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삶도 건축도 투쟁” 온몸 가죽으로 무장 ‘도시의 전사’, 건축가 피터 마리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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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디올 등에서 맞춤 제작한 가죽 옷을 입고 자신의 첫 번째 한국 프로젝트 ‘분더샵 청담’ 외벽에 기대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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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울 청담동 ‘분더샵 청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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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싱가포르 MBS 루이비통 매장(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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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싱가포르 MBS 루이비통 여성복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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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국 뉴욕 소호 디올 매장(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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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일본 오사카 제냐 매장(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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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일본 오사카 제냐 매장(2014)

유명 브랜드 샤넬·루이비통·제냐·디올·펜디는 늘 그를 원한다.

자산이 39조원인 미국 코크인더스트리 부회장 데이비드 코크, 자산이 12조원인 미국 블랙스톤그룹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브랜드 샤넬의 오너인 베르트하이머 일가도 개인적으로 그를 찾는다. 건축가 피터 마리노(64)다.

마리노는 1980년대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명품 백화점 바니스 뉴욕을 시작으로 30년 넘도록 각기 다른 10여 개 명품 브랜드와 일했다. 이들이 전 세계 곳곳에 지은 매장의 건축과 인테리어를 도맡았다. 코크 부회장, 슈워츠먼 회장 등 ‘수퍼 리치’를 위한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카타르 왕실이 사들인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펜트하우스 인테리어도 그가 지휘한 결과물이다. 하룻밤 자는 데 4930만원을 내야 하는 뉴욕 포시즌호텔 펜트하우스 인테리어도 마리노의 작품이다.

그가 자신의 첫 번째 한국 프로젝트 ‘분더샵 청담’ 개관을 맞아 한국에 왔다. 분더샵 청담은 지난달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명품 쇼핑 공간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정 가죽 패션으로 무장한 그는 자신이 “도시의 전사(urban warrior)”라고 했다. 무슨 말일까.

-명품 매장 건축가, 부자들을 위한 건축가는 말쑥한 슈트만 입을 것 같다. 검정 가죽으로 치장한 의상은 어울리지 않는다.

“건축가는 건축주·공무원·지주 등과 늘 싸운다.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늘 이런 스타일을 고수한다. 게다가 삶이란 곧 투쟁이다. 힘든 일이 당신을 덮치게 하든지 맞서 싸우든 해야지(Life is a struggle, and you can let it crush you or you can fight).”

주먹을 쥔 채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엔 뾰족한 은제 장신구가 끼워져 있었다. 주먹을 휘두르면 누구라도 나가떨어질 것만 같았다. 수많은 명품 브랜드, 세계 상위 1% 부자들이 찾는 그는 사실 미국 중·하류층 출신이다.

이탈리아 이민자인 부모는 뉴욕 동부 퀸스에 터를 잡았다. 순수 예술에 뜻을 뒀지만 성공을 원하는 부모의 뜻을 꺾지 못하고 명문 코넬대에 진학해 건축을 전공했다. “수학·공학 쪽 진로를 택하라는 부모님의 권유와 내 희망을 절충한 것”이었다.

71년 대학을 졸업한 마리노는 유명인의 집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해 명성을 얻었다. 당대의 팝아트 선구자인 앤디 워홀(1928~87)의 뉴욕 아파트였다. 마리노와 연애 중이던 워홀의 비서가 연결고리가 됐다. 그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워홀의 요청이 내 명성의 시발점”이라고 인정했다. 워홀 자신은 집 인테리어 공사가 외부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다. “예술가는 너무 부자 같아 보이면 덜 멋져 보이니까”라는 게 마리노의 설명이다.

뉴욕 건축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80년대 뉴욕 패션의 상징과 같은 명품 백화점 재단장에 참여해 명성을 공고히 했다. ‘바니스 뉴욕’이다. 백화점 소유주였던 프레드 프레스먼이 그를 불러들였다. 위베르 지방시, 조르조 아르마니 등 세계적 디자이너의 옷을 미국에 독점 수입해 소개하던 바니스의 매장 인테리어를 마리노에게 맡겼다. 그가 명품 브랜드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계기다.

-명품 브랜드는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어 한다. 당신 말고도 세상엔 유명한 건축가가 많은데 샤넬·루이비통·제냐 등 여러 브랜드가 수십 년째 당신만 찾는다.

