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디자이너 정구호, 가수 김완선… 유명인이 디자인한 라이프스타일 호텔 인기

오늘 _난 명동 L7, ‘롯데’ 떼고 엑소 등 한류스타 이미지 넣어 

팝아트로 감각적인 색깔 더한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호텔 카푸치노 

  

▲ 1월 개관한 L7명동의 로비는 언뜻 미술관 입구처럽 보인다. 지상 21층, 지하 3층 구모로 총 245실의 객실을 갖췄다.

최근 호텔업계는 부담스럽게 정중한 비즈니스 호텔과 요란한 부티크 호텔 사이를 적극적으로 탐색 중이다. 그 틈새에서 젊고 합리적인 공간들이 앞다투어 문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기존 부티크 호텔의 개성과 비즈니스 호텔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20~40대의 취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월 명동에 오픈한 L7호텔을 방문했다. L7은 롯데그룹이 기존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와 차별화한 새로운 브랜드다. 로비에 들어서니, 청바지에 옥스퍼드 셔츠와 슬립온 신발을 신은 호텔 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줬다. 각이 잡힌 유니폼을 입은 보통 호텔 직원과 다르게 캐주얼한 느낌이다. 곳곳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는 산뜻한 분위기를 낸다. 유니폼과 호텔의 전반적 디자인은 정구호 패션 디자이너가 작업했다.

  
▲ 롯데시티호텔의 주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함을 중요시 여기는 비즈니스 출장객이라면 L7 호텔은 감각적인 삶을 즐기는 20~40대의 젊은 층을 고객으로 삼았다.

대형 자판기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엑소 등 한류스타의 이미지를 넣은 세면도구, 트래블키트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21층 옥상에 마련된 루프톱바에선 서울 도심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감성을 자극하는 블루, 오렌지색의 쿠션들과 함께 오른쪽에 루프톱 바 ‘플로팅’, 왼쪽에는 야외 풋스파가 자리했다. 살짝 들여다본 루프톱 바에는 시그너처 칵테일과 싱글몰트,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이 한껏 전시되어 있었고, 풋스파는 바깥으로 창을 내 남산타워가 한 눈에 들어왔다. L7측은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고 스스로를 분류한다. 기존의 비즈니스 호텔보다는 젊고, 부티크 호텔에 비하면 과한 요란함이 없어 담백하다. 관계자는 ‘트렌디한 도심 속 휴식 공간’ 정도로 호텔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적절한 비용으로 서울 내에서 간편한 휴가를 즐기려는 20~30대가 중요한 타깃이다. 숙박 시설이라기보다는 놀이터에 가까운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탈(脫) 롯데를 강조하기 위해 브랜드명에서 ‘롯데’를 떼고 ‘L7’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 남산·명동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21층 ‘루프톱 바 플로팅’.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이해하기 위해선 부티크 호텔을 먼저 알아야 한다. 부티크는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개성있는 건축 디자인과 인테리어, 운영 콘셉트, 서비스 등으로 기존 대형 호텔들과 차별화를 이룬 호텔이다. 체인호텔들이 대규모의 현대적인 시설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부티크 호텔은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다. 대표적으로 이태원 ‘IP호텔’, 인천 ‘네스트’, 여의도 ‘글래드’가 있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부티크 호텔의 개념을 확장한다. 저마다 개성 있는 콘셉트를 앞세워, 단골 손님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숙박을 주요 상품으로 제공하는 호텔은 생각보다 단순한 상품이기 때문에 시설 자체를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브랜드 마케팅이나 이미지 면에서 고유의 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팝아트를 연상케하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매력적인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 기존 뷔페 레스토랑이었던 라 따블은(La Table) 프레쉬 365 다이닝(Fresh 365 Dining)으로 레스토랑 이름을 변경, 팝아트적 느낌의 트렌디한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

앰버서더그룹은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호텔을 통해 기존의 이비스 브랜드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작년 9월 대대적인 리브린딩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이비스 호텔은 브랜드명에 ‘스타일’을 붙이고 보다 세련되고 독특한 인테리어를 더해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탈바꿈했다. 이비스 스타일 호텔은 국내에는 명동과 강남 두 곳에 개관했으며, 해외에서도 각 지역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이비스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텔 체인 기업인아코르(ACCOR)사의 중저가 브랜드다.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관계자는 “객실과 시설에 모두 톡톡 튀고 컬러풀한 디자인을 가미해 기존의 단조로운 호텔의 이미지를 벗었다. 개성을 위해 해외 포함 모든 지점의 콘셉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동점은 충무로와 명동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60-70년대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합동영화사가 있던 곳으로 이비스 스타일앰버서더는 객실과 로비 인테리어에 영화를 모티브로 디자인해 역사적 배경을 호텔 곳곳에 녹였다.

  
▲ 이비스 스타일 강남의 복도.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이비스스타일 강남은 객실 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층수를 표시하는 싸이니지가 눈길을 끈다. 싸이니지에 담긴 역동적인 도심 풍경 사진을 통해 서울의 현재를 인상깊게 표현하고 있다. 이어 복도에서 객실로 이르는 동선을 따라 표시된 선들은 9호선과 신분당선 2호선 전철을 연상케 했다. 객실에서도 한 쪽 벽면을 팝아트 인테리어로 포인트를 줬다. 휴식공간인 객실에 도심 도로 풍경이 향신료처럼 더해져 발랄한 인상이다. 하얀색 또는 미색으로 깔끔한 인상을 추구했던 전통 호텔 객실과는 사뭇 다르다. 

