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매력… 200년간 美대통령을 빛내다_’브룩스 브라더스’ 이야기

‘클래식의 멋’ 핵심 가치 지켜온 브룩스 브러더스
브룩스 브러더스 델 베키오 사장
단순히 옷 파는 업체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파트너 역할
200년 전부터 이미 CRM 개념 VIP 고객 평생 꼼꼼히 챙겨
‘고객의 생애 가치’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 갖추는 데 성공
“패스트 패션이 대세? 우린 슬로 패션으로 名家 전통 지켜왔다”
슬로 패션 – 입을수록 더 가치를 발해
5년, 10년 입더라도 유행에 뒤떨어져 보이지 않아
200년간 꾸준히 혁신 – 세계 첫 기성복 정장
다림질 필요 없는 셔츠 모두 다 우리가 개발한 것

1818년. 한반도에선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펴낸 해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맞춤 정장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200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17개국에서 약 7억5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옷은 대통령이 입는 옷으로도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대통령 44명 가운데 39명이 이 회사의 맞춤 정장을 입었다.

미국 의류 회사인 ‘브룩스 브러더스(Brooks Brothers)’ 얘기다. 맞춤 정장 외에 기성복 정장과 캐주얼 의류도 만들지만, ‘아이비룩’이나 ‘아메리칸 클래식’으로 불리는 점잖은 스타일로 유명하다.

브룩스 브러더스의 본사는 뉴욕 맨해튼섬 한가운데에 있다. 지은 지 100년이 다 돼가는 이 건물은 이 회사의 첫 번째이자 현재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이다. 꼭대기 층인 10층 회의실에서 만난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사장(CEO)은 브룩스 브러더스가 200년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로 고객과의 관계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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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룩스 브러더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류 브랜드다.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브룩스 브러더스 CEO는 “우리는 오래됐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좋기 때문에 오래된 브랜드” 라고 말했다. / 블룸버그

“솔직히 지난 200년 동안 저희가 항상 최고의 옷만을 만들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단지 단순히 고객의 옷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라, 고객과 평생 같이하는 ‘라이프 스타일 파트너’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고객의 결혼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결혼식 정장을 제안하고 꼼꼼하게 맞춰줍니다. 결혼식 때 꽃 장식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당시로선 이례적이었죠.”

브룩스 브러더스는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의 선구적인 회사다. 단골 중 한 사람이었던 J.P.모건은 어딜 가도 ‘미스터 모건’으로 불렸지만, 브룩스 브러더스 매장에서만큼은’존’으로만 불렸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우리 매장을 처음 찾았고, 이 관계는 일생에 거쳐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니 그가 나중에 아무리 금융업계 최대의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저희에게는 단지 ‘존’일 뿐이었습니다.”

매장은 1층부터 5층까지인데, 최상위 라인인 ‘블랙 플리스’와 VIP를 위한 맞춤 정장은 5층에 있었다. 희한한 건 1층부터 3층까지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돼 있지만, 4층부터는 1층 계산대 뒤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로만 갈 수 있었다. 계단으로는 갈 수 없는 이유를 물었더니, 홍보실 직원 켈리 토머스씨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 정장을 사는 손님은 대개 저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계단으로만 연결돼 있으면 그분들을 놓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직원들과 마주치게끔 배치한 겁니다. 저희가 직접 모시고 올라가는 거죠.”

브룩스 브러더스란 브랜드는 200년을 살아남았지만, 주인은 4번 바뀌었다. 현재 주인은 ‘레이밴’ 선글라스로 유명한 안경 기업 룩소티카가 투자한 의류 회사인데, 2001년에 회사를 인수했고, 델 베키오 사장은 룩소티카 창업자의 장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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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자주 바뀌었다는 건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다는 뜻이다. 가장 큰 위기는 1990년대에 찾아왔다. ‘닷컴(.com)’ 시대를 맞아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은 정장 대신 면바지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브룩스 브러더스의 주인이었던 영국 최대 의류 소매업체 막스앤스펜서는 당황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장을 여러 벌 사 입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력 상품을 정장 대신 캐주얼로 바꿔야 한다.’

