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전략적 영업·스피드 경영으로 ‘무인양품’ 부활 이끈 마쓰이 회장

“브랜드없는 것이진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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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결정이 경영 철학_유명 식당 셰프 지켜보며 어떤 속도 필요한지 배워 보통은 5~6초 안에 결정
엄격한 품질관리가 생명_화려한 디자인 추구하면 가격에 거품 끼기 쉬워 단순미·선불교 정신 추구
직원들이 지치지 않게_오후 7시 이후 잔업 금지 건강한 현장 분위기 조성 고객 대하는 태도 좋아져

제품 색깔은 흰색, 회색, 검은색 같은 심심한 무채색 일색이다. 디자인은 애플의 아이폰과 맥북을 연상할 정도로 단순하다. 제품 어디에도 로고가 없다. 대신 동종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은 10~30% 정도 싸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일본 경제성장률이 0%일 당시 매출은 440%, 경상이익은 1만700%나 급증하며 승승장구해온 ‘무인양품(無印良品)’ 얘기이다.

의류·가구·가전·식품 등 7000여개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생활용품 기업인 이 회사의 모토는 ‘브랜드 없는 것이 진짜 브랜드(No brand goods)’이다. 멋이나 치장보다 쓸모와 편리, 실용을 중시하는 브랜드의 이상(理想)을 표출하고 있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브랜드의 홍수에 빠져 있던 일본 소비자들에게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무인양품(이하 영문명인 ‘무지(MUJI)’로 약칭)’의 전략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지금은 소비와 구매 단계를 넘어 ‘습관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코카콜라가 그렇듯이 무지는 일본의 정신, 일본인들의 생활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이시이 쥰조·石井淳藏·일본유통과학대학장)

“무지의 전략은 넘쳐나는 브랜드로 점철된 이 시대 흐름과 차별화된 강력한 성공 포인트이다.”(마틴 롤·Roll·글로벌 브랜드컨설팅기업 ‘벤처 리퍼블릭’ CEO)

여백이 많고 무채색 위주의 고유 색깔을 추구하는 무지의 디자인은 교토(京都)의 선종(禪宗) 사원인 긴카쿠지(銀覺寺)의 다실처럼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깊이를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광택 같은 불필요한 공정 거품을 빼고, 브랜드 이름과 제품 포장까지 없애 간결·순수·신선한 제품을 만든다는 창조적 발상이 적중한 것이다.

무지의 존재 가치는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더 빛을 발한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지의 팔로어들만 100만명이 넘는 게 증거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지 제품의 열광팬들인 이른바 ‘무지러(Mujirer)’들이다.

하지만 무지도 2000년 들어 단기 급성장의 후유증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실적 악화 같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2001년 CEO를 맡은 마쓰이 타다미쓰(松井忠三·63)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결단력과 스피드 경영, 전략적 접근이란 삼박자를 무기로 무지의 부활을 이끌었다.

Weekly BIZ는 무지 고유의 기업 철학에 스피드와 현장력을 탑재한 마쓰이 회장을 도쿄 이케부크로(池袋)에 있는 무지 본사에서 국내 언론 최초로 단독 인터뷰했다.

마쓰이 회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회사 경영 실적 자료가 아니라 올 7월 말 예정한 휴가 일정표였다. 파리, 영국, 브뤼셀 등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 순회 방문 일정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도쿄에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받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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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이 회장이 도쿄 본사 1층 로비 벽‘무인양품’로고 옆에 서서“과거 일본경제가 호황을 이룰 때 소비자들은 구찌나 샤넬을 수퍼 브랜드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무지도 그에 버금가는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고 자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훌륭한 요리를 맛보는 것보다 저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에서 경영을 배우는 일이 더 즐거워요. 최고 주방장이 준비된 재료를 어떤 음식으로 구현하는지, 음식을 몇분 만에 고객에게 서빙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거든요. 미슐랭 별점 레스토랑 방문은 제가 어떤 속도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개선점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자극제’입니다.”

그에게 경영 철학을 묻자 ‘빠르고 옳은 의사 결정’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보고를 받으면 5~6초 안에 결정을 내리고 잘 모르는 분야면 밤새 공부해서 그 다음 날 아침엔 꼭 결정합니다.” 그는 또 “‘길이 두 갈래일 때 반드시 더 좁고 어려운 길을 택한다’는 게 나의 좌우명이다”고 했다. 마쓰이 회장이 주도한 혁신의 방향타(舵)와 경영 성공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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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번의 압력 테스트 합격한 ‘의자’ 제품만 판매한다”