  

 ▲ 강북을 한눈에 조망하는 이비스스타일 앰버서더 명동 ‘르 스타일 바’.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관계자는 “시몬스 헤븐리 베드를 사용해 특급호텔 못지않은 침구와 무료 세탁실을 운영하며 편의를 돕는다. 또 모든 객실 패키지에는 무료 조식이 포함돼 있어 호텔에서 편안한 스테이케이션(‘머물다 Stay’와 ‘휴가 Vacation’의 합성어)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는 직장 여성의 새로운 안식처로 제격이다. 기존 비즈니스호텔의 부담없는 가격에 레스토랑, 피트니스센터, 스파 등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다. 여성사우나의 경우 예약제로 운영해 혼자만의 히노끼 스파를 즐길 수 있다.

◆ 가수 강수지·김완선이 직접 디자인한 객실…호텔 더 디자이너스 프리미어

  

▲ 호텔 더 디자이너스 리즈 강남 프리미어 가수 김완선 룸.

지난해 9월 문을 연 호텔 더 디자이너스 리즈 강남 프리미어는 세계 최초 분당 요금제를 도입한 곳으로, 유명 연예인과 디자이너가 객실을 디자인해 화제가 됐다. 벽난로와 빈티지한 카펫에서는 가수 강수지 특유의 소녀 감성을 엿볼 수 있고, 블랙 앤 화이트와 레오퍼드 패턴 소품에는 가수 김완선의 감각이 드러난다. 이들은 소재의 선택, 세세한 인테리어, 작은 소품 선택까지 모두 참여했다고 한다. 웨스턴 무비 느낌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1207호), 오드리 헵번의 ‘마이 페어 레이디’(1307호) 등 표준화된 대형 호텔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콘셉트의 테마 룸이 가장 큰 특징이다. 13층의 테라스 라운지 ‘자르뎅 드 리즈’에선 강남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남성 전용 스파를 특화했다. 지하 3층에는 남성 전용 스파 ‘엘 스프링’, 2층엔 남성 전용 마사지 숍 ‘롬므’가 있다. 

  

▲ 가수 출신 사업가 김준희가 디자인한 ‘호텔 더 디자이너스 동대문’ 아뜰리에룸.

호텔 더 디자이너스 리즈 강남 프리미어 이영자 회장은 “호텔 개관을 준비하면서 ‘휴머니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간 하나하나에 고객이 머무를 때 안락한 안에서 특별한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해 한 사람의 인생에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최초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호텔 카푸치노

  

▲ 지난 11월 강남구 논현동에 개관한 호텔 카푸치노는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에 141개의 객실을 보유했다.

시원하게 양면이 뚫린 라운지에 올라서면 강남의 교통지옥도 잊혀진다.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바에서 ‘엔젤 메뉴’를 주문하면 수익금 중 일부가 기부되고, ‘쏘카(SOCAR)’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선단체 ‘옷캔(OTCAN)’과 고객들이 두고 간 옷을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국내 호텔로 최초로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을 기치로 지난해 11월 논현동에 문을 연 ‘호텔 카푸치노’ 이야기다. 
욕실에는 독일의 친환경 브랜드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 용품이 놓여 있고, 스튜디오 룸 중 하나는 업사이클링 제품으로만 채워져 있다.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바크 룸, 반려견을 위한 룸 서비스 메뉴 등 반려견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 중 일부는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에 기부된다. 나눔·공유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타깃으로, 의도치 않아도 호텔을 이용하는 순간 가치공유에 기여할 수 있는 장치를 호텔 곳곳에 숨겨놓은 것이다. 

  

▲ 호텔 카푸치노 객실

공유가치를 중시하지만 취향에도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위해 객실 테마도 다양화했다. 객실의 모든 침대는 특별 주문 제작한 침대로, 카푸치노 킹 룸의 경우 2mx2m의 슈퍼 킹 사이즈 침대를 구비하고 있다. 전면 통유리로 설계된 1층의 카페 카푸치노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특히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서머 테라스(Summer Terrace)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소정 총지배인은 “여행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호텔 카푸치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치를 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호텔인 만큼 작은 시작이지만 호텔 카푸치노가 사회와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위클리비즈 2016. 4. 15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5/2016041502011.html

Advertisements
카테고리: NEWS | 댓글 남기기

[ADL RADIO] Listening Troye Sivan ♪ “FOOLS”(Blue Neighbourhood Part 2/3)

카테고리: ADL RADIO | 댓글 남기기

[ARTICLE] 기계와 결합하라, 로봇보다 강한 인간 되려면

‘제2의 기계 시대’ 공동 저자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5년 뒤 일자리 510만개가 없어진다는 예상이 나왔다.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계가 침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성역(聖域)이 하나하나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인 자동차는 사람보다 뛰어난 운전 솜씨를 선보이고, 컴퓨터는 퀴즈 쇼에서 사람을 이긴다. 이젠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바둑에서도 컴퓨터가 프로 기사에게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의학 로봇은 머지않아 의사보다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할 것이고,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수많은 회계사와 세무사를 실직자로 내몰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교수보다 정확하게 학생의 작문을 채점하고, 아마존은 올해부터 물품을 드론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인간은 단순 작업부터 기계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훨씬 넘어서 현기증이 나는 속도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인간은 어디까지 기계와 경쟁할 것인가?