막스앤스펜서는 당시 인기를 끌던 ‘바나나 리퍼블릭’을 벤치마킹했다. 남성용 향수와 화장품을 새로 만들고, 청바지 상품군의 종류를 확대하고, 음악 CD 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모조리 실패했다.

델 베키오 사장은 “그건 커다란 실수였다”면서 “막스앤스펜서는 당시 브룩스 브러더스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비즈니스 캐주얼은 브룩스 브러더스가 처음 개발한 트렌드입니다. 블레이저나 버튼다운 셔츠, 면바지는 우리가 가장 잘 만들어온 제품들이고요. 다시 말해 브룩스 브러더스는 오히려 닷컴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막스앤스펜서는 오히려 브룩스 브러더스보다 수준이 낮은 캐주얼 브랜드들을 흉내 내다가 차별화에 실패해 매력 없는 브랜드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델 벨키오 사장은 브룩스 브러더스에는 창업 이래 196년간 지켜온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최고 품질의 상품만을 만들고, 둘째, 적당한 이익만을 남긴 가격으로 판매하고, 셋째, 브룩스 브러더스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고객과 거래한다는 것.

“저는 막스앤스펜서의 브룩스 브러더스는 이런 신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직후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를 다시 옛날 방식대로 되돌리고 신념을 복원한 것이었습니다.”

컨설팅업체인 올리버와이만 한국지사의 신우석 상무는 “브룩스 브러더스는 일관된 정체성과 우수한 CRM을 통해 ‘고객 생애 가치(life time value·고객이 특정 기업으로부터 평생 구매한 가치의 총합)’를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계는 자라, H&M 등 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들이 주름잡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꼴로 디자인을 전부 바꾸고, 항상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패스트 패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브룩스 브러더스는 이들과는 완전히 반대다. 유행을 선도하기는커녕, 매년 거의 똑같은 스타일의 제품이 생산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를 진부하거나 한물간 ‘구식’ 브랜드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인 테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격식과 트렌드를 균형 있게 구현해 낸 ‘모던 클래식(modern classic)’ 브랜드로 바라보고 있다. 구식과 클래식은 무슨 차이일까.

슬로 패션

―최근 패션계는 패스트 패션이 대세인데, 브룩스 브러더스의 성장 비결은 뭔가요?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최첨단 유행하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습니다.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죠. 그러나 그 옷들은 모두 ‘일회용품(disposable)’입니다. 두세 번 입고 나면 형태가 변하거나, 금세 유행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기 어렵습니다. 명품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보다 서너 배는 비싼 브랜드들도 이상할 만큼 내구성이 떨어지는 옷이 있습니다. 서너 번 입으면 사실상 옷의 수명이 다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철학은 정반대입니다. 입으면 입을수록 더 가치를 발하는 옷, 튼튼해서 세탁해도 형태가 변하지 않고, 5년, 10년, 그보다 더 오랫동안 입어도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지 않는 옷입니다. 저는 ‘슬로 패션(slow fashion)’이라고 하고 싶어요.

물론 저희는 하위 브랜드로 ‘레드 플리스’라는 라인을 론칭했습니다.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을 위한 감각적인 옷입니다. 가격도 조금 저렴하고요. 그러나 레드 플리스 역시 패스트 패션은 아닙니다. 스타일은 젊고 현대적이지만, 브룩스 브러더스답게 오랫동안 입어도 해지거나 변하지 않는 옷을 만듭니다.”

민동원 단국대 경영대 교수는 브룩스 브러더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대를 거쳐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좋은 품질’을 꼽았다. 튀지 않지만 고상한 느낌이 드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더해져 유행을 타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제품이 됐다.