―무지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유 없이 싼 제품이 아닌 ‘이유 있는 좋은 제품'(lowered price with reason)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출발은 일상의 소소한 상품 차별화였지만 우량 제품에 대한 무한 도전을 추구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제품의 모든 가격 태그에 ‘이 제품이 만들어진 이유’란 제목의 문구를 1~2줄씩 적어 놓고 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무지만의 개성과 철학이 담긴 제품 개발과 광고전략에 집중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다 보면 고립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경쟁사보다 먼저 최신 글로벌 유행 정보를 입수한다. 단 이를 그냥 모방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최신 유행 정보를 응용해 비싼 흰색 오리털 대신 털의 밀도가 높은 회색 오리털을 사용하는 이불을 만들면 보온력은 더 좋고 가격은 훨씬 저렴해진다. 무지는 표백·염색·광택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또 일반 비닐봉지나 포장지도 금지하고 반드시 재생지 봉투를 쓴다. 이런 식으로 가격 거품을 빼 최대 30%까지 단가를 낮췄다.”

―’노 브랜드'(No brand)전략은 무지 특유의 기업 철학이지만 자칫 시대 흐름에 뒤처질 수도 있다.

“그렇다. 그런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일례로 유행에 민감한 의류 제품은 일본의 최고 패션디자이너인 야마모토 요지(山本耀司)와 협업하도록 했다. 무지의 ‘디자이너 룸’을 야마모토 요지의 회사 산하 부서로 한동안 옮겨놓고 그의 지휘를 받게 한 것이다. 급변하는 외부 흐름을 적극 수용해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오도록 독려했다.

―무지 디자인의 특징은 ‘미니멀리즘’이고 광고 문구가 일절 없다. 하지만 무채색에다 단선적이고 밋밋하다는 평가도 많다.

“디자인을 화려하고 비싼 공정으로 만들면 가격에 거품이 끼게 되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간다. 우리는 7000여개의 상품에 일관되게 ‘단순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미학적 작품을 내놓기 위해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디자인 기획안이 나오면 사내 ‘상품전략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영국 유명 디자이너인 재스퍼 모리슨(Morrison)과 하라 켄야 등 세계적 디자이너를 포함해 사외 인사 7명으로 구성된 ‘상품판정회’에서 합격해야 한다. 이들이 수시로 협의해서 ‘무지만의 독자적인 제품’인지를 엄격하게 검사한다.”

―제품 종류가 7000여개나 되는데, 공급망 관리는 어떻게 하나.

“전 세계 500여개 공급업체에 의류·생활잡화·식품 등 세 가지 제품 라인업을 맡기고 있다. 이때 지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도에 있는 공급업체도 단순미와 선불교 정신 등에 공감하면 선정한다. 무지의 쌀 그릇 제품은 나가사키현의 하사미(波佐見)란 전통 공예 제작 단지에서 만든다. 연필이나 볼펜도 50개 항목의 제작 매뉴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무지의 의자는 500번에 걸친 ‘압력 테스트’를 거쳐 합격해야 시판할 수 있다. 엄격한 품질 관리가 무지의 생명이다.”

◇오후 7시 이후 잔업 근무 금지…맑은 정신으로 현장을 뛰어라

잘 나가던 무지는 2000년 침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유럽 내 20여개 매장 상당수에서 적자가 난 것이다. 캐주얼 의류 50여개 품목의 가격을 35%나 내렸지만 2001년 무지의 총 경상이익은 56억엔(약 795억원)으로 2년 전 대비 반 토막 났다. 소비자 신뢰까지 흔들리면서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가 이뤄졌고, 당시 HR(인적자원) 담당 임원이던 마쓰이가 CEO를 맡았다.

―당시 무지의 병폐는 무엇이었나.

“1995년 기업공개(IPO)후 ‘무지다움’을 잃었다. 매출과 이익이 늘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조직이 경직화됐다. 90년대 초만 해도 무지 제품 담당자는 일본 산간 지역을 샅샅이 돌며 소재를 찾곤 했으나 그런 열정이 사라졌다. 임직원들 간에 편 가르기와 줄 서기 등 사내 정치도 횡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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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경영을 쇄신했나?

“스피드와 빠른 의사 결정이 무기였다. 그걸로 내부 시스템을 모두 바꿨다. 다음은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이었다. 당시 일본 전역에 있는 무지 직영점 점포를 모두 다 직접 찾아갔다. 지점장들이 전년도 재고품을 그대로 팔고 있는 걸 확인하고 3년치 재고품 38억엔(약 539억원)어치를 일거에 처분했다. 수익은 뒷전이고 겉멋에 치중하는 행태를 끝장낸 것이다. 제품 판매 사이클을 ‘연간 판매’ ‘시즌 판매’ ‘시즌 트렌드’ 등 3개로 세분화해 ‘무지 매장에는 한물간 옛 제품만 그득하다’는 악평을 쫓아냈다. 또 일정 기간 이상 베스트셀링 아이템인 제품의 가격은 고객 사은행사 차원에서 최대 40%까지 할인 판매했다.”