  

▲ 로봇 이미지=영화 ‘채피’ / 그래픽=김의균 기자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주제로 한 책 ‘제2의 기계 시대’ 공동 저자인 앤드루 매카피(McAfee·49)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겸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 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기계와 벌이는 일자리 경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고소득 화이트칼라 전문직이라고 운을 떼었다. “앞으로 다가오는 기술 발전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직업군은 의사, 증권사 애널리스트, 석유화학 공학자,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 직종이 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경제 붕괴를 가져올 수 있죠. 오히려 단순 노동에 가까운 정원사, 가정부, 배관공은 꽤 오래 살아남을 겁니다.”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대답에 일순 당혹스러웠다.

매카피 교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부교수와 하버드 로스쿨 인터넷·사회연구소 선임 연구원을 거쳐, 2009년부터 MIT에서 정보 기술이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연구해왔다. 그는 정보경제학 분야 전문가로, 웹 2.0 개념과 플랫폼을 기업의 정보 통신에 적용한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으며 다보스포럼·테드(TED) 등 국제 모임에서 연설한 일이 있다.

기계가 인간과 경쟁해 앞서 나갈 때, 모든 일자리에서 기술에 밀려 뒤처지는 세대가 생겨나지 않을까? 그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계가 인간을 훨씬 능가해온 영역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모순처럼 들리지만, 최근 체스 게임 토너먼트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는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은 수많은 전문가를 실직자로 내몰아 노동 시장과 중산층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기계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블룸버그

기계를 활용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기계와 경쟁해서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요?

“기계와 왜 경쟁하죠? 기계와 일자리를 두고 싸우려는 자세부터 애당초 잘못됐습니다. 기계는 그 자체보다, 인간이 제대로 활용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나는 것입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게리 카스파로프가 1997년 수퍼컴퓨터 ‘딥블루’에 패하자, 사람들은 앞으로 체스 게임에서 승자는 무조건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와 사람이 팀을 이뤄 자유롭게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체스 대회를 보면 늘 그렇진 않죠. 2005년부터 체스 대회는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인간과 인간 등 다양한 조합으로 팀을 구성해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조언을 참고해 대국하는 인간-기계 혼합팀은 가장 강력한 컴퓨터와 대결해서도 승리했습니다.

인간의 ‘전략’과 컴퓨터의 전술적 ‘예리함’이 결합해 압도적 힘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반 컴퓨터를 이용한 미국 아마추어 선수는 최첨단 컴퓨터를 지닌 체스 챔피언을 이기기도 했습니다. 컴퓨터를 지도하고 조작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판 삼아 승리한 것이죠. ‘약한 인간’과 ‘보통 기계’의 조합이 ‘최고 성능을 지닌 기계’뿐 아니라 ‘강한 인간’과 ‘기계’의 조합보다도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기계와 사람의 협력이란 결국 기계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강력하다는 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기술 자체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마치 체스 전문가는 아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최첨단 프로그램과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혁신을 이루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카스파로프는 ‘양쪽 모두 분석을 도와주는 기계를 가진 경우, 어느 시점에 새로운 착상을 할지 결정하는 인간의 판단에 따라 판세가 달라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계가 못 하는 활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 떠올리기(ideation), 즉 훌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떠올리는 행동입니다.
단어 같은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기는 아주 쉽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시나리오별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어렵지 않죠. 하지만 그런 조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가치를 잃지 않는 인간의 기능과 능력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찾으려 하죠. 하지만 저는 굳이 로봇과 경쟁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은 기계와 만났을 때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고, 이를 통해 참신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인재들이 지배할 것입니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것’이라고.”

  

