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롤스로이스 이름만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_뮐러-외트뵈스 CEO “위기의 브랜드 인수해 부활시킨 비결은?”

뮐러-외트뵈스 CEO “위기의 브랜드 인수해 부활시킨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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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뮐러-외트뵈스 CEO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영국을 상징하는 차다. 1904년 설립돼 1907년 첫 차량을 출시한 후 100년 넘게 영국 자동차의 자존심이었고, 오랫동안 영국 왕실의 의전 차량으로 쓰였다. 지난 2011년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에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은 1977년산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결혼식장에 나타났다.

롤스로이스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로도 유명하다. 과거에는 고객의 품위에 따라 차량 판매를 결정했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구입을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가격을 낮추거나 보급형 모델을 만들어 무작정 차를 많이 팔려고 하지도 않는다.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 콧대 높은 자동차를 원한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4063대가 팔리면서 5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재미있는 점은 롤스로이스가 더 이상 영국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롤스로이스 상표권은 지난 1998년 독일 자동차그룹 BMW가 인수했다.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BMW 출신의 독일인이다. 그런데 독일에 팔려간 후 거의 20년이 돼가는 지금도 영국인들은 여전히 롤스로이스를 ‘영국의 자존심’으로 본다.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난달 12일 롤스로이스 생산 공장이 있는 영국 굿우드에서 토르스텐 뮐러- 외트뵈스(55·사진) CEO를 만났다. 깔끔한 영국식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독일어 악센트가 귀에 꽂혔다. BMW로 넘어간 후에 롤스로이스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롤스로이스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뮐러-외트뵈스 CEO는 “1980년대 롤스로이스가 잘 팔리지 않았던 것은 브랜드에 상응하는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에 걸맞은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소비자는 결국 떠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포츠카라면 람보르기니, 페라리가 떠오르지만, 롤스로이스는 롤스로이스일 뿐”이라며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가 주는 특별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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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스로이스 팬텀에 적용된 세레니티(Serenity) 컬렉션. 천장에 벚꽃을 수놓고 내부 인테리어에 자개와 대나무를 사용해 동양적인 느낌을 살렸다. 단 1대만 제작됐다. /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는 여전히 ‘최고의 차’로 불립니다.

“롤스로이스 소유주들은 거리에서 롤스로이스를 자주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차를 많이 파는 것이나 판매 목표 같은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애초에 많이 팔려고 만드는 차가 아닙니다. 가격을 낮추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품질에 집중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집요하게 반영합니다. 그 외의 것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다른 자동차와 경쟁하지 않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경쟁력입니다. BMW는 롤스로이스의 잃어버린 브랜드 가치를 찾는 데 집중했을 뿐입니다.”

―BMW가 롤스로이스 상표권을 인수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인가요?

“당시 매물로 나왔던 롤스로이스 자동차 회사를 두고 BMW와 폴크스바겐이 경쟁을 했습니다. 결국 폴크스바겐이 롤스로이스 자산과 롤스로이스의 자회사였던 벤틀리를 인수하면서 BMW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의 핵심 자산인 기술자와 공장을 포기하고, 브랜드만 인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폴크스바겐은 벤틀리를, BMW는 롤스로이스를 갖게 됐습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만들어지던 공장은 폴크스바겐이 갖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부득이한 차선책이었지만, 무모한 모험은 아니었습니다. BMW와 롤스로이스는 오랫동안 협력 관계였습니다. BMW는 롤스로이스에 엔진을 공급했습니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BMW는 백지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셈이지만 롤스로이스를 살릴 역량은 충분했다고 봅니다.”

―롤스로이스는 1970년대 한차례 도산했고 이후로도 슬럼프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롤스로이스는 1980년 군수기업 비커스가 인수했고, 1998년 인수·합병 매물로 나올 때까지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1970년대 3000대 넘게 팔렸던 롤스로이스는 1980년대 800대 남짓 팔리는 데 그쳤습니다. 1980년대에는 롤스로이스 내부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품질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롤스로이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롤스로이스는 다른 차로 대체 불가능한 품질과 가치를 지닌 차였는데, 이 시기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사실 롤스로이스를 영국 차로 봐야 할지, 독일 차로 봐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롤스로이스가 독일 기업에 인수됐다고 해서, 독일 브랜드일까요? 아닙니다. 영국 자동차이고, 영국 브랜드입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영국의 롤스로이스고, 롤스로이스에 깃든 영국의 장인 정신입니다. 롤스로이스 직원의 80% 이상이 영국 사람이고, 디자이너도 영국 사람입니다. 롤스로이스는 100% 영국 굿우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BMW로 넘어간 롤스로이스는 지난 2003년 팬텀(Phantom)을 시작으로 2009년 고스트(Ghost), 2013년 레이스(Wraith)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컨버터블(오픈카) 돈(Dawn)을 공개했다. 팬텀, 고스트, 레이스, 돈 등은 유령이나 귀신의 이름이다.

