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기계와 결합하라, 로봇보다 강한 인간 되려면

‘제2의 기계 시대’ 공동 저자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5년 뒤 일자리 510만개가 없어진다는 예상이 나왔다.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계가 침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성역(聖域)이 하나하나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인 자동차는 사람보다 뛰어난 운전 솜씨를 선보이고, 컴퓨터는 퀴즈 쇼에서 사람을 이긴다. 이젠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바둑에서도 컴퓨터가 프로 기사에게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의학 로봇은 머지않아 의사보다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할 것이고,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수많은 회계사와 세무사를 실직자로 내몰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교수보다 정확하게 학생의 작문을 채점하고, 아마존은 올해부터 물품을 드론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인간은 단순 작업부터 기계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훨씬 넘어서 현기증이 나는 속도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인간은 어디까지 기계와 경쟁할 것인가?

  

▲ 로봇 이미지=영화 ‘채피’ / 그래픽=김의균 기자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주제로 한 책 ‘제2의 기계 시대’ 공동 저자인 앤드루 매카피(McAfee·49)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겸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기계와 벌이는 일자리 경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고소득 화이트칼라 전문직이라고 운을 떼었다. “앞으로 다가오는 기술 발전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직업군은 의사, 증권사 애널리스트, 석유화학 공학자,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 직종이 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경제 붕괴를 가져올 수 있죠. 오히려 단순 노동에 가까운 정원사, 가정부, 배관공은 꽤 오래 살아남을 겁니다.”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대답에 일순 당혹스러웠다.

매카피 교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부교수와 하버드 로스쿨 인터넷·사회연구소 선임 연구원을 거쳐, 2009년부터 MIT에서 정보 기술이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연구해왔다. 그는 정보경제학 분야 전문가로, 웹 2.0 개념과 플랫폼을 기업의 정보 통신에 적용한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으며 다보스포럼·테드(TED) 등 국제 모임에서 연설한 일이 있다.

기계가 인간과 경쟁해 앞서 나갈 때, 모든 일자리에서 기술에 밀려 뒤처지는 세대가 생겨나지 않을까? 그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계가 인간을 훨씬 능가해온 영역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모순처럼 들리지만, 최근 체스 게임 토너먼트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는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은 수많은 전문가를 실직자로 내몰아 노동 시장과 중산층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기계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블룸버그

기계를 활용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기계와 경쟁해서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요?

“기계와 왜 경쟁하죠? 기계와 일자리를 두고 싸우려는 자세부터 애당초 잘못됐습니다. 기계는 그 자체보다, 인간이 제대로 활용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나는 것입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게리 카스파로프가 1997년 수퍼컴퓨터 ‘딥블루’에 패하자, 사람들은 앞으로 체스 게임에서 승자는 무조건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와 사람이 팀을 이뤄 자유롭게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체스 대회를 보면 늘 그렇진 않죠. 2005년부터 체스 대회는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인간과 인간 등 다양한 조합으로 팀을 구성해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조언을 참고해 대국하는 인간-기계 혼합팀은 가장 강력한 컴퓨터와 대결해서도 승리했습니다.

인간의 ‘전략’과 컴퓨터의 전술적 ‘예리함’이 결합해 압도적 힘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반 컴퓨터를 이용한 미국 아마추어 선수는 최첨단 컴퓨터를 지닌 체스 챔피언을 이기기도 했습니다. 컴퓨터를 지도하고 조작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판 삼아 승리한 것이죠. ‘약한 인간’과 ‘보통 기계’의 조합이 ‘최고 성능을 지닌 기계’뿐 아니라 ‘강한 인간’과 ‘기계’의 조합보다도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기계와 사람의 협력이란 결국 기계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강력하다는 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기술 자체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마치 체스 전문가는 아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최첨단 프로그램과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혁신을 이루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카스파로프는 ‘양쪽 모두 분석을 도와주는 기계를 가진 경우, 어느 시점에 새로운 착상을 할지 결정하는 인간의 판단에 따라 판세가 달라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계가 못 하는 활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 떠올리기(ideation), 즉 훌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떠올리는 행동입니다.
단어 같은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기는 아주 쉽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시나리오별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어렵지 않죠. 하지만 그런 조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가치를 잃지 않는 인간의 기능과 능력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찾으려 하죠. 하지만 저는 굳이 로봇과 경쟁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은 기계와 만났을 때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고, 이를 통해 참신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인재들이 지배할 것입니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것’이라고.”