▲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

‘미래에 없어질 일자리가 많다’는 식의 연구는 많이 나오지만 의사나 애널리스트, 혹은 회계사 일자리가 먼저 없어진다는 것은 의외다. 매카피 교수는 “로봇이나 기계가 하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에 대해 기존 고정관념이 잘못돼 있다”고 얘기한다. 겉으로 보기에 어려운 것 같아도 실제로 기계가 하면 쉬운 일이 있고, 반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이 먼저 사라진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2006년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일본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를 기억하나요? 아시모는 시연회에서 무대에 설치된 계단을 걸어 오르다가 굴러떨어져 바닥에 얼굴을 부딪혔습니다. 물론 다시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춤을 추고, 축구공을 차는 등 다양한 능력을 선보였지만, 로봇에 큰 결함이 있다는 게 드러났죠.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머리 같은 중요 부위를 감싸는 아주 당연한 행동을 로봇은 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위가 로봇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지능 검사나 체스에서 어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지각이나 이동 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만 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것을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로봇공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등 추론에는 연산 능력이 거의 필요 없는 반면, 낮은 수준의 감각 운동 기능은 엄청난 연산 자원이 필요합니다. 35년간 인공지능 연구가 주는 중요한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죠. 즉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진화하면서, 애널리스트, 가석방위원회 위원, 공학자, 회계사, 의사, 운전자 등 관리직 혹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업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관공, 정원사, 안내원, 요리사, 가정부, 간호사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직장을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더 발달하면 결국은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면 그런 상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어렵습니다.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화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이 지닌 섬세한 감정, 열정, 원동력 등 수많은 요소를 흉내 내는 건 힘들다고 봅니다. 의학·과학이 상당히 발달한 지금도, 아직 우리가 인간 자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등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학문은 여전히 가설이 대부분일 뿐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커요. 특정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기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넘어지면서도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구부리는’ 혹은 ‘사람들 앞에서 넘어지면 부끄러워하는’ 인간의 본능을 흉내 내기는 아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요리사와 정원사, 수리공, 목수, 보모 등은 단기간에 기계로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직업은 모두 많은 감각 운동 작업이 따르며, 고객의 감정을 살펴 어떻게 상황을 바꿀지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죠. 보수가 좋은 직업은 아니지만, 기계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다른 많은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저도 과학 소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기능을 보여주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거듭 놀랍니다. 곧 어떤 기술이 또 세상을 바꿀지 모르는 것이죠. 언젠가는 경영 환경 전반을 살펴, 벤처 자본가의 투자 의욕을 고취할 만큼 뛰어난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계단을 걸어 올라가 아픈 할머니가 사는 집에서 혈압을 재고 처방약을 먹었는지 질문하는 일을 위화감을 주지 않고 수행하는 로봇이 나올 수도 있지요.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사람 같은’ 로봇이 지금 당장 고민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많은 전문직을 대신할 ‘수퍼 컴퓨터’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가까운 미래에는 오로지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컴퓨터는 점점 더 알아서 일하기 때문에 대신 물리적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상호작용하는 직업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컴퓨터가 인지 업무에서 더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긴 해도,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노동 생산성과 민간 고용 

– 인간이 물리적 세계에서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곧 직접 만나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물리적 세계에서 상호작용이란 사람끼리 눈을 맞추고 서로 어떤 생각인지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패스트 패션의 선두 주자인 스페인 의류 기업 자라(ZARA)를 예로 들어보죠. 자라는 컴퓨터 대신 인간의 판단을 바탕으로 어떤 옷을 만들지 결정합니다. 자라는 ‘어느 옷을 만들어서 각 매장에 보낼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각 매장 관리자들에게 합니다. 매장 관리자는 판매 상품의 수치를 보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매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세련된 고객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관찰하고 또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찾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매장에서 어떤 새 옷이 인기를 끌지 본사에 알려줍니다. 본사는 매니저의 의견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만들죠. 자라는 현재로서는 사람 기반의 주문 방식을 기계 기반으로 바꿀 계획이 없으며, 저는 이것이 아주 영리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를 보고, 큰 틀에서 패턴을 파악하는 인지 영역에서는 인간이 여전히 우위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 우위를 유지할 것입니다.”

기술 가진 소수가 지배하는 ‘수퍼스타 경제’

디지털화는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디어와 혁신을 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직원 15만명을 둔 코닥은 파산했지만, 고작 몇 천 명으로 일하는 페이스북은 코닥의 전성기보다 시가총액이 몇 십 배 크고, 억만장자를 7명 낳았다. 매카피 교수는 앞으로 경제는 소수가 자본을 독차지하는 수퍼스타 경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기술 발달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됐습니다만.

“저 역시 기술 예찬론자입니다. 현재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엄청난 풍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다만 풍요와 불평등 중 어느 쪽의 사회적 영향이 더 클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술을 가진 자본가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내게 됐지만, 중산층은 수입이 줄어 소득 불평등이 커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화라는 기술의 발달은 환경 파괴보다 경제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예산 정책도, 월가의 금융 사기꾼도 아니라 기술의 급격한 성장과 디지털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승자 독식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입니다. 중간층에게 돌아갈 돈이 최상위로 몰리기 때문이죠. 그 옛날, 호머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돈을 내고 듣는 사람은 50명 정도에 불과했을 테고,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은 3000명만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출판은 영향력을 더 키워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출판 산업에서 최초로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J R R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출판해 수백만 명에게 책을 판매할 수 있었는데 이는 400년 동안 셰익스피어 연극을 본 사람보다 더 많은 수치입니다.

디지털화로 수퍼스타는 유례없는 부를 창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 수퍼스타가 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수퍼스타에게 필요한 인재가 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_조선일보 2016. 1. 30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29/2016012901949.html

카테고리: ARTICLE, INTERVIEW | 댓글 남기기

[BRAND STORY] ‘패션 문외한’으로 ‘GUCCI 구원투수’ 역할… 마르코 비자리 CEO “물갈이가 능사 아니다” 수석 디자이너 내부 승진 파격

‘두 자릿수 성장’의 마법사 “나만의 경쟁력을 파악하라”

[Cover Story] ‘패션 문외한’으로 ‘GUCCI 구원투수’ 역할… 마르코 비자리 CEO
“물갈이가 능사 아니다” 수석 디자이너 내부 승진 파격

2015110602097_0

작년 말 케어링 그룹은 대표 브랜드인 ‘구찌’의 양대 수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10년간 간판 역할을 해온 수석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와 6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패트리지오 디 마르코 최고 경영자(CEO)를 모두 내보낸 것이다.

