편하게 똠양쿵과 소주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식당에 공연장, 메뉴판 없이 주인 맘대로… 재미를 주라
② 전혀 다른 체험을 제공하라

 

이태원의 수제 햄버거 가게 버거마인은 ‘한국의 DIY(Do It Yourself) 버거’라고 할 만한 곳이다. 쇠고기, 닭고기, 야채 세 가지 패티를 중심으로 안에 넣을 치즈도 체다, 고다, 페퍼잭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불고기 잼, 베이컨 잼 등 잼과 소스까지 합치면 약 50개의 선택에 따라 고객이 자신만의 메뉴를 만들 수 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예전엔 남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망이 프리미엄 제품 소비로 발현됐지만, 지금은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주점을 겸한 요릿집인 ‘막집'(서울 논현동)은 고객의 주문조차 받지 않고 주인이 내키는 대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식당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이곳엔 정해진 메뉴 자체가 아예 없다. 1인당 1만5000원을 내면 북어포 직화 구이가 기본으로 나오지만, 그 외 메뉴는 주인장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술은 손님이 직접 진열대에서 꺼내 마셔야 하고, 남성 고객은 반드시 여성을 동반해야만 가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별난 규칙에도 오히려 그 재미 때문에 단골로 이 식당을 찾는 이가 많다.

강남역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이해브어드림’은 ‘식당과 공연장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손님을 끌고 있다. 고객은 식사를 하면서 배우들에게 음료수도 따라 주고, 공연 중간에 배우가 된 양 공연에 추임새를 넣으면서 극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연극배우 출신 이승진(40) 대표는 대학 시절 아비뇽 연극제를 구경하러 프랑스에 갔다가 배우들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관객과 편하게 소통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7년 전 창업했다. 자리를 물색해 보니 예술 거리인 홍대 앞이나 대학로는 임차료가 너무 비쌌다. 이 대표는 역(逆)발상으로 전국서 가장 땅값이 높은 강남역 사거리 고층 빌딩에 가게를 열었다. 대신 지하 주차장을 활용했다. 그랬더니 임차료가 홍대 앞보다 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홍대에는 비슷한 공간이 이미 여럿 있지만 강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강남이라면 희소성이 있겠다 싶었고, 그게 먹힌 것 같습니다.”


목 좋은데서 크게? 15~18㎡ 작은 가게서 시작하라
③ 좋은 상권에 연연하지 마라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외식사업가 우노 다카시씨는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땐 무조건 큰 가게, 상권이 좋은 곳에 연연할 필요 없이 15~18㎡ 규모의 작은 가게를 열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경리단길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장진우(29)씨도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현재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밥을 먹이는 게 좋다’는 이유로 경리단길에 식당을 열어 잇따라 성공했다. ‘장진우 식당’ ‘장진우 다방’ ‘문오리’ ‘그랑블루’ ‘경성 스테이크’ ‘장진우 국수’가 그것이다. 요즘은 경리단 골목 전체를 일명 ‘장진우 골목’으로 부를 정도다. 대부분 간판조차 없지만, 고객들은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고, 페이스북에 ‘오늘 ○시부터 ○시까지 ○매장에 장진우 출몰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올리면 단골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하지만 그가 처음 식당을 연 2011년만 해도 그 일대는 ‘핫 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씨는 “3년 전부터 경리단길이 뜰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잘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하얏트호텔 같은 대형 상권 옆이라 부자 손님을 유치할 잠재력이 있는데도 상권이 개발되지 않아 술집, 빵집조차 없다는 데 주목했다. “임차료가 싼 데다, 기득권을 가질 수 있는 ‘큰 가게’가 없었어요. 작게 시작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거죠.”

작게 시작해 혼자 실내장식 하고, 요리하고, 주문받고, 청소하면서 가게를 꾸려가다 보니 손님의 취향을 잘 알게 되고 독특하고 기발한 메뉴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가 처음 시작한 장진우 식당 메뉴는 매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아몬드 등갈비’나 ‘기똥찬 파스타’ 같은 게 있다.

그는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망친다”는 여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골목에는 대기업이 충족하지 못하는 다양성이 있는데, 획일화된 음식, 철학 없는 메뉴, 감성 없는 인테리어로는 이를 만족시킬 수 없어요. 사람들은 거기에 질려 있고, 그래서 작은 가게들을 찾아다니잖아요. 작게 시작해도 소신껏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해 나가다 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_조선일보 2014. 5. 17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16/20140516017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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