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伊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윙켈만 CEO 인터뷰_대중의 욕망을 극소수에게 팔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車
伊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윙켈만 CEO

이탈리아 스포츠카 람보르기니(Lamborghini)는 알고 보면 불편한 차다. ‘시저 도어(scissor door)’라고 불리는 문은 수직으로 열려 보기엔 멋있지만 타고 내리기 쉽지 않다. 빠른 스피드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카답게 운전석이 바닥에 가깝기 때문에 승차감은 거칠고, 두 사람이 겨우 타는 등 공간의 제약도 많다. 시속 300㎞가 넘는 속도를 자랑한다지만, 막상 일반 도로에서는 속력을 뽐낼 기회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불편한, 튀는 원색의 ‘삼엽충’ 스타일 차를 ‘꿈의 차’라고 말한다.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인 람보르기니의 판매량은 불경기인 상황에서도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차를 팔아 6억2900만유로(약 86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름만으로 소비자를 설레게 만드는 브랜드의 힘은 어떻게 구축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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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보르기니가 2013년 4월 출시한 아벤타도르 LP720-4 40 애니버서리오 모델로, 전 세계 100대 한정 판매됐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람보르기니 본사에서 스테판 윙켈만(Winkelmann·51)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그는 피아트 그룹을 거쳐 2005년 람보르기니 CEO가 됐다. 짙은 감색의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은 윙켈만 대표는 패션 모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윙켈만 대표는 지난해 이탈리아 경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기사 대십자 훈장(Knight Grand Cross)’을 받았다.

그는 “창립 초기에는 자동차의 성능과 기술력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여느 럭셔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브랜드 가치가 진화하면서 이제는 브랜드 이름 때문에 제품이 팔릴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다”며 “전반적인 경기의 흐름을 걱정하기보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최상위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는 것”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람보르기니 자동차가 제공하는 기능이 아니라 ‘심리적 만족’을 사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꿔 말하면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는 것이라는 얘기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을 사는 고객은 제품의 기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알아봐 주고, 동경해주는 시선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니즈(needs·실용적인 필요성)가 아닌 원츠(wants·감성적인 소망)의 시대이기 때문에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가 의미하는 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싼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웃음) 애초에 실용성을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10년 전만 해도 람보르기니를 직접 몰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구매자의 대다수가 수집가였지요. 한 명의 구매자가 열대 이상의 람보르기니를 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실용성을 따진다면 한 사람에게 굳이 한 대 이상의 자동차가 왜 필요하겠어요. 람보르기니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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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산업은 경기를 많이 탈 것 같은데,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브랜드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상당히 독특한 시장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어요. 극도로 소수의 고객만이 우리 제품을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 시장과는 전혀 다른 판매 추세를 보일 때가 잦고, 이 때문에 판매 전략도 다릅니다. 물론 과거에는 경제 상황에 따라 매출이 영향을 받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고성능 차량’을 만드는 신생 회사였던 창립 초반과 지금의 람보르기니는 달라요.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의 흐름에 주목하기보다는 브랜드의 가치가 늘 최상위에 있게끔 신경 씁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럭셔리 재화의 존재가 없었던 적은 없어요. 어떤 시대에도 남들보다 더 가치 있는 상품을 가지려는 계층은 존재했고, 소유한 물건으로 스스로를 남들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걱정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제품’과 ‘브랜드’ 중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창립 초반에는 제품에 집중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브랜드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 람보르기니가 만들어졌을 때는 제품이 우선이었습니다. 더 빠르고 튼튼한 차를 만드는 게 전부였지요. 그렇기 때문에 1966년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였던 ‘미우라’같이 전설적인 스포츠카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스포츠카를 원하는 고객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람보르기니의 차가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진화하면서 브랜드 자체 때문에 람보르기니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더 많아졌어요. 이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보통 일반인이 승용차를 살 때는 구매 전에 딜러에게 충분히 상담을 받지요? 그런데 우리 고객 중에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은 어떤 성능을 가진 자동차가 아니라 람보르기니를 원합니다. 그래서 제품에 대해 특별히 질문하지도 않아요.”

‘동경(憧憬)’을 판매한다

마케팅의 기본은 타기팅이다. 물건을 살 만한 사람을 상대로 광고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람보르기니는 다르다. 오히려 물건을 살 만한 사람들 외의 일반 대중에게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진입 장벽은 높지만, 브랜드의 이름 자체는 누구나 알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살 수 있는 고객이 극소수인데, 일반 대중에게 광고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원칙과는 다른 것 아닌가요.