양대 수장을 동시에 내보내는 것은 명품업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구찌가 2013년 이후 2년 연속 실적이 부진하자 책임을 물었다.

마르코 비자리(52·Bizzarri·사진) 신임 CEO는 구찌 부활을 위해 전격 임명된 인물이다. 그는 이전에도 ‘스텔라 매카트니’와 ‘보테가 베네타’ 등 다른 명품 브랜드의 CEO를 맡아 성장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별명은 ‘두 자릿수의 사나이(double-digit man)’. 맡는 기업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뜻이다. 구찌 역시 그가 경영을 맡은 올해 1분기부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명품 업계는 작년 이후 실적 악화로 허덕이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30억유로(약 291조원)로 전년 대비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09년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패션지 ‘보그’는 “브랜드로 부(富)를 과시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평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루이비통 가방의 별명은 ‘3초 백’이었다. 길에 서 있으면 루이비통 백이 3초에 하나씩 보인다는 뜻이다. 대부분 연령대의 여성들은 ‘LV’ 로고가 가방 전면에 박혀 있다는 이유로 몇 백만원을 주고 이 가방을 샀다.

이 현상은 그대로 10년 뒤 중국으로 이어졌다. 중국 여성들은 샤넬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가방을 색깔별로 사들였다. 중국 남자들은 롤렉스 로고가 박힌 시계를 모델별로 수집했다. 중국에서는 바링허우(1980년대 태어난 아이들) 세대를 ‘구찌 세대’라고도 부른다. 명품업계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과시 욕구’를 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 로고가 박힌 물건으로 치장하는 것을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정부의 반(反)부패 정책이 명품 소비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중국 명품 소비는 지난해 1% 감소했다.

최근 명품업계를 관통하는 화두(話頭)가 ‘세대교체’ 또는 ‘구조 조정’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LVMH그룹은 최근 주요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겐조,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를 모두 바꿨다. 에르메스도 올해 봄·여름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수석 디자이너를 교체했다. 미국의 패션 황제 랠프 로런은 48년 만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명품 업계 개혁의 최전선에서 구찌를 이끌고 있는 것이 비자리 CEO다.

명품 기업마다 투입돼 기업을 살려놓고 다음 기업으로 향하는 그는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다. 패션 업계 출신조차 아니다. 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케어링 그룹에 들어오기 전까지 액센추어에서 은행, 판매,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나는 패션 문외한’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지난달 24일 행사 참석을 위해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그를 만났다.

2015110602097_1

▲ 토픽이미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파악하라

―맡는 기업마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끌어냈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한 가지로 말할 수 있는 비결은 없습니다. 회사마다 브랜드 가치, 팀원 성격, 기업 분위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CEO로 한 회사에 들어갈 때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방법을 똑같이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 회사에 들어가서 먼저 내 위치부터 파악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요즘같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누군가를 모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맡아온 기업에서는 어떤 전략을 쓰셨나요?

“스텔라 매카트니의 기업 경쟁력은 ‘친(親)환경 이미지’였습니다. 가죽, 모피, 깃털 등 동물 소재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합성 가죽, 인조 모피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반면 보테가 베네타의 매력은 ‘질 좋은 가죽 가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탈리아 베네토주의 가죽 장인들을 대거 채용해 고급 핸드백 제작에 집중했습니다. 두 회사에 정반대 정책을 사용한 셈입니다.”

―그럼 이번에 맡은 구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분석했나요?

“100년에 걸친 ‘역사’와 ‘패션 리더’의 위치, 그리고 역사와 전통을 가진 ‘로고’입니다. 로고 없는 명품이 대세라고 모든 제품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구찌의 로고는 100년간 제품에 붙어서 수많은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훌륭한 자산이고, 다른 브랜드들이 부러워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고객들은 구찌 로고만 박혔다고 가방을 사지 않습니다. 로고를 제품 디자인과 연관성 있게 활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최근 구찌의 가방을 보면 로고가 디자인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자산을 활용해 동시대 패션으로 연결하는 것, 이것이 구찌의 전략이고 경쟁력입니다.”

비자리 CEO가 구찌를 맡은 후 보인 가장 파격적인 행보는 스타 디자이너 대신 무명(無名)인 내부 직원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한 것이다. 명품 업계에서는 브랜드를 혁신할 때, 외부에서 활동 중인 간판급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그 디자이너가 자기 사단(team)을 데려와 제품을 전면 개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브랜드 전면 쇄신을 외치는 상황에서 내부 승진은 그만큼 드문 일이다. 미켈레 본인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짐을 싸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던 덕도 컸다. 올해 봄까지는 제품 디자인을 맡기로 했던 프리다 지아니니가 밀라노 패션쇼를 5일 남겨놓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린 것이다. 아직 후임 후보자 물색도 덜 끝난 상황에서 지아니니가 나가버리자, 비자리는 디자인팀 서열 2위이던 미켈레에게 쇼를 맡겼다. 미켈레는 단 5일 만에 쇼를 준비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자리 CEO에 따르면 실사판 ‘프로젝트 런웨이(패션쇼를 만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를 방불케 했다. 쇼가 끝난 후 미켈레는 수석 디자이너로 정식 임명됐다.