“명품 비즈니스를 생각해 봐라. 20년 전과 비교하면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루이비통은 20년 전보다 매출이 12배 정도 늘었다. 지금의 명품 브랜드는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는 게 쉽지 않다. 팔이 부러졌을 때 환자 두 명을 치료해본 의사한테 가겠나 아니면 800명을 접한 의사를 찾겠나. 내 성공적인 경험 덕에 온갖 브랜드가 나를 계속 찾는 것이다. 물론 내가 아주 잘하기 때문이다. 하하. 또 매장 건축에 밝은 건축가가 많진 않다. 180여 명이 일하는 내 사무실에도 일반 건축가를 데려와 3~5년 경험을 쌓게 하고서야 매장 건축에 투입한다. 매장 디자인에는 조명·가구 배치를 비롯해 브랜드·패션에 대한 이해 등 알아야 할 게 너무나 많다.”

-분더샵 청담 매장을 보니 자연 채광에 신경 썼다. 백화점 건축엔 일부러 창을 없애 고객이 해 저무는 줄 모르고 쇼핑에만 집중토록 하지 않나.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자연 채광은 사람 몸에도 좋고 기분도 좋게 만든다. 디자인은 사람들 기분을 좋게 해야 한다. 현대인은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쇼핑할 땐 편안한 상태여야 한다. 공간에 들어선 순간 큰 숨 쉬며 긴장이 풀리도록 디자인했다.”

-부자들의 건축과 인테리어 취향은 어떤가.

“전 세계 고객을 상대하니 취향을 어느 하나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중국·남미·중동 등 지역·국가별로 천차만별, 백인백색이다. 건축주가 자신의 문화권에서만 괜찮아 보이는 건축이 아니라 세상 어디서건 멋진 건물을 원하게 됐다는 게 전과 달라진 점이다.”

마리노의 건축사무소는 동시에 100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질, 기능성, 공간 내에서 환상적인 빛의 조화, 문화적으로 풍부한 조합 등이 마리노의 건축 지향”이라는 그가 한국에서 보여줄 두 번째 프로젝트는 내년께 시작될 예정이다. 서울 청담동에 들어설 브랜드 샤넬의 첫 번째 단독 건물 매장이다.

그가 보여줄 새로운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이 마리노 스타일이 뭐냐고 묻는데 난 ‘스타일’이란 말이 싫다. 라이프(life)에도 스타일을 붙여서 라이프스타일만 찾는다. 대체 삶, 라이프는 어디 갔나. 스타일 살리느라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삶이 더 중요하다는 마리노는 “빛·공기·공간 등 인간에게 필요한 가치를 강조하고 품격 있는 소재를 사용하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룻밤 4930만원, 뉴욕 호텔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7년 동안 공사비 5000만 달러(약 548억원)가 투입된 호텔 방이 있다. “호텔 인테리어는 맡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최고급 호텔 포시즌(Four Seasons)에 꾸민 방, 호텔 소유주의 이름을 딴 ‘타이 워너 펜트하우스(Ty Warner Penthouse)’다. 숙박료는 하룻밤에 4만5000달러(약 4930만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방’으로 불리며 2007년 공개됐다. 약 400㎡ 넓이로 호텔 꼭대기 52층 전 층을 쓴다. 뉴욕 맨해튼 시가지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으며 방이 9개 딸려 있다. 인테리어 곳곳에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적 배합을 시도하는 마리노의 손길이 녹아 있다. 22K 금사로 장식한 침대는 태국 실크로 돼 있고, 베갯잇은 18세기 일본 비단으로 꾸며져 있다. 매트리스는 160시간을 들여 수작업으로 만든 스웨덴 산이다. 주(主) 욕실의 벽과 바닥·천장은 황금색 중국산 마노석(石)으로 치장했다. 욕조에선 맨해튼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인다. 청동으로 마감한 창문 앞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이를 둘러싼 벽은 프랑스식 옻칠로 은근하게 반짝인다. 또 펜트하우스 거실 벽엔 진주로 상감 작업을 한 옷칠이 돼 있으며 천장에는 크리스털과 광섬유로 만든 1.2m짜리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마사지 공간인 ‘젠룸’에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편 마리노는 프랑스 파리 센 강변의 유서 깊은 ‘사마리텐 백화점’ 건물을 초호화 호텔로 개조하는 작업에도 참여 중이다.

출처_중앙일보 2014. 11. 15

http://joongang.joins.com/article/435/16429435.html?c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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