박영숙 한국패션협회 디자인 육성팀장은 “패션이란 정통성, 그리고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해야만 가치를 만들 수 있는데, 브룩스 브러더스는 그런 면에서 좋은 사례”라며 “국내 패션 브랜드 중에 장수 브랜드가 거의 없는 것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기다리지 않고, 시장 반응에 가볍게 휘둘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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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이면서 혁신적인…

브룩스 브러더스는 1849년 미국 최초로 기성복 정장(ready-to-wear)을 개발했는데, 그전에는 정장은 무조건 양복점에서 맞춰 입어야 했다. 1896년에는 셔츠 깃(칼라)에 단추가 달린 ‘버튼다운 셔츠’를 개발했다. 캐주얼 스타일로 애용되는 치노 바지(두터운 원단을 이용한 면바지)와 블레이저(정장 상의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재킷)도 브룩스 브러더스가 미국 최초로 상용화한 제품들이다.

―브룩스 브러더스는 세계 최초로 기성복을 만들어 낸 브랜드입니다. 200년간 어떤 혁신을 펼쳐왔나요?

“브룩스 브러더스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입니다. 우선 전통을 볼까요. 오늘날 사람들의 옷차림은 100여년 전 브룩스 브러더스가 선보인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장은 물론, 아이비룩이나 프레피룩은 유행을 초월했고, 이제는 미국을 넘어서 아시아에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혁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버튼다운 셔츠, 치노 바지, 블레이저를 미국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저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전체를 도약시킬 수 있는 혁신을 가속하는 겁니다. 5년, 10년에 한 번씩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출근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혁신하는 것, 다시 말해 한결같은 혁신입니다.

저는 브룩스 브러더스를 단순히 ‘전통적인(traditional)’ 브랜드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브룩스 브러더스는 ‘클래식(classic·고전적이면서 최고 수준인)’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고객이 원할 수 있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저희는 고객을 상대로 실험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딱 원하는 것만 제공하지요.”

브룩스 브러더스는 2007년 가을부터 유명 남성복 디자이너인 톰 브라운과 협업해 최상급 라인인 ‘블랙 플리스’ 라벨을 론칭했다. 톰 브라운은 랄프 로렌 산하 브랜드인 ‘클럽 모나코’와 명품 구스 다운 브랜드 ‘몽클레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총괄 디자이너 개념)를 역임했다.

박선주 코오롱FnC 과장은 “브룩스 브러더스는 쉽사리 바뀌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사람들이 인정하지만, 고급스럽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매출에 다소 악영향을 준다. 대중적인 느낌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고 다양한 색을 이용하는 건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델 베키오 사장은 “‘우리는 오래됐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좋기 때문에 오래됐다(We are old because we are good, not good because we are old)’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레이밴 만드는 룩소티카 창업자

―당신은 안경 기업 ‘룩소티카’의 창업자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의 장남입니다. 아버지와 비슷한 계통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먼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제대로 고르는 법을 물려받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집에 돈이 별로 없을 때도 그는 항상 맞춤 정장을 입었습니다. 6개월마다 차를 바꿨고, 당시 우리 동네에서 가장 먼저 TV를 사기도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얼리 어답터’였죠. 저는 아버지를 통해서 새로운 문물, 새로운 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보고 만질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을 통해 겉만 번드르르한 것과 내실 있는 제품을 구분할 수 있게 됐어요.

‘본능적인 감각(gut feeling)’도 물려받았습니다. 아버지 주변엔 항상 뛰어난 사람들이 일을 도왔지만,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었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할 일과 아닌 일을 고르는 것은 경영자의 본능적 감각인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한 용기’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매번 ‘잘못되면 어떡하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겁이 납니다. 그러나 저는 설령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나중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실수는 언제나 고칠 수 있고, 또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그걸 알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때 심리적인 괴로움이 덜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 7. 26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25/2014072501907.html?weekly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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