2015110602097_2

▲ 알레산드로 미켈레 수석 디자이너

2015110602097_3

물갈이가 능사 아냐… 내가 찾는 사람 내부에 있을 확률 높다

―무명이던 미켈레를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한 것은 큰 화제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미켈레는 제가 받은 후보군 명단에 없었습니다. 언론에 나온 것처럼 내로라하는 유명 디자이너들 이름이 후보군에 있었습니다. 미켈레는 지아니니를 도와 구찌를 이끌어 온 인물입니다. 저는 원래 윗사람이 바뀐다고 그 밑에서 일하던 사람을 다 내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켈레에게 ‘신임 수석 디자이너가 오더라도 당신이 회사를 나가야 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말라’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는 그와 대면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나눈 대화는 예상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전 로마 출장 중이었는데, 미켈레도 로마에 있다고 해서 잠깐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30분 정도 예상한 대화는 4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우리는 구찌의 문제점, 전략, 비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도 저는 미켈레와 여러 차례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팀 내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전 수석 디자이너를 외부에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바꿨고, 지금은 그 결정이 옳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혁신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부 인사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기업에 대한 충성심도 갖고 있어, 변화를 잘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수석 디자이너가 최종 작품을 선택할 때 CEO 본인도 참여하나요?

“아니요(그는 아니라는 말을 5번쯤 반복했다).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영자입니다. 디자인 업무는 수석 디자이너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수석 디자이너의 작품이 CEO인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디자인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人事)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그럼 경영자로서 생각하는 ‘구찌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저는 구찌가 패션계에서 권위를 되찾기 바랍니다. 과거 밀라노 패션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는 구찌였습니다. 패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구찌였습니다. 저는 구찌가 패션계의 추종자(follower)가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패션계의 선도자, 리더가 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 제품의 품질을 구찌의 장인들이 지켜주길 바랍니다.”

―장인 정신보다 패션 리더로서 지닌 가치를 더 높게 보나요?

“둘 다 중요합니다. 명품 브랜드에 품질과 장인 정신은 기본입니다. 장인 정신과 패션 리더의 가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장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최고의 장인들과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재료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걸 망친 적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구찌에 높은 품질을 기대하고, 우리는 그에 걸맞은 품질을 언제나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장인 정신만 강조해서 물건이 팔리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패션 리더로서 역할이 있어야 우리가 원하는 고객층이 우리 물건을 산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패션 리더였나요?

“아닙니다(웃음). 사실 이 자리는 어릴 때부터 제가 꿈꿔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액센추어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지인(知人)의 요청으로 자회사 설립, 유통 전략 등을 맡으며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이전에 저는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한 적도 없고 그와 관련된 성장 배경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고,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저 자신이 무엇을 하느냐보다 직원들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직관력을 가지고 사람을 이해하고 적절한 자리에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소비자의 시각에서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그런 제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그것을 만들 사람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창의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창의적인 사업가가 될 수는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가라

―구찌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편집 매장 입점이나 인터넷 판매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패션 업계에서 권위를 갖고자 한다면, 패션 리더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곳으로 우리도 가야 합니다. 그들과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2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유통이란 브랜드가 시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은지 판단한 다음, 전략적으로 유통 채널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품 업계 판매가 주춤하자 위기설이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명품 업계는 과거 두 자릿수로 성장하다 최근 한 자릿수 성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를 두고 위기라고 하는데 이것은 위기가 아닙니다. 위기는 매출이 꺾이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은 안정화되는 시기입니다. 앞으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가려질 것입니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따른 타격은 없습니까.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 조심스럽게 물건을 구매하고 있지만, 아직도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지속적 성장이 가능합니다. 한국은 안정된 시장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또 다른 주력 시장입니다. 과거 아시아 명품 시장을 주도한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최근엔 한류를 바탕으로 한 한국입니다. 한국 연예인들이 뭘 입느냐에 따라 아시아 시장 판도가 바뀝니다.”

―명품이 되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시간입니다. ‘명품(luxury)’이라는 가치를 갖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시간과 그에 따른 역사가 필요합니다. 신규 브랜드들이 명품 시장에 진출하기 쉽지 않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둘째는 제품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를 차별화해야 합니다. 명품 업계에서 제품에 투자한다는 것은 제조 업계에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자금을 투자해 기계를 새것으로 바꾼다고 해서 제품이 좋아지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명품을 만드는 것은 장인, 즉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투자는 곧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최상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06/2015110602183.html

카테고리: BRAND STORY, INTERVIEW | 댓글 남기기

[ADL TV] 알라딘의 나르는 양탄자!_Aladdin In Real Life: Watch This Epic Magic Carpet Ride Prank

이번에는 진짜 양탄자 같은 ‘탈것’이 등장했다. 유튜브의 인기 커플의 채널 ‘프랭크vs 프랭크‘가 올린 영상을 보라. 진짜 영화 ‘알라딘’에 등장하는 것처럼, 양탄자는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럴싸한 양탄자의 비결은 바로 ‘전기 스케이트보드’. 동영상 말미에 힌트가 나온다.

동영상에서 눈에 띄는 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의 표정과 알라딘으로 분장한 제시 웰렌스가 신은 신발. 그의 신발은 랩퍼 카니예 웨스트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협업한 ‘이지 부스트 350’으로, 상당히 구하기 힘든 모델이다(몇 분 만에 품절되는 건 다반사). 제품이 발매되는 날 양탄자를 타고 매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을까? 어쨌든 재밌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위 동영상을 클릭해 또 다른 ‘매직 카펫 라이드’를 감상해보시길!