―구조조정은 어떻게 했나?

“소매업은 제품개발·생산·재고관리라는 3개 부서의 유기적 화합이 중요하다. 그런데 당시 자기 업무만 하고 타부서와의 소통이 막혀 있었다. 그래서 3개 부서를 통합하는 총괄 디렉터를 만들고 제품 하나하나를 팔 때마다 3개 부서가 협의해 같이 만들도록 했다. 각 제품의 판매량 순서를 매긴 ‘인기도’를 제품에 표시해 경쟁을 유도했다.

마쓰이 회장은 강력한 현장 영업 증진 및 판매 향상 드라이브도 걸었다. “매장마다 잘 나가는 제품을 정해 전주(前週) 대비 2~3배의 판매고를 올리면 확실하게 인센티브를 챙겨주고 매장 직원들을 모두 포상했다. 3~4주간 매출 성과로 매장 등급을 나눈 다음 우수 매장에 상금을 주는 ‘판매 콩쿠르’대회도 열었다. 20대 아르바이트생부터 40~50대 지점장까지 모두 참여시켰다.”

―2007년 초부터 오후 7시 이후 잔업을 전면 금지했는데 무슨 이유인가?

“오후 7시 이후까지 일하면 가족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협해져 기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잔업 근무시간을 없애니 임직원들의 현장력이 한층 살아났다. 피곤한 직원이 줄면서 사내에 항상 건강하고 팽팽한 현장감, 긴장감이 충만하게 됐다.”

무지의 제품과 매장 숫자는 2000년 당시 각각 4000종과 150여곳이었으나 지금은 7000종, 535곳으로 급증했다.

마쓰이 회장은 “지금도 수시로 암행 감찰 요원을 보내 ‘비밀검사'(mystery inspection)를 벌여 고객 관리 태도 등이 불량한 직원은 모두 재교육시켜 안일한 정신 자세를 추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자택 내부 샅샅이 뒤져 신제품 아이디어 발굴”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사실 유통회사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게 고객 반응이다. 우리는 2003년부터 ‘옵저베이션'(observati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의 자택을 찾아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새 제품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다. 지인이나 친구 또는 일반 소비자에게 허락을 받아 집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본다. 가방 속 필기도구까지 관찰하는데 여러 장소와 물건을 카메라로 찍어온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디자인실에서 검토해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다.”

―고객이 제품 발굴에 어떻게 참여하나?

“2002년부터 인터넷에 ‘무인양품연구소’라는 사이트를 열어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한다. 고객 투표에서 득표수가 많은 아이디어를 우선으로 디자인한 다음 몇개 안을 만들어 상품성이 검증되면 실제 상품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개발한 대표 상품이 대형 쿠션 모양의 ‘몸에 맞는 소파’다. 겉으로 보면 대형 쿠션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앉는 자세에 따라 모양이 변하면서 몸을 푹신하게 감싸준다. 출시 1년 만에 8만개를 팔아 10억엔(약 1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무지는 경쟁 기업인 유니클로나 이케아보다 글로벌 인지도와 명성이 떨어지고, 한국을 비롯한 일부 해외 시장에선 일본 내 제품 가격보다 최대 40~50% 정도 비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에서 무지 제품 가격이 일본보다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 매장에서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온 제품을 파는데 환율 요인과 관세가 붙어 비싸다. 한국의 가정주부들은 무지에서 파는 침대 천 같은 패브릭이나 소형 가구를 선호한다. 시장 요구를 더 면밀하게 청취하고 파악해 더 현지화하겠다.”

마쓰이 타다미쓰 회장은
출생:1949년 일본 시즈오카(靜岡)
학력:쓰쿠바대(현 도쿄교대) 교육학과 졸업
경력:1973년 세이유 입사
1991~2000년: 무지 HR 부서 근무
1991~2000년: 〃 상무·전무
2001년:무지 사장
2008년:무지 회장 겸 CEO

무인양품(無印洋品)은?
1980년 일본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세이유(西友)의 PB(프라이빗브랜드) 제품으로 출발해 1989년 별도 회사로 독립했다. 초기 40개 품목이었으나 의류·식품·생활잡화·가구 등 7000여개 제품을 판다. 시가총액은 1222억엔(약 1조7393억원·7월 2일 현재)이며 지난해 총매출은 1775억엔(약 2조5600억원). 일본 전역과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등 세계 20개국에 535개 매장과 53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지(誌)가 지난해 150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브랜드 재팬 소비자 부문’ 순위에서 16위로 아마존(17위)·닌텐도DS(27위) 등을 능가했다. ‘무지’ 고유의 디자인을 접목한 전원주택 ‘무지 하우스’ 주택사업 등도 진행한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06/2012070601601.html

출처
2014. 7. 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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