  

▲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

‘미래에 없어질 일자리가 많다’는 식의 연구는 많이 나오지만 의사나 애널리스트, 혹은 회계사 일자리가 먼저 없어진다는 것은 의외다. 매카피 교수는 “로봇이나 기계가 하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에 대해 기존 고정관념이 잘못돼 있다”고 얘기한다. 겉으로 보기에 어려운 것 같아도 실제로 기계가 하면 쉬운 일이 있고, 반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이 먼저 사라진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2006년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일본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를 기억하나요? 아시모는 시연회에서 무대에 설치된 계단을 걸어 오르다가 굴러떨어져 바닥에 얼굴을 부딪혔습니다. 물론 다시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춤을 추고, 축구공을 차는 등 다양한 능력을 선보였지만, 로봇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게 드러났죠.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머리 같은 중요 부위를 감싸는 아주 당연한 행동을 로봇은 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위가 로봇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지능 검사나 체스에서 어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지각이나 이동 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만 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것을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로봇공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등 추론에는 연산 능력이 거의 필요 없는 반면, 낮은 수준의 감각 운동 기능은 엄청난 연산 자원이 필요합니다. 35년간 인공지능 연구가 주는 중요한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죠. 즉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진화하면서, 애널리스트, 가석방위원회 위원, 공학자, 회계사, 의사, 운전자 등 관리직 혹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업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관공, 정원사, 안내원, 요리사, 가정부, 간호사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직장을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더 발달하면 결국은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면 그런 상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어렵습니다.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화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이 지닌 섬세한 감정, 열정, 원동력 등 수많은 요소를 흉내 내는 건 힘들다고 봅니다. 의학·과학이 상당히 발달한 지금도, 아직 우리가 인간 자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등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학문은 여전히 가설이 대부분일 뿐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커요. 특정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기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넘어지면서도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구부리는’ 혹은 ‘사람들 앞에서 넘어지면 부끄러워하는’ 인간의 본능을 흉내 내기는 아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요리사와 정원사, 수리공, 목수, 보모 등은 단기간에 기계로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직업은 모두 많은 감각 운동 작업이 따르며, 고객의 감정을 살펴 어떻게 상황을 바꿀지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죠. 보수가 좋은 직업은 아니지만, 기계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다른 많은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저도 과학 소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기능을 보여주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거듭 놀랍니다. 곧 어떤 기술이 또 세상을 바꿀지 모르는 것이죠. 언젠가는 경영 환경 전반을 살펴, 벤처 자본가의 투자 의욕을 고취할 만큼 뛰어난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계단을 걸어 올라가 아픈 할머니가 사는 집에서 혈압을 재고 처방약을 먹었는지 질문하는 일을 위화감을 주지 않고 수행하는 로봇이 나올 수도 있지요.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사람 같은’ 로봇이 지금 당장 고민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많은 전문직을 대신할 ‘수퍼 컴퓨터’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가까운 미래에는 오로지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컴퓨터는 점점 더 알아서 일하기 때문에 대신 물리적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상호작용하는 직업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컴퓨터가 인지 업무에서 더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긴 해도,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노동 생산성과 민간 고용 

– 인간이 물리적 세계에서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곧 직접 만나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물리적 세계에서 상호작용이란 사람끼리 눈을 맞추고 서로 어떤 생각인지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패스트 패션의 선두 주자인 스페인 의류 기업 자라(ZARA)를 예로 들어보죠. 자라는 컴퓨터 대신 인간의 판단을 바탕으로 어떤 옷을 만들지 결정합니다. 자라는 ‘어느 옷을 만들어서 각 매장에 보낼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각 매장 관리자들에게 합니다. 매장 관리자는 판매 상품의 수치를 보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매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세련된 고객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관찰하고 또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찾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매장에서 어떤 새 옷이 인기를 끌지 본사에 알려줍니다. 본사는 매니저의 의견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만들죠. 자라는 현재로서는 사람 기반의 주문 방식을 기계 기반으로 바꿀 계획이 없으며, 저는 이것이 아주 영리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를 보고, 큰 틀에서 패턴을 파악하는 인지 영역에서는 인간이 여전히 우위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 우위를 유지할 것입니다.”

기술 가진 소수가 지배하는 ‘수퍼스타 경제’

디지털화는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디어와 혁신을 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직원 15만명을 둔 코닥은 파산했지만, 고작 몇 천 명으로 일하는 페이스북은 코닥의 전성기보다 시가총액이 몇 십 배 크고, 억만장자를 7명 낳았다. 매카피 교수는 앞으로 경제는 소수가 자본을 독차지하는 수퍼스타 경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기술 발달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됐습니다만.

“저 역시 기술 예찬론자입니다. 현재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엄청난 풍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다만 풍요와 불평등 중 어느 쪽의 사회적 영향이 더 클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술을 가진 자본가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내게 됐지만, 중산층은 수입이 줄어 소득 불평등이 커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화라는 기술의 발달은 환경 파괴보다 경제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예산 정책도, 월가의 금융 사기꾼도 아니라 기술의 급격한 성장과 디지털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승자 독식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입니다. 중간층에게 돌아갈 돈이 최상위로 몰리기 때문이죠. 그 옛날, 호머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돈을 내고 듣는 사람은 50명 정도에 불과했을 테고,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은 3000명만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출판은 영향력을 더 키워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출판 산업에서 최초로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J R R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출판해 수백만 명에게 책을 판매할 수 있었는데 이는 400년 동안 셰익스피어 연극을 본 사람보다 더 많은 수치입니다.

디지털화로 수퍼스타는 유례없는 부를 창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 수퍼스타가 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수퍼스타에게 필요한 인재가 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_조선일보 2016. 1. 30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29/20160129019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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