카테고리: ADL TV | 댓글 남기기

[BRAND STORY] 롤스로이스 이름만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_뮐러-외트뵈스 CEO “위기의 브랜드 인수해 부활시킨 비결은?”

뮐러-외트뵈스 CEO “위기의 브랜드 인수해 부활시킨 비결은”

스크린샷 2015-10-23 오후 5.58.14

▲ 뮐러-외트뵈스 CEO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영국을 상징하는 차다. 1904년 설립돼 1907년 첫 차량을 출시한 후 100년 넘게 영국 자동차의 자존심이었고, 오랫동안 영국 왕실의 의전 차량으로 쓰였다. 지난 2011년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에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은 1977년산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결혼식장에 나타났다.

롤스로이스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로도 유명하다. 과거에는 고객의 품위에 따라 차량 판매를 결정했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구입을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가격을 낮추거나 보급형 모델을 만들어 무작정 차를 많이 팔려고 하지도 않는다.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 콧대 높은 자동차를 원한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4063대가 팔리면서 5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재미있는 점은 롤스로이스가 더 이상 영국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롤스로이스 상표권은 지난 1998년 독일 자동차그룹 BMW가 인수했다.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BMW 출신의 독일인이다. 그런데 독일에 팔려간 후 거의 20년이 돼가는 지금도 영국인들은 여전히 롤스로이스를 ‘영국의 자존심’으로 본다.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난달 12일 롤스로이스 생산 공장이 있는 영국 굿우드에서 토르스텐 뮐러- 외트뵈스(55·사진) CEO를 만났다. 깔끔한 영국식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독일어 악센트가 귀에 꽂혔다. BMW로 넘어간 후에 롤스로이스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롤스로이스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뮐러-외트뵈스 CEO는 “1980년대 롤스로이스가 잘 팔리지 않았던 것은 브랜드에 상응하는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에 걸맞은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소비자는 결국 떠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포츠카라면 람보르기니, 페라리가 떠오르지만, 롤스로이스는 롤스로이스일 뿐”이라며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가 주는 특별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크린샷 2015-10-23 오후 5.59.49

▲ 롤스로이스 팬텀에 적용된 세레니티(Serenity) 컬렉션. 천장에 벚꽃을 수놓고 내부 인테리어에 자개와 대나무를 사용해 동양적인 느낌을 살렸다. 단 1대만 제작됐다. /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는 여전히 ‘최고의 차’로 불립니다.

“롤스로이스 소유주들은 거리에서 롤스로이스를 자주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차를 많이 파는 것이나 판매 목표 같은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애초에 많이 팔려고 만드는 차가 아닙니다. 가격을 낮추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품질에 집중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집요하게 반영합니다. 그 외의 것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다른 자동차와 경쟁하지 않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경쟁력입니다. BMW는 롤스로이스의 잃어버린 브랜드 가치를 찾는 데 집중했을 뿐입니다.”

―BMW가 롤스로이스 상표권을 인수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인가요?

“당시 매물로 나왔던 롤스로이스 자동차 회사를 두고 BMW와 폴크스바겐이 경쟁을 했습니다. 결국 폴크스바겐이 롤스로이스 자산과 롤스로이스의 자회사였던 벤틀리를 인수하면서 BMW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의 핵심 자산인 기술자와 공장을 포기하고, 브랜드만 인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폴크스바겐은 벤틀리를, BMW는 롤스로이스를 갖게 됐습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만들어지던 공장은 폴크스바겐이 갖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부득이한 차선책이었지만, 무모한 모험은 아니었습니다. BMW와 롤스로이스는 오랫동안 협력 관계였습니다. BMW는 롤스로이스에 엔진을 공급했습니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BMW는 백지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셈이지만 롤스로이스를 살릴 역량은 충분했다고 봅니다.”

―롤스로이스는 1970년대 한차례 도산했고 이후로도 슬럼프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롤스로이스는 1980년 군수기업 비커스가 인수했고, 1998년 인수·합병 매물로 나올 때까지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1970년대 3000대 넘게 팔렸던 롤스로이스는 1980년대 800대 남짓 팔리는 데 그쳤습니다. 1980년대에는 롤스로이스 내부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품질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롤스로이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롤스로이스는 다른 차로 대체 불가능한 품질과 가치를 지닌 차였는데, 이 시기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사실 롤스로이스를 영국 차로 봐야 할지, 독일 차로 봐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롤스로이스가 독일 기업에 인수됐다고 해서, 독일 브랜드일까요? 아닙니다. 영국 자동차이고, 영국 브랜드입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영국의 롤스로이스고, 롤스로이스에 깃든 영국의 장인 정신입니다. 롤스로이스 직원의 80% 이상이 영국 사람이고, 디자이너도 영국 사람입니다. 롤스로이스는 100% 영국 굿우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BMW로 넘어간 롤스로이스는 지난 2003년 팬텀(Phantom)을 시작으로 2009년 고스트(Ghost), 2013년 레이스(Wraith)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컨버터블(오픈카) 돈(Dawn)을 공개했다. 팬텀, 고스트, 레이스, 돈 등은 유령이나 귀신의 이름이다.