이런 독특한 이름은 1900~1940년대 롤스로이스가 선보였던 클래식 모델에서 사용됐었다.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 이에 대해 뮐러-외트뵈스 CEO는 “롤스로이스를 바꾸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며 “오히려 롤스로이스의 브랜드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많은 것을 바꿨다”고 웃었다.

―전문가들은 롤스로이스가 경영 합리화와 생산성 향상 덕분에 살아났다고 얘기합니다.

“BMW로 넘어간 후 롤스로이스는 백지에서 전체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BMW는 기술력이 있었고, 공장 운영에 노하우를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롤스로이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장점이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생겼습니다. 가죽이나 목재에 수를 놓는 노하우나 세공 기술은 BMW가 따라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BMW가 롤스로이스의 강점을 존중했고, 이를 지키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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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스로이스 팬텀 세레니티 컬렉션(윗쪽)과 마카오의 루이 13세 호텔 의전용 차량으로 쓰일 예정인 팬텀 / 롤스로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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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근의 롤스로이스와 과거의 롤스로이스가 다른 점이 있다면요?

“소비자의 니즈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롤스로이스는 타는 즐거움에 중점을 둔 차였습니다. 롤스로이스를 구입하는 고객층이 왕족, 귀족, 기업가로 워낙 부유했습니다.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쓴 롤스로이스 광고 카피가 과거의 롤스로이스를 잘 설명합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장 큰 소음은 시계 초침 소리’라는 내용의 카피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는 차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레이스는 쿠페(2인용 2도어 차량)이고, 내년 출시 예정인 돈은 오픈카입니다.”

―타깃 고객이 달라진 것인가요?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달라진 것입니다. 요즘 성공한 사업가들은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직접 운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좀 더 날렵하고 민첩한 차를 원합니다. 그렇다고 롤스로이스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와 비슷한 차량을 내놓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롤스로이스 브랜드 가치가 지켜지는 범위에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지만, 자동차를 더 팔기 위해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롤스로이스는 100% 맞춤 제작되는 차량입니다. 자동차 색깔은 물론 시트, 루프(천장), 바닥 등 롤스로이스의 모든 것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작합니다. 고객들은 대체 어디까지 맞춤 제작이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우선 법에 접촉되는 것은 안 됩니다. 자동차 품질에 지장을 줘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롤스로이스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다행히 그런 고객은 없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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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차량 제작은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굿우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롤스로이스 가운데 완전히 똑같은 롤스로이스는 한 대도 없습니다. 디자이너와 고객이 만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디자인합니다. 저희는 이를 비스포크(bespoke·맞춤생산)라고 부릅니다. 대다수 럭셔리카들은 주어진 옵션 범위에서 소비자 취향에 맞게 고르는 정도입니다만, 롤스로이스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번은 롤스로이스를 주문한 고객이 차량 안에 미니 전자레인지를 설치하기를 원했습니다. 물수건을 따뜻하게 데워 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희소성도 브랜드 가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차를 많이 파는 것이 더 이익인데, 딜레마가 아닌가요?

“롤스로이스는 마치 ‘수집품’ 같습니다. 롤스로이스의 희소성은 계속 유지돼야 합니다. 롤스로이스 가격을 26만유로(약 3억3800만원) 이하로 낮출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이 팔 수는 있지만, 롤스로이스 오너가 느끼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런던 시내에 롤스로이스를 몰고 가면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롤스로이스니까요. 그만큼 롤스로이스는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약 4000대가량이 팔렸습니다. 연간 6000대 정도가 최대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별함을 위해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바로 롤스로이스의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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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롤스로이스 천장에 설치된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 맞춤 제작된 민트색 컬러의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맞춤 제작 피크닉 세트, 대도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팬텀의 메트로폴리탄 컬렉션.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가 가장 신경 쓰는 경쟁 상대가 있다면?

“사실 다른 자동차 회사와 경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동차와 경쟁하지 않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경쟁력이니까요.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연간 1만5000대 이상의 차량을 팔기를 원합니다. 연 판매 목표를 2만대까지 잡는 곳도 있습니다. 롤스로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입니다. 롤스로이스 고객들은 최고 중의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자동차를 여러 대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벤틀리를 살 것이냐, 롤스로이스를 살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갖고 싶은 자동차가 있으면 그냥 다 삽니다. 이 때문에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것이 무의미합니다.

롤스로이스의 경쟁자는 비싸고 더 희귀한 상품들입니다. 고가의 보석이나 제트기, 헬리콥터,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오두막(샬레) 같은 것입니다.”

출처: 조선일보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6/2015101602470.html

▲ 롤스로이스 팬텀 세레니티 컬렉션(윗쪽)과 마카오의 루이 13세 호텔 의전용 차량으로 쓰일 예정인 팬텀 / 롤스로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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