“제가 정의하는 력셔리는 ‘보상’입니다. 필요해서 사는 물건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내가 이 브랜드의 제품을 가졌다는 만족감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객이 람보르기니를 샀을 때 충분한 보상을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항상 대중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요.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제품에 유행도 있고, 항상 남들에게 ‘갖고 싶은’ ‘멋진’ 대상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요.

우리는 모터쇼 등을 통해 항상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일반 대중이 람보르기니를 사는 일은 드물어요.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장난감 모형이나 람보르기니 로고가 박힌 티셔츠, 모자 등 다양한 소품으로 대리 만족하며 ‘언젠가는 꼭 이 차를 사야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대중의 관심과 동경을 얻을수록 실제로 람보르기니를 구매하는 고객이 얻는 보상도, 심리적인 만족도 당연히 커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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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윙켈만 CEO

많이 팔면 력셔리가 아니다…”시장의 수요보다 판매는 적게”

람보르기니는 ‘적게 팔고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차를 판매했는데, 그 사상 최대 기록이 총 2530대다. 경쟁사로 꼽히는 페라리가 매년 7000대 정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람보르기니는 지금보다 생산량을 늘리겠지만, 적정 수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급을 늘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되면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둘러보니 생산 규모가 매우 작더군요. 사업을 키우려면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요보다 적게 파는 것이 우리 원칙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보다 적게 공급해야지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남들에게 귀한 존재일 때 갈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흔히 보이는 차가 되어서는 안 돼요. 우연히 길에서 람보르기니를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지고 놀라움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살 수 있는 소비자가 적은 정도가 아니라 실물을 직접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최상위 력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 원칙입니다.

현재 우리 시설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차량은 다섯 대에서 많아야 여섯 대 정도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서너 대 정도였는데 많이 늘어난 셈이지요. 사업 확장을 위해 생산 규모를 약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빠른 속도로 생산량을 늘리진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적게 파는 것이 원칙이면 사업이 커지는 데 한계가 너무 큰 거 같은데요?

“지난해 람보르기니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신흥 시장에서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람보르기니가 진입하지 않은 시장이 많아요.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 이탈리아, 독일, 영국, 중동, 중국 순서입니다. 러시아만 해도 아직 세단형 자동차가 주류이지 스포츠카가 많지 않습니다. 한국도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지요. 한국에 판매된 람보르기니는 175대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 수많은 신흥국에서도 람보르기니는 두 자리 숫자 정도로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추가 판매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매년 새로운 모델도 내놓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매출의 20%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는데, 기존보다 좀 더 개선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요즘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해보니, 과거에는 수집을 위한 구매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실제로 운전하기 위해 람보르기니를 사는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일상 운전에 적합한 모델을 선보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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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보르기니는 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자동차를 공개한다.

한눈에 우리 제품임을 알게 만들어라

람보르기니의 자동차는 굳이 황소가 그려진 엠블럼을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 디자인 자체가 눈에 띄고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직으로 열리는 문은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특징 중 하나다. 자동차의 색상도 일반적이지 않다. 주황, 노랑, 라임 등 화려한 원색은 어디에서든 눈에 띈다.

―경쟁사인 페라리와 비교해 볼 때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모양이 특색이 있습니다.

“눈에 확 띄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람보르기니 자동차는 한눈에 알아보기 쉬워요. 디자인도 좀 더 선명하고, 자동차 운전석도 더 낮아요. 길거리에서 람보르기니를 발견했을 때 한 번 더 쳐다보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경쟁 상대로 보고 비교하곤 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두 브랜드의 매력은 확연히 달라요. 이 때문에 서로를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라 스포츠카업계의 파이 자체를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페라리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봐요.”

―자동차의 모델명을 투우(鬪牛) 소에서 따온 것도 독특합니다.

“맞아요. 엠블럼이 투우 소를 형상화해서 만들었듯이, 자동차 모델명에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람보르기니 자동차는 한 마리의 ‘성난 황소’를 상징합니다. 사납지만 용맹하고 빠르지요. ‘가야르도’ ‘레베톤’ ‘무르시엘라고’ ‘우라칸’ 등 대다수 차종의 이름은 투우 소에서 따왔습니다. 이는 창업주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때부터 시작된 전통이고, 폭스바겐에 인수된 이후에도 우리는 그의 철학을 지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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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람보르기니 본사

람보르기니는…

람보르기니는 1962년 수퍼카 마니아였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창립했다.

이후 1970년대 오일쇼크로 한 차례 파산했지만 스위스 투자가 밈란 형제가 인수해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유명 브랜드로 올라섰다. 그 후 크라이슬러, 인도네시아 부호 토미 수하르토 등 여러 주인을 거쳤고 1998년부터는 폴크스바겐그룹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2015. 8. 29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28/20150828015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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