이런 독특한 이름은 1900~1940년대 롤스로이스가 선보였던 클래식 모델에서 사용됐었다.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 이에 대해 뮐러-외트뵈스 CEO는 “롤스로이스를 바꾸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며 “오히려 롤스로이스의 브랜드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많은 것을 바꿨다”고 웃었다.

―전문가들은 롤스로이스가 경영 합리화와 생산성 향상 덕분에 살아났다고 얘기합니다.

“BMW로 넘어간 후 롤스로이스는 백지에서 전체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BMW는 기술력이 있었고, 공장 운영에 노하우를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롤스로이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장점이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생겼습니다. 가죽이나 목재에 수를 놓는 노하우나 세공 기술은 BMW가 따라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BMW가 롤스로이스의 강점을 존중했고, 이를 지키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스크린샷 2015-10-23 오후 6.01.43

▲ 롤스로이스 팬텀 세레니티 컬렉션(윗쪽)과 마카오의 루이 13세 호텔 의전용 차량으로 쓰일 예정인 팬텀 / 롤스로이스 제공

스크린샷 2015-10-23 오후 6.02.55

―그래도 최근의 롤스로이스와 과거의 롤스로이스가 다른 점이 있다면요?

“소비자의 니즈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롤스로이스는 타는 즐거움에 중점을 둔 차였습니다. 롤스로이스를 구입하는 고객층이 왕족, 귀족, 기업가로 워낙 부유했습니다.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쓴 롤스로이스 광고 카피가 과거의 롤스로이스를 잘 설명합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장 큰 소음은 시계 초침 소리’라는 내용의 카피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는 차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레이스는 쿠페(2인용 2도어 차량)이고, 내년 출시 예정인 돈은 오픈카입니다.”

―타깃 고객이 달라진 것인가요?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달라진 것입니다. 요즘 성공한 사업가들은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직접 운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좀 더 날렵하고 민첩한 차를 원합니다. 그렇다고 롤스로이스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와 비슷한 차량을 내놓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롤스로이스 브랜드 가치가 지켜지는 범위에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지만, 자동차를 더 팔기 위해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롤스로이스는 100% 맞춤 제작되는 차량입니다. 자동차 색깔은 물론 시트, 루프(천장), 바닥 등 롤스로이스의 모든 것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작합니다. 고객들은 대체 어디까지 맞춤 제작이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우선 법에 접촉되는 것은 안 됩니다. 자동차 품질에 지장을 줘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롤스로이스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다행히 그런 고객은 없었습니다(웃음).”

스크린샷 2015-10-23 오후 6.03.46

―맞춤 차량 제작은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굿우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롤스로이스 가운데 완전히 똑같은 롤스로이스는 한 대도 없습니다. 디자이너와 고객이 만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디자인합니다. 저희는 이를 비스포크(bespoke·맞춤생산)라고 부릅니다. 대다수 럭셔리카들은 주어진 옵션 범위에서 소비자 취향에 맞게 고르는 정도입니다만, 롤스로이스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번은 롤스로이스를 주문한 고객이 차량 안에 미니 전자레인지를 설치하기를 원했습니다. 물수건을 따뜻하게 데워 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희소성도 브랜드 가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차를 많이 파는 것이 더 이익인데, 딜레마가 아닌가요?

“롤스로이스는 마치 ‘수집품’ 같습니다. 롤스로이스의 희소성은 계속 유지돼야 합니다. 롤스로이스 가격을 26만유로(약 3억3800만원) 이하로 낮출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이 팔 수는 있지만, 롤스로이스 오너가 느끼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런던 시내에 롤스로이스를 몰고 가면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롤스로이스니까요. 그만큼 롤스로이스는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약 4000대가량이 팔렸습니다. 연간 6000대 정도가 최대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별함을 위해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바로 롤스로이스의 전략입니다.”
스크린샷 2015-10-23 오후 6.04.36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롤스로이스 천장에 설치된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 맞춤 제작된 민트색 컬러의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맞춤 제작 피크닉 세트, 대도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팬텀의 메트로폴리탄 컬렉션.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가 가장 신경 쓰는 경쟁 상대가 있다면?

“사실 다른 자동차 회사와 경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동차와 경쟁하지 않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경쟁력이니까요.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연간 1만5000대 이상의 차량을 팔기를 원합니다. 연 판매 목표를 2만대까지 잡는 곳도 있습니다. 롤스로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입니다. 롤스로이스 고객들은 최고 중의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자동차를 여러 대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벤틀리를 살 것이냐, 롤스로이스를 살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갖고 싶은 자동차가 있으면 그냥 다 삽니다. 이 때문에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것이 무의미합니다.

롤스로이스의 경쟁자는 비싸고 더 희귀한 상품들입니다. 고가의 보석이나 제트기, 헬리콥터,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오두막(샬레) 같은 것입니다.”

출처: 조선일보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6/2015101602470.html

▲ 롤스로이스 팬텀 세레니티 컬렉션(윗쪽)과 마카오의 루이 13세 호텔 의전용 차량으로 쓰일 예정인 팬텀 / 롤스로이스 제공
카테고리: BRAND STORY | 댓글 남기기

[ADL TV] Around COS

카테고리: ADL TV | 댓글 남기기